[안은영의 뼈 때리는 언니] '보건교사 안은영'이 안은영에게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포스터 ⓒ 뉴스1

(서울=뉴스1) 안은영 작가 =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소설(2015)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물었지. 당신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 이 작가는 당신의 독자냐 등등. 여러 사람에게 선물도 받았어. 작가인 내 이름이 제목인, 나랑 전혀 상관없는 책을 선물 받는 기분은 신기하더라. 나는 작가를 모르고, 작가가 나를 아는지 어떤지도 모른 채 이 책을 잊었어.

그 즈음 나는 소위 '골드미스'였어. 골드미스의 사회적 조건이 여전히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현대인이 부러워할 만한 스펙을 쌓아가고 있는가라는 점에 비춰보면 나는 일시중지 상태야. 드라마가 재미있나봐. 다시 안부를 듣고 있어. 지금 내게 물어오는 안부의 방향은 ‘그때 그 안은영은 어디로 사라졌지?’야. 안부와 함께 그들이 확인해주는 ‘한창 잘나가던’ 나를 듣다보면 과거에 박제된 나를 바라보는 기분이야.

대한민국 밥벌이 구조 속에서의 성공은 이루기 전보다 이룬 다음이 더 불안하고 두려워지는 특성이 있어. 열광에서 망각까지의 폭이 워낙 짧거든. 막 삼십대에 접어든, 예민하고 조숙했던 나는 ‘여자’라는 타이틀을 제목에 얹은 베스트셀러로 불안과 두려움으로 점철된 화려한 지옥에 살았지. ‘성공한 여자’라는 키워드도 언감생심인데 골드미스라는 듣도 보도 못한 영어 조합이 내 책과 함께 활개를 쳤어. ‘쉽게 읽히는 트렌디한 자기계발서’를 쓴 나는 그 활개의 대명사가 됐고.

세상의 모든 작가에게 자신의 책은 폭풍우 치는 밤바다의 시간과 비례해. 내 심정도 그랬지만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했지. 유명세를 제대로 누리지도, 내면의 성찰도 못한 채 집 나가더니 떼돈 벌어온 큰 딸 보듯 내 처녀작을 삐뚜룸하게 바라보기만 했어. 이후 출간된 내 책들은 모두 제목에 ‘여자’를 달고 나왔어. 첫 책의 프레임에 갇혀버린 거지.

화려한 지옥에서의 한철은 사라지고 나는 비로소 오롯이 글을 쓰는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어. 안은영이라는 내 이름보다 골드미스라는 타이틀로 소비됐던 나는 이제 드라마 제목에서 안은영의 무게감을 봐.

과장되지도 왜곡되지도 않은 생긴 그대로의 안은영. 흔하게 불리되, 나만 소중하게 여기면 그뿐인 안은영이어서 좋아. 긴장 속에 솟아있던 어깨는 내려오고 웃음의 소리는 줄고 양은 많아졌지.

나도 이번 주말엔 드라마를 몰아보려고 해. 예고편 속 정유미는 그 미모가 안은영 캐릭터에 적역이더군. 이상, 드라마 보다가 물어오는 고마운 안부에 대한 안은영의 살뜰한 답. / 안은영 작가. 기자에서 전업작가로 전향해 여기저기 뼈때리며 다니는 프로훈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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