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는 바람을 타고…층간소음 이어 '층간흡연' 문제 거세져

"층간소음보다 더 직접적·위해"…여름에 간접흡연 피해 가장 커
"담배연기 스트레스 커" vs "명확한 흡연구역 없는 것도 문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들이 지난 5월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민무늬 담뱃갑 도입 및 금연확산을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던 정모씨(61)는 물벼락을 맞았다. 위층에서 담배 냄새가 올라온다고 항의의 뜻으로 물을 뿌린 것.

#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가정주부 김모씨(34·여)는 최근 더워진 날씨에도 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양옆 집에서 시도 때도 없이 피워 대는 담배 때문이다.

최근 경기 하남, 포항 남구 등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이 잇따르면서 '층간흡연' 문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문을 열어 놓는 집이 늘고 이에 따라 담배 연기가 이웃집에 들어가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복도식 아파트에 거주하는 흡연자 정이현씨(42)는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면 피해가 갈 것 같아 집 안에서 피우는데도 항의가 들어온다"면서 "금연아파트도 아닌데 그럼 담배는 어디서 피우냐"며 항변했다.

그는 "물론 간접흡연을 하는 이웃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명확한 흡연구역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비흡연자 김수영씨(33·여)는 "화장실 환풍구로도 담배 연기가 들어오고 베란다를 통해서도 담배 연기가 들어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날이 더워 문을 열어두고 싶지만 그마저도 담배연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면서 "왜 이런 피해를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 경비원은 "최근 간접흡연으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이 상당히 많아졌다"면서 "하지만 따로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아파트가 금연 아파트도 아니다. 할 수 있는 건 '복도·계단에서 흡연금지'라고 적힌 종이를 아파트 곳곳에 붙이는 일뿐"이라고 밝혔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의료원 의학연구소 환경건강연구실은 지난해 8~9월 서울 시내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2600가구를 대상으로 간접흡연 실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자 중 흡연자가 없는 가구는 1241가구로 지난 1년간 간접흡연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73.5%에 달했다. 비흡연 10가구 중 7가구가 간접흡연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간접흡연 피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계절은 여름(52.5%)이었고 하루 중 저녁 시간(58.3%)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옆집의 담배 연기가 침입한 경로로는 베란다·창문이 73.1%로 가장 많이 꼽혔고 화장실과 현관문이 그 뒤를 이었다.

김규상 서울의료원 환경건강연구실장은 "우리나라 공동주택의 간접흡연 피해는 미국의 1.6배에 달하는 수준인데도 아직 주택 사이의 간접흡연 침입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최근 4년간 국민 신문고에 접수된 공동주택 간접흡연 피해는 총 1025건으로 연도별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층간 소음의 경우에는 소음·진동 관리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기준치가 설정돼 있지만 층간 흡연의 경우에는 아직 정확한 법적 기준이 없다.

다만 최근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건강진흥법 일부개정안'에는 공동주택 내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와 지하주차장을 각 지자체 조례에서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속속 도입되고 있는 '금연아파트'와 더불어 금연 장소가 복도나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이고 집 안은 대상에서 제외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상현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간접흡연을 해결하기 위한 공법상의 규제는 여전히 미흡한 혹은 방치에 가까운 상황"이라면서 "층간소음보다도 더 직접적이고 위해하다고 할 수 있는 흡연에 의한 환경침해에 대해 더는 방관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사법학회에서 발표한 민사법연구 23권 중 '아파트층간흡연과 손해배상'이란 논문에서 저자 김문성씨는 흡연권과 혐연권에 대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담배 연기를 거부할 권리를 말하는 혐원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정책도 금연인구와 흡연인구 두 계층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면서 "법적 판단을 제외하고 양쪽 모두 수령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현재로서는 금연구역 지정이 아닌 흡연구역의 설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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