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있니?] "우린 포기 안했는데"…실종아동 '무관심 대한민국'
세계적 제도 갖췄지만…전문인력 없어 장기실종 '막막'
홍보도 실종아동전문기관 전담…"한명이라도 더 찾아야"
- 권혁준 기자,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최동현 기자 = "뼈가 녹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어느덧 35년이 지난 일이지만, 박금자씨(76)는 1984년 9월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당시 3살배기였던 아들(정희택씨)과 집에서 낮잠을 잤는데, 자고 일어나니 아들이 없어진 것이다.
사건 이후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 전화가 오기도 했고, 인근 지역에서 목격했다는 제보도 있었지만 끝내 아들은 찾지 못했다.
한 공간에 있던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의 마음은 참담했다. 박씨는 "자책감이 크고 매일 뼈가 녹는 느낌이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아들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박씨에겐 가장 답답한 부분이었다. 그는 "경찰에서 5년전 쯤 사건을 종결하자는 연락이 왔다"면서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다. 경찰 업무가 바쁜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종아동 99.9%는 부모의 품에…제도는 세계적 수준
실종아동은 해마다 2만명 가까이 발생한다. 그중 99.9%는 다시 부모의 품에 안기게 된다.
경찰청이 발표한 '18세 미만 아동 실종접수 및 미발견 현황'에 따르면 2014~2017년까지 매년 2만여명의 실종아동이 발생했지만, 1명에서 최대 13명을 제외하고 모두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실종아동법이 도입된 2000대 초부터 실종아동 발견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실종아동법'을 제정한 이후 △지문 사전등록 △유전자(DNA) 분석 △실종경보(앰버경고) △실종예방지침(코드아담) 등 해외 사례를 대거 도입했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아동이 실종됐을 때 발령되는 '코드아담'이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은 연면적 1만㎡ 이상의 대규모 점포·지하철 역사 ·유원시설·여객터미널 등 전국 1647개의 다중이용시설에 코드아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경보가 발령되고 다중시설의 모든 출입구는 보안요원이 통제한다. 모든 직원과 시민들이 함께 실종아동을 찾고, 1차 수색에서 아동을 찾지 못하면 경찰이 투입된다. 실종아동을 찾은 뒤에야 경보는 해제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전국에서 총 1만8838번의 코드아담이 발동됐고, 실종아동은 전원 발견됐다.
◇'장기실종'은 막막…"전문 인력 꾸리기 어려운 실정"
그러나 모든 실종아동이 가정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한 실종 아동은 601명이다. 특히 실종된 지 10년 넘은 '장기실종 아동'은 460명, 20년이 넘은 '초장기 실종아동'은 404명으로 전체 수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다.
장기실종 전담수사 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오랜 이별 끝에 극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문 현실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의 경우 장기실종 전담반을 구축하고 오랫동안 같은 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그렇다보니 자신의 일에 대한 자긍심도 높을뿐더러, 장기 미제 사건을 실제 해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문 인력을 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자체가 '투자'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는 "정책·제도적인 부분은 해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지만, 실제 문제는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도 "국내에서는 실종 전문인력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경찰 내부에 실종 수사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경찰 내 실종전담반이 꾸려진다고 해도 수사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고, 실종 수사를 맡았다가도 1~2년 단위로 인사발령이 나면서 다른 부서로 떠나버리기 일쑤다.
정 교수는 "결국 승진을 위해서는 성과가 필요한데, 장기 미제 사건의 경우 실적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이에 대한 차별화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실종아동 업무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8년간 '실종아동 공익광고' 0건…"제도와 현실의 괴리"
실종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것도 해결 과제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1981년부터 매년 10여편의 공익광고를 제작·방영하고 있지만, 38년 동안 실종아동 관련 공익광고는 단 한 번도 제작하지 않았다.
코바코 관계자는 "매년 △주제선정 요청공문 △여론조사 △시민의견 청취 등의 방법으로 공익광고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회의를 거쳐 공익광고 주제를 최종 선정한다"며 "아직 실종아동 공익광고가 선정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코바코가 여론수렴을 통해 공익광고를 선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종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요구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종아동에 대한 홍보사업은 사실상 보건복지부 위탁기관인 실종아동전문기관이 전담하고 있다. 코드아담 제도를 시행 중인 한 백화점 관계자는 "규정상 다중이용시설의 의무는 직원 교육과 점검"이라며 "고객을 상대로 한 홍보사업은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종아동전문기관 관계자는 "아직 실종아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정착되지 않았다"며 "사람들은 구급차가 지나가면 길을 터주지만, 실종아동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웅혁 교수는 실종아동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 "우리나라 실종아동 제도는 매우 잘 갖춰져 있지만 국민 대다수는 이런 제도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와 현실이 따로 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제도가 퇴색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실종아동은 매년 2만명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현실은 '내 아이도 실종아동이 될 수 있다'는 신호"라며 "끝내 찾지 못하는 0.001% 아동도 찾고 말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긍정적 신호들…"한 명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면 최근 들어 실종아동 캠페인이 다각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는 지난 1월 신세계백화점과 연계해 스타필드 하남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아이' 캠페인을 진행했다. 높이 22m의 미디어 타워에 등장하는 실종 어린이와 눈이 마주치면 현재 추정 모습이 10m 크기로 확대되는 방식의 캠페인이다.
특히 이 캠페인 영상을 접한 광고주들이 기부 형식으로 실종아동 광고 영상을 내보내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볼 수 있었다는 평이다.
또 지난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메이저타이틀'인 KPGA 선수권대회에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출전 선수들은 캐디빕에 실종아동의 이름을 새기고 나섰고, 대회장 내에서도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한 홍보보드가 세워지기도 했다.
해당 캠페인을 기획한 조주한 KPGA 홍보마케팅팀 팀장은 "작은 시도지만 실종 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기획했다"면서 "이를 통해 한 명의 실종 아동이라도 더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센터 대표는 "장기 실종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고, 해당 부모들 조차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라면서 "작은 시도라도 꾸준하게 이어가면서 '우리 사회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한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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