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상] "블랙수면방은요..." 이태원 클럽 논란에 입 연 성 소수자 K 씨

(서울=뉴스1) 이승아 문영광 기자 김동은 인턴기자

"게이 찜질방, 수면방은 한국 게이 문화의 일부입니다. 성정체성을 당당히 말하고 삶을 이어가기 어려운 사회에서 파트너, 연인 등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죠. 만약 성 소수자에게 아무런 차별도 없는 사회였다면 이런 하위문화가 존재하지 않았을 지 모릅니다"

"전염병이 확산하는 시기에 밀접한 접촉이 이루어지는 공간에 방문한 건 적절한 행위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개인의 일탈을 비난할 수는 있어도 개인의 성정체성에 대한 혐오나 차별이 비집고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난 6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용인시 66번 확진자 A(29)씨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과 주점을 방문한 것이 확인되었다.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이태원 발로 다시 빠르게 확대되며 국민들의 피로감과 분노를 일으켰고, 특히 A씨가 방문한 클럽이 성 소수자 전용 클럽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며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분노는 성 소수자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또 안양시 ·양평군 확진자가 강남구 소재 '블랙수면방'에 방문한 것이 확인되며 '게이문화'가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성 소수자에게 △블랙수면방의 실태 △이태원 발 코로나19에 대한 생각 △성 소수자 내부의 이야기 등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블랙수면방이란?

= 소위 ‘게이 찜질방/수면방’은 불특정 다수의 게이가 모여 있는 공간. 생긴 것은 사우나 남탕과 유사합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 언어-비언어적 표현으로 상호 신호를 주고받고, 성관계를 갖죠. 서로가 누구인지는 잘 몰라요.

호기심으로 방문한 사람들 일부를 제외한다면, 대다수는 성관계를 목적으로 모여 있는 공간입니다. 물론, 서로가 마음에 든다면, 개중 일부는 진전된 관계로 이어진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당사자로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묘사하기란 좀 난처하네요.

‘게이 찜질방/수면방’ 문화는 한국 게이 문화의 일부입니다. 성 정체성을 당당히 말하고 삶을 이어가기 어려운 사회에서, 누군가(파트너·연인)가 필요한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죠. 만약 성 소수자에게 아무런 차별도 없는 사회였다면, 이런 하위문화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전염병이 확산하는 시기에, 밀접한 접촉이 이루어지는 공간에 방문한 건 적절한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일탈을 비난할 수는 있어도, 개인의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근거한 혐오나 차별이 비집고 나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 코로나19 상황, 클럽에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성 소수자들의 생각은?

= “같은 성 소수자지만, 이건 좀 아니다” “성 소수자 망신시킨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있고요.

"중요한 건 검사가 필요한 분들이 검사에 임하는 것인데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확산을 막기 위해 관련자들이 숨지 않도록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만약에 제가 확진자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면, 가족들에게 동선이나 감염경로가 노출될 수밖에 없잖아요. 저 같아도 너무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그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하고는 다르고요.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는 한국의 성 소수자는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서울시의 발표를 보니, 연락이 닿지 않은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부정적 여론에 눌린 분들도 많이 계실 거로 생각합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사회에서, 확진자이면서 성 소수자로 인식되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쉽지는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익명 검사 등 지자체도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부디 관련된 성 소수자분들이 최대한 안전한 상황에서 검사 받고, 이 시기를 모두가 무사히 넘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1일 오후 경기 안양·양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블랙수면방 모습. 방역당국과 일부 지자체는 이태원 일대 클럽 6곳(킹클럽, 퀸클럽, 트렁크, 더파운틴, 소호, HIM)과 안양 거주 확진자가 다녀간 강남 논현동 블랙수면방 등의 방문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 및 대인접촉금지를 발령했다. 2020.5.1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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