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도 저상버스 이용할 수 있다"
교통약자법 "저상버스 이용할 수 있고 운전기사는 탑승 도와야"
- 고유선 기자
(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 # 지난 8월29일 대전에 사는 A씨는 14개월된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유모차를 가지고 저상버스에 오르다 불쾌한 경험을 했다. 그는 유모차를 끌고있는 자신을 보고도 기사가 뒷 문을 열어주지 않아 앞 문으로 승차했다. 하지만 요금통에 그만 유모차가 걸려 탈 수 없었다.
A씨는 뒷 문을 열어줄 것을 기사에게 부탁했으나 기사는 "저상버스가 유모차 태우려고 있는 차인 줄 아냐. 접어서 타라"고 호통을 쳤다. 기사는 "유모차도 저상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A씨의 항변에 뒷 문을 열어주면서도 "그런 편법으로 편하게 살지 말아라"라고 핀잔을 주며 "(유모차를 가지고 저상버스에 탈 수 있는 지) 꼭 시에 알아보라"고 말했다.
# 지난달 12일 서울에 거주하는 B씨도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다 돌아오는 저상버스에서 같은 일을 겪었다. 버스가 보도블록과 떨어진 곳에 정차해 유모차를 가지고 찻길로 내려갔다가 다시 버스에 올라야만 했다.
B씨는 두돌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있었으며 6개월차 임신부이기도 했다. B씨는 차를 가까이 대줄 것을 요청했다. 기사는 "유모차를 접고 타든지 해라. (그냥) 빨리 타라"고 일축했다.
A, B씨처럼 유모차를 타고 일반버스도 아닌 저상버스에 오르려다 '봉변'을 당한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교통약자들에 대한 배려에 더해 관련 법 조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에 따르면 유모차를 가지고도 저상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교통약자법 제2조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을 '교통약자'로 칭하며 제3조는 교통약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등을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저상버스를 차량내 계단을 제거하고 수평 승하차가 가능하도록 제작된 버스로 차체가 낮고 계단이 없어 휠체어나 유모차 등이 쉽게 탑승할 수 있는 버스라고 안내하고 있다.
교통약자법 제14조에 따르면 노선버스 운송사업자는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승하차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하고 승하차 편의를 제공하여야 하는 의무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만든 버스가 저상버스인만큼 유모차도 휠체어와 마찬가지로 접지 않은 상태로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유모차가 승차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운전기사가 도와주는 게 맞다"고 했다.
운전기사가 유모차의 승차를 거부하거나 유모차의 탑승을 돕지 않아 승차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단속될 수 있으며 단속에서 적발될 경우에는 운송회사가 벌점 등의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
단속될 경우 페널티를 주는 등의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단속이 이뤄지진 않는다.
서울시도 단속 규정은 마련하고 있지만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한 버스 이용 사례가 흔치 않다는 이유로 운행실태 점검항목에선 이를 제외한 상황이다.
운전기사가 유모차까지 탑승을 도울 수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유모차까지 기사가 내려, 도와야 한다면 같은 교통약자인 노인들까지도 승하차를 다 도와야 한다"며 "법 적용을 하려면 한도끝도 없고 현실적으로 다 돕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많은 승객들을 빠르게 실어나르는 대중교통의 특성상 모든 교통약자 승객들에게 일대일 서비스를 제공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가장 많은 승객들이 이용하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더욱이 그렇다.
A씨는 "대전시에선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상태로 저상버스를 이용가능하다는 답변을 해주면서 출·퇴근 시간과 승객이 많은 시간을 피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출·퇴근 시간대와 승객이 많을 때를 제외하곤 당당히 이용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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