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버스에서는 안 되고 지하철에선 되는 것은?…음식물

1월부터 버스 조례개정안 시행…지하철도 요구 이어져
서울교통공사 자체 대응 어려워…시의회 "의견 수렴"

2017.11.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서울 지하철에서는 되고 버스에서는 안된다.'

음식물 반입 여부가 그렇다. 서울시는 올 1월부터 버스에 가벼운 충격에도 내용물이 샐 수 있는 음식물은 들고 탈 수 없도록 했다. 이에 지하철에서도 음식물 반입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자체적으로는 이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회는 버스정책에 대한 반응을 살펴 조례제정 등 대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6일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시민아이디어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을 살펴보면 열차 내 음식물 반입금지를 법제화해달라는 요구사항이 올라와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아이디어를 접수한 뒤 담당부서로 배정해 내용을 검토한다"며 "이후 적정성을 살펴 정책에 반영할지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번 사안은 자체적으로 규정을 바꿔 해결하기는 어렵고 서울시, 서울시의회와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하철 운행 중 시민들이 보낸 민원도 올 3월에만 26건이었다. 주로 음식물을 자제해달라는 방송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사례를 살펴보면 "OOOO호(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이 있다. (자제해 달라는) 방송을 요청했는데 안 나왔다" "OOOO호 앞 사람이 뜨거운 커피를 들고 있는데 내 가방이 비싼 가방이라 불안하다" "매일 보는 승객이 있는데 볶은 간식류를 먹을 때마다 냄새가 너무 심하다" 등이 있다.

정식 제안이나 민원이 아니더라도 인터넷기사 댓글과 SNS 등에서 이같은 요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버스나 지하철 탈 때 음식물 냄새가 싫다. 특히 무더운 여름 사람들 북적일 때는 더욱 싫어진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지하철에서 (한 승객이) 아이스커피를 다 쏟았는데 안 치우고 내려서 다른 승객들이 대신 치웠다. 이런 사람을 여러번 봤다"며 "알아서 잘 치우면 모르겠는데 안되니까 법으로 강제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도 최근 페이스북에 "지하철에서도 버스처럼 음식물 반입금지 규정을 마련하면 좋겠다"며 "'냄새가 나거나 내용물이 흐르거나 샐 수 있는 음식물을 들고 타지 말자' '음식을 먹지 말자'는 차내 캠페인 방송만으로는 지켜지지 않는다"고 난감해했다.

공사는 당장은 음식물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현재 음식물이나 테이크아웃 커피 등을 들고 탑승하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는 에티켓 홍보영상을 표출하는 정도다. 지하철은 버스와 달리 진동이 심하지 않아 음식물을 흘리는 경우도 비교적 적다는 설명이다.

음식물 반입을 제지할 만한 규정이 뚜렷하지 않은 점도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이유다. 관련 조례에는 해당하는 내용이 없고 공사의 여객운송약관에는 반입금지 물품이 '불결 또는 악취로 인해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물건' 정도로만 규정돼있다.

공사 관계자는 "현재 특별히 규제하거나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계도 및 홍보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내버스 관련 조례를 개정한 서울시의회도 일단 버스에서 시행한 뒤 추이를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지하철도 제한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버스만큼 많이 흔들리지 않는데다 시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우선 버스부터 제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시내버스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유광상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영등포4)은 "근본적으로는 시민의식 차원의 문제라 생각한다"며 "버스 음식물 반입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지하철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가 개정된데 따라 올 1월4일부터 버스에 특정 음식물을 들고 탈 수 없게 제한하고 있다. 반입가능 물품기준을 두고 현장 혼란이 가중되자 이달 2일 세부기준을 발표했다. 가벼운 충격으로 내용물이 샐 수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 등은 제한되지만 종이상자에 담긴 치킨과 피자 등은 허용된다.

hone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