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양호 중구청장 "박정희, 기억은 몰라도 기념까지 해야하나"
"박정희기념공원 공사중단…주민께 돌려드리겠다"
"서울광장 그늘막 논란, 관료행정에 경종 울린 것"
- 장우성 기자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민선7기 출범 후 가장 큰 변화가 진행 중인 곳을 꼽으라면 단연 서울 중구다. 서양호 신임 중구청장은 연일 파격적인 행보로 '정권교체'를 실감나게 하고 있다.
사실상 박정희기념공원이라는 의심을 받던 동화동공영주차장 공사를 전격 중단시키고 순수한 주민공원과 주차시설로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52시간 노동시대에 맞춰 직원들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최소한 토요일에는 절대 일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토요일인 7월21일 열린 서울로7017 1주년 기념행사에 박원순 시장이 왔는데도 서 구청장은 불참했다.
서울시에도 할 말은 하겠다는 모습이다. 서울광장에 폭염을 피하기 위한 그늘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서울시 간부가 중구청 직원에게 절차를 무시한 채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며 강력하게 항의를 표시했다. 주민이 요구하는 지역에는 몇년씩 지연되던 그늘막 설치가 서울시 간부 말 한마디에 일사천리 진행된 것은 반드시 청산해야 할 관료주의라는 게 서 구청장이 격노한 이유다.
1일 뉴스1이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에서 만난 서양호 중구청장은 마치 야전사령관같았다. 민방위 조끼는 전투복처럼 보였다. 연일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염과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장수의 모습이었다. 전 직원은 자신에게 배당된 폭염취약계층의 건강상태를 직접 확인하느라 긴박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서 구청장은 자신의 이같은 거침없는 행보에는 주민과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중구가 자기 목소리를 내자, 중구민의 도시를 만들자는 게 가장 큰 메시지"라며 "세상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도 변화해야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부 보수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박정희기념공원' 공사중단을 비난하는 여론이 있지만 물러섬 없는 입장이다. 서 구청장은 "(박정희기념공원 조성은) 구민이 원하는 공원과 주차장을 조성한다는 명분 아래 정치적 목적을 끼워넣은 전형적인 끼워팔기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가가 나서서 법으로 예산을 정해 집행할 수는 있겠지만 지자체가, 그것도 기초단체가 한다는 건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모든 구청 직원이 폭염 대응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대통령이 폭염을 재난이라고 선포했다. 폭염 사망자가 전국 29명에 이른다. 중구민 중에서도 두 분 정도가 탈진하는 등 온열환자는 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구는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선제 대처하는 중이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24시간 내에 전 직원이 전화나 현장방문을 통해 사회적 약자 등 집중관리대상 2500명의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저도 배당받은 세 곳 중 회현동 쪽방촌 두 곳을 방문하고 왔다. 오늘 신임 임명장을 전달한 신규 직원에게도 폭염 대처를 당부했다. 이번 주까지도 폭염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 동주민센터 무더위쉼터 운영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연장할 계획이다.
-그 때문에도 서울시에 서울광장 그늘막 설치 문제를 강력히 항의했나.
▶박원순 시장을 향한 항의는 아니었다. 박 시장은 서울광장에만 그늘막을 설치하라고 했다기보다 폭염이 심하니 서울지역 전체 상황을 살펴보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이를 일부 과잉충성 간부가 시대착오적으로 해석해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중구에 직접 요구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부랴부랴 완제품도 아닌 그늘막을 설치했다. 중구민들이 2~3년 요청해도 소식이 없고 제가 내린 지시도 미루던 걸 서울시 간부가 말했다고 일주일 만에 처리하는 관료행정, 눈치행정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제가 입장을 밝힌 뒤에도 서울시가 인정을 하지않아 우리 중구 직원들에게 계속 강압적인 행정을 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부당하게 설치된 그늘막은 뽑아와 구청 마당에 전시하고 대 구민 사과 표지판도 세웠다, 제가 퇴임할 때까지 항상 돌아보며 타산지석으로 삼겠다.
-파격적 탈권위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데 주민과 공직사회에 주고싶은 메시지는.
▶우리 중구가 자기 목소리를 내자, 중구민의 도시를 만들자는 게 가장 큰 메시지다. 중구는 서울시와 대한민국의 중심에 있어 희생을 많이 감수했다. 남산고도제한이 대표적이다. 인구는 12만명인데 유동인구은 300만~400만명에 이른다. 교통·환경·치안문제가 심각한 이유다. 그런데 중구에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건 없다. 우리 스스로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구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 중구민부터 달라져야 한다. 다산동 공영주차장 조성 무산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질적 주차난 때문에 주차장을 신설하는데 부지가 모자라 인근 주택을 매입하려 했지만 주민들이 소송을 내서 구청이 패소했다. 우리 구민도 요구만 할 게 아니다. 서울 도심의 주인답게 공익적 가치가 있으면 내 것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울시와 중앙정부에 더 큰 걸 요구할 수 있다. 구민과 직원들에게 시대가 변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그래서 복장도 캐주얼하게 입고 백팩을 메고 다닌다. 출근 첫날 당선 축하 현수막도 철거하도록 했고 취임식도 안 했다. 청원경찰에게도 앞으로 경례하지 마시라고 했다. 제 개인적 스타일이라기보다 세상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도 변화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취임하자마자 박정희기념공원(동화동공영주차장) 공사 중단 문제로 주목받았다.
