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대 도전정신 영원할 것"…서울시립대 분향소에 추모행렬 (종합)

"김창호 대장 희생정신 있던 분…안타까워"
서울시립대 "추모전 계획…기념강의실도 만들 것"

네팔 히말라야 등반 도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김창호 대장과 유영직·이재훈·임일진 대원,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의 합동분향소가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대강당에 마련됐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교직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18.10.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지난 12일(현지시간) 네팔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산을 등반하던 도중 베이스캠프에서 돌풍에 휘말려 숨진 고(故) 김창호 대장(49) 등 히말라야 원정대원 5명의 합동분향소가 17일 서울시립대학교에 차려졌다.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학교는 김창호 대장의 모교다. 서울시립대 대강당에 마련된 분향소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조문객을 맞고 있다.

김 대장을 비롯해 임일진씨(49·다큐멘터리 감독), 유영직씨(51·장비 담당),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 이재훈씨(24·식량·의료 담당)의 영정사진은 흰 국화로 둘러싸인 제단에 안치됐다.

고인들은 영정사진 속에서도 등산복 차림으로 웃고 있었다. 산에서 영면한 고인들이 생전에 얼마나 산을 사랑했는지가 엿보여 조문객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대강당 양옆 흰 벽면으로는 대원들이 등반 중 찍은 사진들이 빔프로젝터로 영사됐다. 조문객들은 산에서 눈을 감은 대원들의 생전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오전 9시20분쯤 서울시립대 학생들과 기획처 교직원 15명의 발걸음을 시작으로 분향소에는 조문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침통한 표정으로 분향소를 찾은 산악인 김홍빈씨(54)는 "김 대장과는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 에베레스트를 등반했었다"며 "김 대장은 다른 등반팀이 사고를 당했을 때 정상 등반을 포기하면서까지 도울 정도로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런 일이 김 대장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며 "잘 다녀오라고 한 게 마지막 인사가 될 줄 몰랐는데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네팔에서 셰르파로 일하고 있는 수잔씨는 방명록에 '같이 네팔에 가자고 하셨는데 못 가서 아쉽다'고 김 대장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네팔 히말라야 등반 도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김창호 대장과 유영직·이재훈·임일진 대원,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의 합동분향소가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대강당에 마련됐다. 영결식장에 고인들의 영정이 놓여 있다. 2018.10.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정치인들도 빈소에 들러 고인들을 추모했다.

김 대장과 생전에 친분이 있던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은 분향소에서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 상임고문은 "김 대장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 같이 자전거를 탔는데 그때 (고인이) 대장이었다"며 "가시기 전에 '라이딩 가자'고 하니까 갔다와서 하자고 했는데 비보를 듣고 가슴이 철렁하다"고 말했다.

이어 "포장이 안 된 러시아 도로를 달리느라 힘들었는데 사고 하나 없이 잘 이끌었다"며 "비보를 듣고부터는 계속 눈물이 난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은 오전 11시쯤 분향소를 들러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며 "대한민국에 (고인의) 개척자정신과 도전정신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한국 산악인들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고, 그래서 이런 일이 없을 수 있게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며 "(고인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최선을 다해서 많이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에 재학 중인 문태한씨(23)는 "처음에는 안타까운 사고라고만 생각했는데 선배님인 걸 알고 나서 좀더 감정이입이 됐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해 좋은 일을 하시다가 사고를 당해 안타깝고, 후배로서 추모하는 마음으로 조문을 왔다"고 말했다.

재학생 김현수씨(20·여)는 "김 대장의 은사이자 같이 산악회를 활동을 하셨던 이동훈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조문을 오게 됐다"며 "교수님께서 고인이 좋은 친구이고 열정적인 분이셨다고 회고했다"고 전했다. 이동훈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한국대학산악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오전 10시쯤 분향소를 찾은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학생들에게 김 대장의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생전에 고인을 몇 차례 모셨었다"며 "졸업식과 특강 때 모셔서 고인이 이겨낸 고난과 도전의 경험들을 들었고, 모실 때마다 항상 흔쾌히 응하셨다"고 말했다.

원 총장은 또 "유족과 협의를 해서 그동안의 기록·사진을 가지고 전시회를 할 계획"이라며 "김 대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학교에 기념강의실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립대 관계자에 따르면 기념강의실은 백주년 기념관 안에 마련될 예정이다.

고인들의 시신은 사고 후 닷새 만인 이날 오전 5시5분쯤 KE696 항공편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오전 6시22분쯤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유가족에 인계됐다.

김창호 대장과 임일진 감독, 정준모 이사의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유영직 대원의 빈소는 의정부 추병원 장례식장에, 이재훈 대원의 빈소는 부산 서호병원 장례식장에 각각 차려졌다.

분향소는 19일 낮 12시까지 운영된다. 산악인 합동영결식은 19일 오후 2시로 결정됐다.

히말라야 등반 도중 사망한 고 김창호 대장 등 5명의 한국 원정대 시신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화물청사 내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을 통해 운구되고 있다 . 왼쪽부터 고 유영직 대원, 고 임일진 감독, 고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 고 김창호 대장, 고 이재훈 대원. 2018.10.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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