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장관'을 아시나요?…취미위한 남편들의 '선한 거짓말'

고가의 악기·카메라 등 사고 아내에 값 속여
남편들 "지친 삶에 활력 넣기 위한 수단"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내무부장관(아내+재무부장관) 결재 받는 꿀팁 공유합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프로 유부남'이라는 제목의 사진 2장이 올라왔다. 사진은 최근 뭇 남성들을 설레게 만든 게임 '오버워치' 전용 마우스의 가격표조작 방법을 담았다. 면도칼로 12만원의 가격표 맨 앞 숫자 '1'을 잘라내 2만원처럼 보이게 만든 것. 글 아래에 무릎을 탁 치는 댓글이 달렸다. "맨 뒤 '0'을 잘랐으면 1만2000원인데…"

살아남으려면 별 수 없다. 2016년 한국의 유부남들은 오늘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내들에게 '선한 거짓말'을 하며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악기부터 카메라까지…가격표서 '0' 하나 떼는 건 기본

서울에 사는 직장인 정모씨(36)도 최근 아내에게 거짓말한 후기를 동호회 커뮤니티에 올렸다. 정씨의 취미는 어쿠스틱기타로, 오래 전부터 사고 싶었던 300만원짜리 기타를 큰 맘 먹고 구입했다. 도저히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던 정씨는 아내에게 "30만원 짜리"라고 말했고, 이에 아내가 화를 내 부부싸움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기타를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무슨 그렇게 비싼 기타가 필요한가'하겠지만 많은 동호인들이 수십만명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수백만원짜리 기타를 거래하고 있다. 동호인들은 기타를 바꾸는 행위를 '기타여행'이라고 한다. 제조사, 사용된 목재 등에 따라 기타의 소리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 취미에 빠지면 연주는 뒷전이고 기타 바꾸기에 열을 올린 채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후문이다.

DSLR 카메라도 많은 이들이 즐기는 취미생활이다.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예전보다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지만 고급 기종의 경우 여전히 수백만원 수준이다.

카메라는 어떤 사진을 찍느냐에 따라 필요한 렌즈가 다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바디(카메라 본체)가 맞춰지면 렌즈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게 된다. 렌즈는 조리개 수치가 낮을 수록, 렌즈 확대-축소 편차가 클수록 비싸다. 가령 24~70㎜, F 2.8 인 렌즈가 있다면 앞이 렌즈의 확대 정도를 나타내고 뒤가 조리개 수치를 나타낸다.

이밖에 골프나 낚시나, 자전거 등 레포츠 종류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피규어 조립 등도 대표적인 '돈 많이 드는' 취미다.

'오버워치' 전용 마우스 가격 속이기.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아내들이여 검색만이 살 길이다

유부남들의 거짓말에 아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스마트시대인만큼 클릭 몇 번이면 '그들의 거짓말'은 다 드러나게 돼 있다.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꿀팁을 정리해봤다.

남편이 뭔가를 새로 사왔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건 '제조사'와 모델명'이다. 이 두 개만 있으면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

확인한 모델명과 제조사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만 하면 된다. 몇초 만에 해당 제품의 최저가와 최고가, 판매처까지 모든 게 한 눈에 보이도록 알려줄 것이다.

물론 남편들은 "그건 새 가격이고 내가 산 건 중고라 훨씬 저렴하다" "단골집 사장님이 거의 거저 줬다" 등 변명을 늘어 놓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해라. 포털사이트는 그 '중고가'도 다 알고 있다. 모델명 앞·뒤에 중고라는 단어를 붙여 다시 검색하면 된다. 남편의 말보다 포털사이트 검색결과가 더 진실에 가깝다.

남성들은 왜 이렇게 취미생활에 많은 돈을 쓸까. 기타 동호회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안모씨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싶을 때 기타를 꺼낸다"며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방에서 혼자 기타를 잡고 있으면 일이나 가족 등에서 해방되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50대 은행원 윤모씨는 30년 넘게 낚시를 즐겨왔다. 윤씨는 "낚시의 꽃은 밤낚시"라며 "아무도 없고 조용한 곳에서 복잡한 생각을 많이 정리한다. 또 고기를 잡을 때 느끼는 짜릿한 손맛과 성취감도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요즘 신혼부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해 10월 결혼한 최모씨(31·여)는 "능력없이 씀씀이가 큰 건 잘못이지만 벌이에 맞춰 운동이든 취미든 하는 건 개인이 누려야 할 자유"라며 "부부라도 서로 그런 부분까지 통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부부인만큼 서로 상의해서 결정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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