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논란' 2라운드 돌입…새 국면 맞을까
"여성 건강권 침해" vs "태아 생명권 인정" 팽팽히 맞서
부처간 이견…여가부 '재검토'·법무부 '합헌' 의견 제출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헌법재판소가 24일 형법상 낙태 처벌 조항의 위헌성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6년여만에 공개변론을 진행하면서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형법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현행 유지를 지지하는 가운데, 헌법재판관 6명이 인사청문회 등에서 낙태죄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여성가족부가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재검토'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하는 등 과거 헌재 결정 당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형법상의 낙태죄 조항은 낙태한 여성이나 이를 도운 의사, 한의사, 조산사 등 의료인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이들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관 4대4 의견으로 합헌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 청원 동참 인원이 '소년법 개정' 청원 이후 두번째로 20만명을 넘어서면서 '낙태죄 폐지' 논란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게시 한달만에 23만5372명의 동의를 얻으면서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게 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도 '폐지 찬성' 여론에 힘을 싣는 모양새였다. 헌재의 낙태죄 합헌 결정 이전인 2010년 여론조사에서 '폐지 반대'가 우세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낙태죄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은 51.9%로 반대의견 36.2%에 비해 15.7%포인트(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2월 같은 조사에서는 '낙태 허용 불가' 의견이 53.1%, '낙태허용' 의견이 33.6%로 집계됐다.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완전한 피임법이 존재하지 않는 점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이 고비용의 불법 시술로 인한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 △낙태 처벌 조항이 여성에 대한 남성의 협박·보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 등을 폐지의 근거로 꼽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임신한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낙태 처벌 조항이 존치됨으로써 헌법에 명시된 생명권, 건강권, 성적 자기결정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어 위헌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한 일부 의료계 및 종교계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프로라이프의사회 등은 "태아는 모(母)와는 다른 별개의 존재이고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일"이라며 "모든 인간의 생명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돼야 함에도 태중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태아의 생명권은 지켜질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게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지난해 12월3일부터 지난 1월31일 100만9577명으로부터 받은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지와 탄원서를 3월 헌재에 전달했다.
정부부처 간 입장은 상이하다. 여가부는 여성의 기본권, 특히 건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지의 공식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정부 부처가 폐지 의견을 낸 것은 처음이다.
반면 형법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태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된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모자보건법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은 상태다.
이 가운데 이진성 헌재소장 등 재판관 6명은 인사청문회 등에서 낙태죄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어 낙태죄 폐지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 소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하는 문제로 다루기보다 낙태 가능한 시기를 명시하는 것 같이 조화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남석 재판관 또한 "예외적으로 임신 초기 단계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신 초기에 의사 등과 상담을 전제로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낙태를 어느 정도 허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의 형법 제269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공개변론은 24일 오후 2시부터 대심판정에서 진행됐다. 이날 변론에서는 낙태처벌 조항이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청구인 측과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인 측 주장이 맞섰다. 헌재는 공개변론에서 제시된 양측 의견을 토대로 별도 선고기일을 잡아 위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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