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총기도면·제작법'…"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가능"

인터넷에 '총기설계도' 파다…총기제작 영상 3600만
전문가들 "사제총 위험성 철저히 알려야 해"

19일 강북경찰서에서 '오패산터널 총격전'에서 이용된 총기가 공개되고 있다. 2016.10.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으로 사제총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피의자 성모씨(46)는 범행 당시 경찰을 향해 쇠구슬을 장전한 사제총을 격발했고, 경찰은 끝내 숨지고 말았다.

주목할 점은 공개된 성씨의 사제총이 외형상으로 그다지 정교하지 않지만 사람을 해칠만한 살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총기전문가들은 사제총 제작방법이 인터넷 등에 너무나 쉽게 노출되어 있다며 이같은 총기사건이 얼마든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외형상 조악하지만 살상력 지녀

경찰의 따르면 성씨의 사제총은 나무토막에 철제파이프를 덧대는 방식으로 조립됐다. 총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성씨가 인터넷을 보고 사제총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씨의 사제총이 견고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 총기전문가는 "외형상으로 봤을 때 상당히 조악하다. 실제로 봐야 알겠지만 이 정도의 수준은 다시 뜯어보면 일반인도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성씨가 인터넷을 통해 총기의 조립법을 파악했다고 알려지는만큼 인터넷상에 관련 정보들이 있는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동영상 유튜브에 'making gun'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외국인 등이 총기를 제작하는 영상이 3600만여개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상에는 화약장치를 사제총에 넣는 방법부터 나무와 철제를 조립해 총을 만드는 방법까지 다양하게 나타나 있었다. 3차원 도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입체적인 물건을 생성하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총기 제작방법을 소개하는 영상도 있었다.

총기 제작법에 대한 정보는 비단 외국 영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이와 유사한 정보가 암암리에 퍼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것이 '모의총기 제작법'이다. 모의총기는 비비탄, 페이트탄 등을 사용하는 서바이벌용 총이다.

서바이벌용 총기들은 흔히 '튜닝'이라는 용어로 화력을 증강시키는 방법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가 되는 경우가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한 네티즌이 '파괴력 끝장인 BB(비비탄) 권총 좀 추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예전에 친구가 권총을 개조했는데 두꺼운 박스나 얇은 알루미늄 캔도 뚫어버렸다"며 "예전에 뒷산에서 참새를 잡아 구워먹곤 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모의총기의 위력은 사제총보다 훨씬 약하지만 튜닝을 하거나 비비탄이 아닌 쇠구슬을 장착했을 경우 얼마든지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총기전문가는 "대부분 서바이벌용 총은 일본제인데 국내 총기법이 있어 위력을 줄여서 들여온다"며 "이 상황에서 튜닝을 해도 실제 공기총보다는 약하지만 스프링 등으로 개조하고 쇠구슬을 사용하거나 하면 위력이 커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총기 제작과 관련한 도면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총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AK-47이나 칼빈소총들의 설계도면은 구하기 쉬운 도면으로 정평이 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뉴스1이 인터넷에서 '총기설계도'를 검색한 결과, 정교한 도면이 쏟아져 나왔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제 AK-47 만들기'라는 제목의 총기조립법이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모형일줄 알았는데 실제 발사되는거잖아?", "이쯤 되면 손재주도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도면들을 토대로 서울 청계천, 황학동 등 암시장에서 방아쇠와 노리쇠뭉치 등 부품을 구해 총기를 조립하는 방법도 암암리에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직접 만들거나 금형기술자에게 의뢰해 제작하는 방식이다. 지방에서 총포상을 운영하는 한 업자는 "도면만 있으면 완전히 정교하지 않아도 금형기술자가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다만 비용이 좀 많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개된 총기 제작법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 News1

◇우리나라 더 이상 총기 안전지대 아냐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소지가 허가된 총포는 총 13만여정이다. 이중 경찰서에서 보관되는 총포는 12만여정, 개인이 보관하는 총포는 1만4000여정로 파악됐다. 총포법상 가스발사총, 마취총, 산업용총 등은 법령 기준에 해당하는 개인이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으면 소지할 수 있다. 이밖에 소총, 공기총 등은 허가를 받더라도 경찰서에 보관해야 한다.

이렇게 철저하게 허가와 보관을 하고 있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총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는 이번 사건 외에도 과거 여러 사건으로 더욱 커진 바 있다.

앞서 언급한 모의총기 문제는 지난 2012년 '강남 쇠구슬 난사' 사건을 계기로 알려졌다. 당시 심모씨는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쇠구슬을 난사해 상가 및 차량 유리창을 깨뜨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조사에서 심씨는 서울 청계천 시장에서 모의총기 2정과 쇠구슬 탄창을 7만 원가량에 구입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2월에는 총기를 부품 형태로 수입해 조립한 뒤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 혐의로 유통업자 손씨 등 일당 18명이 붙잡히기도 했다. 당시 손씨는 세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총기 핵심부품인 총열과 기타부품을 분리해 밀반입한 후 다시 조립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기총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2015년에는 경기 김포의 인력사무소에서 50대 남성이 지인에게 공기총을 발사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6월 창원시에서는 출근길 여성에 공기총 납탄을 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총기 사고는 해마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총포로 인한 사고는 2014년부터 올해 10월 현재까지 총 31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해마다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사망은 14명이며 부상은 27명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총포법이 강화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강화된 총포법(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총포 등 제조방법을 인터넷에 게시하면 2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유튜브 등 외국 서버를 둔 인터넷 공간에 총기 조립법이 많이 올라와서 단속 및 처벌이 굉장히 어렵다"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내 사이트는 최대한 적발을 하지만 외국의 경우 총기제작법을 노출하지 말라고 단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총기관리와 사제총에 대한 위험성을 이번을 계기로 민간에 확실히 알려야 하고 총기부품과 관련한 단속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오패산터널 총기사건'으로 숨진 故 김창호 경위 빈소가 20일 오후 송파구 가락동 경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2016.10.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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