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채현일 영등포구청장 "'탁 트인 영등포'로 강남 종갓집 명성 되찾겠다"
"개발시대 유산 영등포고가 철거해 랜드마크 마련"
"교육환경 개선 제1공약…서울시·교육청 협업 강화"
- 장우성 기자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10일 인터뷰를 위해 뉴스1과 만난 채현일 서울 영등포구청장의 얼굴에는 폭염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환경미화원들과 영등포역 가로를 깨끗이 청소한 뒤였다. '서울에서 가장 젊은 구청장'답게 직원들과 똑같이 안전모에 복장을 갖추고 함께 비오듯 땀을 흘리며 '영등포구민이 먼저'라는 구정 의지를 되새겼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이날 구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강 이남의 종갓집이었던 옛 명성을 회복할 '탁 트인 영등포'를 건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문재인정부 첫 청와대 행정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정무보좌관 경험, 10여년에 걸친 국회생활 등 가진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영등포를 변화와 도약으로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탁 트인 영등포'를 위한 상징적 공약인 영등포고가도로 철거로 고질적 교통혼잡을 해결하고 지역의 랜드마크를 마련할 계획도 밝혔다. 채 구청장은 "개발시대 유물인 고가차도를 철거해 내년 가을 정도면 보행축과 녹지로 이어지는 랜드마크가 들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채 구청장은 자신의 제1 공약이자 구민들의 바람인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최근 교육정책보좌관을 임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학교 현장과 영등포구, 교육청, 서울시의 밀접한 협업"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환경미화원과 오늘(10일) 아침 함께 땀을 흘렸는데 소감은.
▶영등포역 삼거리에서 (오전 6시50분부터) 1시간 환경미화원 분들과 일하며 폭염 속에서 근무하는 고충도 들었다. 사무실도 가봤는데 환경이 미흡해 죄송했다. 즉각 보완을 지시했다. 주차, 쓰레기 문제 해결 등 민생행정은 구정의 기본이다. 그런 의지를 직접 보여드리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탁 트인 영등포’가 제 슬로건이다. 주거환경이 깨끗하고 쾌적한 영등포를 만들겠다. 주거환경 개선은 건물 새로 짓고 예산 투자하는 게 다는 아니다. 쓰레기 등 주민 생활 속 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구민과 직원의 협업이 필요하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변함없이 현장행정을 펼치겠다.
-지난 영등포구청장 선거에 5명이나 출마했는데도 절반 넘게 표를 얻었는데.
▶영등포의 변화를 바라는 구민들의 의지가 아주 컸다. 거기에 새로운 인물에 대한 욕구도 한 몫했다. 교육, 주거환경 개선, 4차산업혁명 등의 키워드를 담은 ‘탁 트인 영등포’ 슬로건에 공감해주셨다. 문재인정부 첫 청와대 행정관, 박원순 시장 정무보좌관 경험으로 국정, 시정과 제대로 호흡할 수 있다고 인정해주신 것 같다. 박원순 시장은 오늘도 (영등포구에) 왔다가셨다. 많은 지원과 격려에 고맙다.
-‘탁트인 영등포’가 구정 슬로건인데 지금 무엇이 가장 막혀있나.
▶영동대교라는 이름은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영등포는 서울 한강 이남의 종갓집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와 변화와 도약의 모멘텀이 부족했다. 문래동, 당산동 등 준공업지역이 33%에 달해 낡고 개발이 정체됐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영등포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서울시, 정부, 국회의 역할도 필요하다. 당선되자마자 3일간 국회를 방문해 의원 70~80명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오랫동안 국회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영등포 발전에 힘이 되도록 하겠다. 영등포를 떠나는 구민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교육이다. 좋은 대학 진학 뿐 아니라 안전하게 자라고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그래서 교육환경 개선을 제1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국장 출신인 분을 교육정책보좌관으로 임명했다. 학교 현장과 영등포구, 교육청, 서울시의 밀접한 협업을 이끌어내겠다.
-구민 정책 소통창구 ‘영등포1번가’에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던데
▶영등포1번가를 처음 공약했을 때는 선거용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다. 실제 운영해보니 시행 한달 만에 제안 3300여건이 들어왔다. 주민제안을 모두 출력해 휴가 때도 일일이 챙겨봤다. 영등포고가 철거부터 영등포 역세권 개발, 초등학교 신설, 대림동 면세점 건립 등 영등포의 모든 현안이 담겼다. 비교적 쉽게 조치할 수 있는 700~800건은 곧바로 해결했다. 중장기적 현안은 전문가 60여명으로 구성되는 ‘영등포 100년 미래비전위원회’에서 논의한다. 1차 검토 결과는 ‘영등포구민의 날’인 9월28일에 제가 직접 보고드릴 계획이다.
-영등포고가도로 철거 후 구상이 어떤지.
▶영등포고가 철거는 ‘탁 트인 영등포’를 향한 제 상징적 공약이다. 현재 고가 주변은 왜 이렇게 설계했을까 싶을 정도로 교통이 혼잡하다. 개발시대 유물인 고가차도를 철거해 내년 가을 정도면 보행축과 녹지로 이어지는 랜드마크가 들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 젊은이와 관광객이 돌아오고 상권이 활성화되는 흐름을 형성해 문래동, 경인로 지역도 쾌적하게 바꾸겠다. 대선제분 부지에는 서울시와 문화공작소를 세우고 제2세종문화회관을 유치해 문화가 흐르는 영등포로 만들겠다.
-양평동유수지 축구장, 조선선재물류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여론이 있는데.
▶지역주민들의 뜻을 존중하겠다. 그 과정에서 정책적·정무적 판단도 필요하다. 양평동유수지 축구장은 지역주민과 일부 체육인 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지만 잘 정리될 것으로 본다. 조선선재물류센터 건립에 따른 주변 학교 어린이들의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문제다. 다만 구정 책임자로서 기존 법과 제도적인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어 고민이다.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안을 마련하겠다.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시장과 함께 일하며 배운 점이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따뜻한 분이다. 구청장 출마를 결심하고 찾아뵈었는데 제 가족들에게 ‘사람이 먼저다’라고 글을 써주셨다. 그래서 출마할 때도 딱 하나, 부끄럽지않은 선거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끝까지 남을 비방하지 않고 법을 지키는 깨끗한 선거를 했다고 자부한다. 취임 후에도 그런 따뜻한 행정의 취지를 인사에 반영했다. 박원순 시장은 기존 정치인들의 구호성 정책과 달리 내실있는 검증된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 성공의 기반이 되고 있다. 3선을 거쳐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민선7기를 결산할 즈음 어떤 구청장으로 평가받고 싶나.
▶사심없이 일하며 영등포구를 바꾼 구청장으로 평가받고 싶다. 이번 당선으로 38만 영등포구민에게 진 빚을 꼭 돌려드리겠다. 영등포구민이 먼저다. 진보·보수를 떠나 균형감 있는 구정을 펼치겠다. 영등포의 변화와 도약을 위해 제가 가진 자원을 총동원하겠다. 1400여명 영등포구 직원들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공정한 인사에 방점을 찍겠다. 제 자신을 낮추고 직원들과 호흡을 맞출 생각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프로필
▲1970년생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국회의원 보좌관 ▲서울시장 정무보좌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 ▲민선7기 영등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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