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장마·태풍 '3중고' 소일거리도 없다…"추석 안왔으면"

쪽방촌 주민들 "마음만 허해져…경제난에 가족과 이별"
일자리 뚝 끊기고 급식소도 문닫아…"밥 먹기도 힘들다"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의 모습. ⓒ 뉴스1 김유승 기자

(서울=뉴스1) 이상학 김유승 기자 = "추석이 오면 마음만 허해지기만 하고, 차라리 안 왔으면 좋겠어요."

청명한 가을 날씨를 보이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만난 70대 남성 김모씨는 "어려워서 흩어지고 (가족들과) 따로산 지 10년을 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쪽방촌이 위치한 영등포역 6번 출구 인근 골목길 안쪽에 들어서자 화려한 건너편과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낡아 금이 간 시멘트부터 빛바랜 페인트, 조립식 건물,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슬레이트 지붕까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낙후'였다.

더욱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역대급 최장 장마와 연속 태풍으로 이어진 '3중고'에 이곳 주민들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웠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생계수단이던 공사장 일, 식당 소일거리가 끊겨 고충을 겪는 주민들이 다수였다. 아울러 교회나 성당에서 운영하는 급식소가 문을 닫은 것도 이들의 삶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심수찬씨(63·익명)는 "예전에는 교회에서 밥을 잘 줬는데, 요즘은 교회도 어렵다 보니 주먹밥이나 라면으로 준다. '토마스의 집'이라고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급식소는 지난달 15일부터 아예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80대 여성 손모씨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던 담배꽁초 줍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자리를 잃었다.

손씨는 "양파, 마늘을 다듬는 식당 소일거리라도 찾아보려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힘들어서 그런지 일자리도 없다"며 "다리가 많이 아픈데 병원도 제대로 못 간다. 밤에 자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아파서 일어나지 못하는 게 가장 서럽다"고 토로했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모습. ⓒ 뉴스1 김유승 기자

주황색 낡은 조끼를 입고 있던 이찬동씨(63)는 추석 계획을 묻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씨는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없어졌는데, 장마까지 와서 많이 힘들었다. 안 그래도 일이 없어졌는데, 장마 때문에 공사장 일도 한동안 없었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추석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경제난에 시달려 가족들하고 뿔뿔이 흩어진 지 오래됐다"며 "여기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다. 추석이라고 좋을 게 없다"고 덧붙였다.

쪽방촌 주민들마다 국가 지원금의 차이가 있어 이곳에서도 '빈부격차'가 발생하는 모양새다.

70대 국가유공자 남성은 월 90만원을 받아 월세를 내고도 밥 먹을 여유가 있는 반면 월 3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월세 25만원을 내면 5만원 밖에 남지 않는 주민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옆집 아주머니가 주먹밥을 주셔서 밥은 이웃에서 다 얻어먹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잃어버린 탓에 국가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모씨(70)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했을 때 식당 소일거리가 뚝 끊겼다"며 "주변에서 밥 얻어먹고, 커피 얻어먹고 있는데 나라에서 지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백규현 전국고용협회 영등포구 지부장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건설 현장 일자리만 조금 있고, 식당이나 공장 일자리는 없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하고 나서는 아예 끊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마가 오면 건설 현장을 '올스톱'인데, 두 달 가까이 장마가 이어지면서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shakiro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