▶전형적인 끼워팔기 행정이었다. 구민이 원하는 공원과 주차장을 조성한다는 명분 아래 정치적 목적을 끼워넣은 격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공과가 있고 기억할 건 기억해야겠지만 기념관까지 지을 필요가 있는지가 기본적 문제의식이다. 국가가 나서서 법으로 예산을 정해 집행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지자체가, 그것도 기초단체가 한다는 건 넌센스다. 애초는 박정희기념공원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실제 설계도를 봐도 드러난다. 멀쩡한 집을 박정희 가옥 앞마당 형태로 설계하기 위해 구청이 매입해 철거했다. 정체성이 모호한 기념전시실도 한 예다. 이제 박정희공원이 아닌 시민권 회복을 기념하는 중구의 대표공원으로 조성해 구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
-주차장 건물 한 층에는 교육혁신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라던데.
▶불필요한 전시실은 주차장으로 복원해 2~4층은 주차장, 지하 1층은 교육혁신센터로 조성할 계획이다. 중구 주민들이 참여한 100인 원탁회의에서 교육지원시설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 중구에는 구가 생기기도 전에 개교한 학교가 많다. 그만큼 교육환경이 노후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자녀가 중학생이 되면 강남·서초구나 노원구로 이사가는 주민이 많다. 또 중구에는 특성화고교가 서울에서 가장 많아 취업 진로 지도에 대한 바람도 크다. 교육혁신센터는 교육환경 지원을 총괄하고 교육콘텐츠 생산, 취업진로 상담, 학교 역량 지원 역할을 함께 해나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영유야교육까지 포함한 중구의 교육 컨트롤타워로 자리잡게 하겠다. 이에 발맞춰 구의 교육지원금도 현재 43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그동안 중구가 공을 많이 들였던 서소문역사공원 공사가 올해 끝난다.
▶서소문역사공원은 천주교만의 성지가 아니라 서울과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우리 근현대사가 응축된 곳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중림동 지역 주민의 소중한 공원 역할도 해왔다. 주민들은 공원 기능의 보강도 바라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건립해나가겠다. 다만 관리운영비 문제가 있다. 현재 협약상 공원 운영에서 적자가 날 때 중구가 보전하도록 돼있다. 영리사업이 아니라서 적자가 불가피한데 추정치로는 연 10억~50억원에 이른다. 이곳은 중구만의 공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공원인데 중구가 모두 부담하는 구조는 불합리하다.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풀어가겠다. 이밖에 충무아트센터도 2000석 가까운 규모의 국내 대표적 전문공연장인데 수십억원 적자를 중구가 감당하고 있다. 이 역시 서울시, 중앙정부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시공사와 세입자인 청계천 공구상인들과의 갈등이 깊은데 해법은.
▶민간 개발 사업자가 적법한 절차를 밟아 세입자 퇴거를 강제 집행하겠다면 구청은지원할 수 밖에 없도록 법적으로 규정됐다. 중구는 그동안 행정집행을 유예하면서 사업자와 세입상인이 의견을 조율할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이제 사업자들이 임계점에 이르러 강제집행에 나서겠다고 한다. 법적으로는 사업자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 고민이 크다. 사실 이런 현상은 국정, 시정 전략인 도시재생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사업자들의 재산권도 중요하지만 근대화를 이끌어온 도심산업 주역들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서울시는 2006년 도심재정비를 위해 청계천 일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지정해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기로 했으나 60여년 전부터 형성된 공구상권 세입자들은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지금까지 맞서왔다.)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정당생활, 정치평론가를 거쳤다. 정치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는데 구청장에 도전해 당선된 배경은.
▶권력구조를 바꾸는 건 중앙정치다. 하지만 구민의 삶을 바꾸는 건 지방자치단체다. 제게는 국가권력 구조를 바꾸는 중앙정치나 사회운동보다는 주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자체장의 역할이 더 어울린다. 앞으로는 진보와 보수가 중앙정치 영역보다는 시민의 삶과 생활 영역에서 경쟁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중앙정치 과잉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역설적으로 생활과잉, 지방정치 과잉의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 중구의 예산 4500억원 중 국가 위임사무 비용을 빼면 400억~500억원 정도가 가용 예산이다. 이 예산을 집행할 우선 순위 정책을 놓고, 삶의 현장에서 진보와 보수가 경쟁하는 게 바람직하다.
◇서양호 중구청장 프로필
▲1967년생 ▲숭실대 졸 ▲노무현 대통령 인사수석실 행정관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조직특보 ▲민선7기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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