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굣길 불안"…月 70만원 '통학 도우미' 찾는 학부모들
강남 맞벌이 위주로 입소문 .. CCTV로 차량내부 실시간 확인도 가능
- 조민지 인턴기자
(서울=뉴스1) 조민지 인턴기자 = "이게 뭐 하는 차예요?" 서울의 한 학원가를 지나가던 시민이 신기한 듯 묻는다. 학원 차도 아니고 학부모의 자가용도 아니다. 알만한 엄마들은 이미 다 안다는 등하교·등하원 서비스 전문 D업체의 차량이다.
1일 오후 종로구에서 통학 도우미와 함께 학원에 가는 초등학교 2학년 남자 아이를 만났다. 아이가 집 문을 열고 나오자 통학 도우미가 문 앞에서 아이를 친절하게 맞이한다. 아이는 익숙하게 도우미의 손을 잡고 집 앞에 주차된 차로 이동한다. 아이를 차에 태운 도우미는 안전벨트를 채워준 후 출발한다. 차 안에는 카메라가 하나 달려 있다. 도우미는 "이동하는 중에 차 내부 모습을 학부모님께 실시간으로 보내드려요. 어머니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아하세요"라고 말한다.
15분 정도 이동해 한 학원 앞에 도착한다. 대로변에 위치한 학원이라 주변에 차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학원 차들도 길가에 늘어서 있어 다소 위험해 보이는 상황. 도우미는 학원 옆 골목에 주차를 하고 아이를 안전하게 학원 안까지 들여보낸다. 학원이 끝나면 아이는 다시 도우미의 차량을 타고 집으로 귀가한다.
이날 만난 D업체는 작년 2월에 설립되어 현재 등하교·등하원 서비스 전문 종합 경호 업체로 등록돼 있다. 서울시에 신고된 247개의 신변보호 업체 중 어린이들의 등하교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D업체가 유일하다.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아이들의 통학을 돕는 도우미들이 동네별로 꽤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학 도우미를 찾는 부모들의 수소문도 많이 볼 수 있다. 정식 업체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파악할 수 없지만 서울 강남 학원가 일대와 대도시 중심으로 '통학 도우미'라는 서비스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D업체의 경우 1회 이용 요금은 기본료 편도 1만7500원(거리 6km 이내, 30분 이내)에 추가적으로 요금이 추가된다. 하루 30분 이내 거리를 왕복으로 한달 20회씩만 이용한다 해도 70만원이 드는 고가의 서비스다. 이용시간이 늘어날 경우 요금은 달라진다. 필요할때마다 단기 혹은 장기 이용이 모두 가능하다. 월 2500원을 추가하면 학부모는 스마트폰을 통해 차량 내부 상황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볼 수 있고 요청할 경우 차량 이동 시 간식 서비스나 교육용 DVD 시청도 가능하다.
D업체 관계자는 "학교가 마치는 시간대인 오후 3~6시 사이에 일정이 대부분 몰려 있다.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고 특히 여자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D업체 누적 이용객 수는 274명이며 점점 이용자가 늘고 있다. 전화 및 카카오톡 상담을 통해 수시로 문의가 들어오고 있고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매일 한두 건 이상의 견적 문의가 올라온다. 이날 만난 D업체 도우미는 "도우미 한 명당 하루 평균 8~10명의 아이들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왜 엄마들은 통학 도우미를 찾는 걸까. 여기에는 교육 현장, 정부 정책, 학원가 상황, 교육열 등 복합적 현실이 맞물려 있다. 내 아이 내가 데려다 주는 게 가장 좋고 마음 놓인다는 건 어느 엄마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일단 맞벌이 부모의 경우 학교가 끝난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 주는 일은 꿈도 못꾼다.
여기에 올해부터 서울시 초등학교 598교 중 447교에서 9시 등교가 시작되며 맞벌이 부모의 고충은 더 커졌다. 그나마 출근길에 아이를 학교에라도 데려다 줄 수 있었던 맞벌이 학부모들은 아침 학교 돌봄 교실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 등교길에 데려다 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유치원에는 있는 종일반이 초등학교부터 없어지는 정부의 보육 지원 정책 역시 이런 사설 서비스에 부모들이 의존하게 만드는 이유의 하나다. 1년 째 D업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한 학부모는 "영·유아에 대해서는 누리과정 지원이 있어서 학비는 물론 저녁 7시 반까지 돌봐주는 유치원 종일반도 지원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다 끊긴다. 7세나 8세나 사실 똑같이 어린 아이이고 보살핌이 필요한데 지원이 끊겨버리니까 방과 후에 아이 돌보는 일은 집집마다 대책을 세워야 하는 형편"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맞벌이 학부모들은 방과 후에 아이들을 집에 혼자 두기보다는 대부분 학원으로 돌린다. 맞벌이를 하는 이 학부모는 초등학교 5학년과 1학년 두 자녀의 등하교·등하원을 D업체에 맡기고 있다. 그는 "이왕 보내는 거 좋은 학원 보내고 싶어서 대치동 쪽 학원을 보낸다. 그런데 그쪽 학원은 셔틀 운행을 안 한다. 나는 데려다 줄 수 없고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태워 보내는 것도 겁이 난다"며 서비스 이용의 이유를 설명했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사이에 발생하는 각종 안전 사고가 잇따르며 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는 실정이다. 3월 30일에는 용인의 한 태권도 학원 차량이 운행 중 뒷문이 열려 타고 있던 6세 여자 아이가 도로로 튕겨져 나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달에만 어린이집 통학 버스 및 학원 차량에 의한 영·유아 사망 사고가 세 건이나 발생했다.
