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패닉' 구로 근로자들, 재택커녕 '공포의 출근'
1만여 업체 밀집 구로디지털단지 생산·개발 종사자 많아
'재택' 중소기업 36% 불과…"시스템 구축 예산 지원 필요"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서울 구로 지역의 한 산업용 PDA 제조업체에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정민씨(가명)는 하루 하루가 불안하다. 같은 지역 콜센터에서 대거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업무 특성상 출근을 계속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무직들은 메일 등을 통해 회사 대표와 소통하며 90% 이상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일주일 전부터 재택 근무를 시작했다. 월급도 제대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생산직이나 개발자들은 회사에 나오지 않으면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없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출근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 아예 공장을 닫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이 경우 월급을 75%만 지급하겠다는 말에 대부분의 생산, 개발 담당 직원들은 출근을 선택했다. 대신 출근 시간과 점심 시간을 서로 다르게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대한 직원들끼리 모이기를 피하는 중이다. 또 반반씩 조를 짜서 격일로 출근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안함은 여전하다. 이씨는 "많지 않은 급여에서 75%만 받을 수 없으면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근하고 있다"면서도 "확진자가 대거 나온 상황에서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수의 중소기업이 몰려있는 구로 지역의 근로자들은 이씨와 같이 불가피하게 출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마스크, 장갑 등으로 감염 예방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지만, 확진자가 언제 어느 곳으로 갔을지 모르는 가운데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12일 구로구에 따르면 서울 유일의 산업단지인 구로디지털단지는 1만여개의 기업체가 입주해 12만7000여명의 근로자가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음식료, 섬유, 목재, 석유화학 등 10여개 업종의 회사들이 구로동과 금천구 가산동에 몰려있다.
콜센터와 같이 근로자들이 밀집해서 일하는 회사도 많다. 많은 회사들이 재택 근무나 탄력적인 근무 체제를 도입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지만, 기업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시스템 여건 상,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재택근무를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기업 1089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재택근무 실시 의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59.5%는 '재택근무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대기업(60.9%)과 중견기업(50.9%)은 절반 이상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라고 답했지만, 중소기업은 36.8%에 불과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지 하지 않는 이유'(복수 응답)를 물어본 결과, '업·직종 특성상 현장 근무가 필수여서'(56.9%)가 1위로 꼽혔다. 이어서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서(28.7%) △재택근무 시스템을 준비할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해서(25%) 등이라 답했다.
재택근무 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재택근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 지원'(30.6%)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서 △재택근무 직원들의 책임감 있는 업무(20.8%) △재택근무 도입 가이드라인(17.1%) △재택근무 업무 플랫폼 무료 지원’(14.8%)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 지역 코로나19는 확진자는 연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총 114명으로 집계됐다. 73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대구 다음으로 증가폭이 큰 지역은 서울인데, 서울 신규 확진자는 전일 11명보다 8명이 늘어난 19명을 기록했다. 이는 경북 지역 신규 확진자 수 9명보다 2배 많은 수치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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