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길 만들다 떠났다"…'히말라야 원정대' 영결식
"숭고한 개척정신 영원히 기억"…고인들 애도
손학규·이재오·김덕룡 등 영결식 참석해 추모
- 유경선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높은 곳을 향하던 이들이 이제는 너무 높이 올라가버렸습니다. 모두 부디 잘 가라."
지난 12일(현지시간) 네팔 히말라야 다울라기리산 구르자히말(7193m)에서 새로운 등정로를 개척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숨진 고(故) 김창호 대장(49) 등 히말라야 원정대원 5명의 합동영결식이 19일 엄수됐다.
김 대장을 비롯해 고 임일진씨(49·다큐멘터리 감독), 유영직씨(51), 정준모씨(54·한국산악회 이사), 이재훈씨(24)의 넋을 떠나보내는 영결식은 고인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던 서울시립대학교 대강당에서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렸다.
오후 1시46분쯤 유족들과 산악인들이 고인의 영정사진을 앞세우고 영결식장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조문객들은 눈물을 훔치는 유가족들에 일제히 일어서서 추모의 예를 표했다.
산을 배경으로 밝게 웃는 고인들의 담긴 추모영상이 흘러나오자 조문객들은 한동안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상에는 대원들이 지난 8일과 9일(현지시간) 이번 등반 중 찍은 장면도 담겨 있어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해발 3500m 지점 베이스캠프에서 서로 웃고 밥을 나눠먹는 모습은 불의의 사고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정기범 한국산악회 회장은 조사를 통해 "김 대장은 큰 산으로 떠날 때마다 산책과 사색을 하며 자신이 오를 산을 생각하고 고민했다"며 "왜 이렇게 산을 공부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달라야 한다'고 대답하던 김 대장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찾아 이름도 생소한 구르자히말로 떠났다"고 안타까워했다.
정 회장은 "임 감독은 산악인의 진실을 영상에 담아 우리가 산에 오르는 이유를 찾고자 했고, 정 이사는 후배들을 격려하는 선배였다"며 "유 대원은 늘 선후배를 챙기고 보살피는 휴머니스트였고, 이 대원은 이제 막 피어나는 꽃이자 듬직한 후배였다"고 떠난 이들의 모습을 회고했다.
한국대학산악연맹 회장이자 김 대장의 은사인 이동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김 대장은 남북 통일을 기원하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코리안웨이 개척을 계획했다"며 "이번에는 너무나 뜻밖에 자연의 위력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아 원통한 마음"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추도사를 읽어 내려깄다.
히말라야 8000m 14봉을 완등한 산악인 김재수씨와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산악인 김영미씨도 고인들에 헌시를 바쳐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영미씨가 울먹이면서 고인들에 생전에 전하지 못한 말을 남기자 객석에서도 유족들을 비롯한 조문객들이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영결식에는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비롯해 이재오 자유한국당 선임고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정계 인사들도 참석해 조의를 표했다.
김 대장의 모교 서울시립대에 꾸려진 합동분향소는 지난 17일부터 이날 영결식까지 산악인과 정부 관계자, 서울시립대 교직원·학생 등 조문객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고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화를 보냈다.
서울시립대에 따르면 첫 날과 둘째 날 각각 수백명의 조문객이 다녀간 것을 비롯해 화환 100여개가 설치됐다.
첫 날인 17일에는 산악인 김홍빈씨(54)와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이 분향소를 다녀갔고 둘째날에는 김 대장의 동문인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이 분향소에 들렀다.
숨진 대원들은 새로운 등정로 '코리안웨이' 개척을 위해 지난 9월28일 네팔로 떠나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을 등반하던 중 베이스캠프에서 강풍에 휩쓸리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김 대장과 임 감독·정 이사의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유 대원의 빈소는 의정부 추병원 장례식장에, 이 대원의 빈소는 부산 서호병원 장례식장에 각각 차려졌다.
유 대원과 이 대원의 유족은 18일에 발인을 마쳤고, 김 대장과 임 감독의 유족은 19일 오전 7시에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발인을 마쳤다.
서울시립대는 김 대장을 기리는 기념강의실을 백주년기념관에 조성하고, 김 대장의 기록 및 사진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또 임 감독이 1988년 입학한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이 대원이 재학 중이던 부경대학교에서는 두 사람에게 각각 명예졸업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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