어린이 통학 차량 안전 기준을 강화한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됐음에도 통학 차량 인명 사고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등하굣길에 발생할 수 있는 어린이 유괴 등의 아동범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영업 및 호객행위, 아이들을 유혹하는 각종 시설들을 생각하면 길에 아이들을 내놓는 일이 절로 겁날 수밖에 없다.
한 학부모는 "학교 끝나는 시간에 학교 앞에 가봐라. 어린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길가에는 엄마들 승용차랑 학원 차량들이 뒤엉켜 있다. 차 사이로 요리조리 지나가거나 도로를 건너가는 아이들이 많은데 자칫하면 사고가 날 것 같다"고 말한다. 자녀를 셔틀이 있는 학원에 보내보기도 했다는 그는 "학원 차 기사님은 운전에만 신경쓸 뿐 아이가 차를 타고 내릴 때 직접 인솔해 주지 않아 불안하다"고 말하며 "통학 도우미는 아이에게 굉장히 상냥하고 밝게 이야기를 하고 학원 문 앞까지 직접 데려다주기 때문에 훨씬 안심 된다"고 설명한다.
'이용 요금이 부담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이를 직접 데려다 줘 본 경험이 있다는 한 학부모는 "부모가 차로 직접 데려다 줄 때 드는 기름 값, 주차 비용, 아이 기다리면서 마시는 커피 값, 기다릴 때 버리는 시간 등을 다 따지면 차라리 둘이 벌면서 업체에 맡기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면서 "주변에 추천을 하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비싸다고 하던 어머니들도 결국에는 이용하시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비스의 관리 감독은 잘 이뤄지고 있을까. D업체는 설립 당시 유상운송사업자로 등록을 했었지만 올해 들어 경호 업체로 바꿨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학교나 학원과 무관한 업체가 아동 운송업을 맡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호업체의 배치 신고는 각 지역 경찰서 담당이다. 그런데 담당 경찰서에는 이러한 통학 서비스 전문 경호 업체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시내 대표적 학원가가 있는 다섯 곳 대치동, 서초, 노량진, 목동, 중계동의 관할 경찰서에 문의한 결과, D업체의 배치 신고를 받은 강남경찰서 외에는 그런 종류의 업체가 등록돼 있지 않았다. 강남경찰서 관계자 역시 "D업체가 배치 신고를 했을 때 이런 업체가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경호업체로 등록한 D업체와는 달리 또다른 업체들은 학원이나 체육 클럽 등을 함께 운영하는 방법으로 교육 목적 유상 운송 허가를 받기도 한다. 유상운송 사업자 범위를 확대하는 법규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이들은 '아동 통학 서비스'라는 정식 업체로 승인받는 대신 기존에 있는 다른 서비스 업체로 등록하는 편법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사고 발생에 대비해 D업체 관계자는 "이용 중 사고가 날 경우 업체 측에서 종합 보험 처리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한편 학부모들의 수요가 늘어나며 이용 요금은 더 올라갈 예정이다. D업체 관계자는 "지금 요금은 사실 상당히 저렴한 금액이다. 차량 유지비, 주차비, 도우미들 급여 등을 다 생각하면 계산이 안 나온다. 조만간 값을 올리려고 한다"고 말한다.
학부모들을 직접 만나서 들어보니 '통학 도우미'의 등장을 단순히 '돈 많은 극성 엄마들의 유별난 자식 사랑'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각종 안전사고와 아동범죄에 노출된 아이들의 등하굣길과 학원 통학길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록 워킹맘들은 돈을 더 들여서라도 내 아이의 교육과 안전을 보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통학 도우미' 가 편법의 한계를 벗어나 서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맞벌이 부부와 워킹맘의 어려움을 고려한 '아동 운수 업체'에 대한 법규와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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