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봉준호' 꿈꾸는 모교 후배들 "봉테일 발자취 좇고싶다"

연세대 재학생들 "선배라는 사실만으로 자랑스러워"·
총동문회도 홈페이지에 수상 소식 '공지'

봉준호가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어 거버너스 볼에서 오스카상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혜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최현만 한유주 기자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10일 열린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휩쓸자 봉 감독의 모교인 연세대학교도 기쁨에 들떴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만난 재학생들은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식에 "학교 선배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한국 영화사의 쾌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연세대 총동문회도 동문회 홈페이지에 '영화감독 봉준호 동문, 오스카 4관왕 차지'라는 제목의 알림을 띄우고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지난 1월 봉 감독에게 '연세를 빛낸 동문상'을 수여한 총동문회는 이른 시일내 봉 감독의 수상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동문회관 앞에 내걸 예정이다.

봉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 88학번 출신이다. 중학교 때부터 영화 감독이 꿈이었던 그는 대학 시절 연합 영화 동아리 '노란 문'을 만들어 활동했다. 교내신문 연세춘추에 한 컷 풍자 카툰과 '연돌이와 세순이"라는 네 컷 만화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봉 감독은 지난 1월 발간된 연세동문회보와 인터뷰에서 "(풍자카툰과 네컷 만화가) 평은 좋았는데 매주 두 개의 만화를 그리느라 마감 공포에 시달리다 한 학기 만에 접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봉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2000)를 비롯해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 굵직한 작품을 쏟아냈고 7번째 장편 영화인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사의 큰 획을 그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극영화상을 싹쓸이했다. 지난해 5월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점령하면서 봉 감독과 그의 모교인 연세대는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UIC 경제학과 4학년인 이승정씨는 "신종 코로나 등으로 나라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이러한 기쁜 소식이 들려 후배로서 매우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며 "'너는 계획이 있구나' 등 한국식 유머 코드가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 놀랍고 봉 감독의 영화 기법과 철학이 대단하다고 여겨졌다"고 말했다.

행정학과 4학년인 김모씨(24) 역시 "봉 감독과 같은 감독이 한국에 또 나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빈부격차, 양극화 등 무거운 주제를 봉 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연출로 풀어낸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제학과에 입학예정인 새내기 박모씨(19)는 "한국어로 된 영화가 세계적인 상을 거듭 받게된 것은 양극화와 빈곤문제라는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주제를 영화가 담았기 때문이라 본다"며 "예비 동문으로서 봉 감독의 수상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 제작진들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영화 동아리에서 '제 2의 봉준호'를 꿈꾸는 재학생들에겐 봉준호의 활약이 더 반갑기만 하다.

중앙 영화 동아리 '프로메테우스'에서 활동 중인 황영희(22)씨는 "기생충은 한국사회의 자본주의 양극화 문제를 잘 드러낸 지극히 한국적인 영화"라고 평했다.

황씨는 "정해진 답이 없는 영화 연출 업계에서 묵묵하게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실행해 내고 인정받는 것을 보면 배울 점이 참 많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같은 동아리 소속 신문방송학과 3학년 전동현(23)씨는 "그 분이 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했고 어떠한 발자취를 남겼는지 많이 찾아보고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며 "그래서 봉 감독의 수상 소식이 더 감동적으로 와닿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 동아리인 연세극예술연구회의 고혜원(25)씨는 "언어가 아닌 영화 그 자체가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결과"라며 "우리나라 영화가 더 큰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수상이 더 많은 창작자들에게 영감과 동기가 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사와 시나리오 계약을 맺고 실제로 시나리오 기획 개발을 하고 있다는 고씨는 "감독상 수상 소감 중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창작자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그 말을 깊게 새기고 좋은 작품을 쓰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hahaha828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