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1년 ②] 여의도·관가 '유명무실?'…의식변화 성과도

"술잔 돌리다 보면 제한금액 넘기기 일쑤"
"'부어라 마셔라' 술판 줄고…단가 3만원 이하로 맞춰"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을 100일 맞은 1월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공무원들이 북적이고 있다.(위) 비슷한 시각 인사동의 한 한정식 식당은 찾는 손님들이 줄어 한가한 모습을 보인다. 2017.1.5/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최동현 기자 = "사실 김영란법 깨진 지 오래예요. (법 시행) 초창기에나 야단법석이었지…."

'청렴한 사회'라는 기치를 내걸고 김영란법을 통과시킨 '국회 사람들'은 제손으로 만든 법을 잘 지키고 있을까. 원내교섭단체 정당 소속 의원실 관계자 A씨는 '직무 관련자와 식사를 할 때 김영란 법이 정한 금액을 준수하느냐'는 질문에 한동안 뜸을 들이다 "이미 유명무실해진 법"이라고 실토했다.

그는 "국회에서 일을 하다보면 일주일에 3~4번 꼴로 직무관련성이 있는 당직자들과 식사나 술자리를 많이 갖게 된다"며 "3만원 이내로 먹으려고 해도 술이 오가다 보면 제한금액을 초과하기 일쑤"라고 전했다.

이어 "한 번은 관련 기관 업무현황 담당자와 여의도 인근 횟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3만원을 금새 초과했다"며 "초과금액은 따로 계산하자고 말했지만 당직자는 '우리만 알자'고 웃어 넘기며 식사를 접대했다"고 회상했다.

모 정당 관계자인 B씨도 "김영란법을 딱히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며 "간단한 점심식사는 김영란법 이내로 하는 편이지만 저녁식사나 술자리에서까지 김영란법을 준수하기는 어렵다"고 고백했다.

이외에도 "술자리 뒤 계산서는 자연스럽게 한 사람 손에 쥐어진다", "김영란법 기준 금액을 넘는 고급 음식을 접대받고도 슬쩍 넘어가곤 했다"는 김영란법 위반 사례가 줄을 이었다.

이처럼 김영란법 위반 사례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지만 정작 이를 관리감독하는 국민권익위원회는 사실상 손을 놓은 모습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28일 시행 이후 지난 20일까지 권익위에 접수된 김영란법 위반 신고 건수는 총 395건이다. 유형별로는 금품 등 수수 203건, 부정청탁 173건, 외부강의 등 기타 19건이다.

법 시행 6개월 차였던 지난 4월 권익위가 발표한 김영란법 위반 신고건수는 전체 공공기관 포함 총 2311건이었다. 이중 수사기관에 수사의뢰가 된 것은 19건, 과태료 부과대상이 된 것은 38건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신고를 접수하더라도 김영란법 특성상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사가 상당히 복잡하다는 점도 큰 장애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국회와 관가 등을 주시하는 시선이 날카로워진 만큼 전처럼 마음 놓고 식사 자리를 즐기기보다는 규정을 의식하려는 분위기 또한 공존하고 있다.

비교적 값싼 도시락류를 제공하는 것은 김영란법 시행 직후 관가에서 흔한 풍경이다. 최근 한 정부부처는 비보도를 전제로 한 기자간담회에 앞서 참석한 기자들에게 김밥 두 줄과 생수를 각각 제공했다. 재료가 실하게 들어찬 김밥 두 줄은 1만원을 넘지 않았다.

여의도 일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C씨 또한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 거창하게 술판을 벌이는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고 귀띔했다. 법 시행 이후 식사 비용을 인당 3만원으로 맞춰야 하는 만큼 과거와 같이 끝없이 술이 들어가는 술자리 풍경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이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즐겨 찾는 한정식집의 풍경도 바꿔 놓았다. 여의도의 유명 한정식집에서 일하는 종업원 D씨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직후 3만8000원에서 4만5000원 하던 메뉴를 일제히 2만9900원으로 맞췄다"고 말했다.

m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