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어진 아이들'…어린이집 문닫을 위기에 학부모 '발동동'

구청 "어린이집과 살림, 병행 안된다…운영비 투명성 위해"
어린이집·학부모 "24시간·휴일 어린이집 사실상 유일…휴원 막아달라"

휴일·24시간 보육을 진행하던 서울 강동구의 한 민간 어린이집이 '살림과 어린이집을 병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 News1

(서울=뉴스1) 권혜정 황라현 기자 = "당장 아이들을 보낼 곳이 없어요. 제가 일을 그만두든, 아내가 그만두든 해야 할텐데 정말 답답할 따름입니다."

24시간·휴일 보육을 진행하던 서울 강동구의 한 민간 어린이집이 "살림과 어린이집을 병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구청으로부터 위법 통보를 받아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던 수십명의 학부모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학부모들은 "어떻게든 어린이집 휴원만은 막기 위해 법령도 뒤져보고 관할 구의원들과 접촉도 했지만 나아지는 게 없어 애만 타고 있다"고 호소했다.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예지어린이집에 3살배기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이모씨는 "어린이집에 문제가 생긴 이후 요즘 일이 통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온통 어린이집 생각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부부 모두가 서비스직종에 종사하고 있는만큼 휴일에 출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강동구에 유일한 24시간·휴일 보육지정 어린이집은 예지어린이집이 유일한데 이 곳이 문을 닫게 될 경우 나와 부인 둘 중에 하나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씨 부부는 24시간·휴일 보육 지정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기기 위해 최근 둔춘동으로 이사까지 했다. 무려 1년이라는 대기시간을 거쳐 드디어 아이들을 맘 놓고 맡길 수 있게 된 상황에서 휴원 위기는 날벼락과 다름 없었다.

14일 예지어린이집, 학부모 등에 따르면 24시간·휴일 보육 지정 민간 어린이집인 이곳은 최근 강동구청으로부터 위법 통보를 받았다.

0세부터 만 3세까지 유아 30여명이 등원하고 있는 해당 어린이집에는 윤양순 원장을 제외하고 11명의 보육교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1994년부터 강동구에서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윤 원장은 처음부터 어린이집과 살림을 병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까지 둔촌동 아파트단지 상가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2013년 11월 어린이집 확장을 위해 둔촌동에 4층짜리 건물을 지어 지금의 예지어린이집 문을 열었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어린이집, 지하와 4층은 살림 등을 위해 사용하던 윤 원장은 어린이집을 인가받는 과정에서도 어떠한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어린이집 정원을 33명에서 39명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정원 증가 신청에 따라 실사를 나온 강동구청 측이 "어린이집과 살림을 병행해서는 안된다"며 위법 사항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윤 원장은 "지난 20여년간 보육교사로 일하며 단 한번도 살림과 어린이집을 병행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지난 2005년 어린이집과 주거시설을 함께 운영할 수 없도록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구청 측은 해당 어린이집은 어린이집으로 건축허가를 받았음에도 주거시설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 영유아보육법 제15조, 건축법 제19조 등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구청 측은 해당 어린이집이 무단으로 용도 변경 등 위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증원 신청을 반려했다.

그러나 윤 원장은 "해당 법이 제대로 통보된 적이 없어 어린이집을 방문했던 구청 직원도 역시 '어린이집으로 사용되는 1~3층만을 보고 가라'는 말에 의심없이 답사를 마쳤다"며 "이후 돌연 내려진 휴원 통보에 대해 항의하자 구청 측은 '증원을 하지 않을 경우 눈감아 주겠다'는 식으로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윤 원장은 그러나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집이 '불법'으로 운영되면서 구청 측의 단속에 언제 적발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어 건물 전체를 어린이집으로 운영하되 72명으로 증원을 허가해달라고 구청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반려됐다.

윤 원장은 "현실적으로 24시간 보육과 휴일 보육을 하기 위해서는 살림과 어린이집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며 "병행할 경우 아이들이 더욱 안전하기 때문에 아이를 맡기는 학부모나 야간에 아이를 돌보는 교사 모두 안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통보에 당장 아이들을 보낼 곳이 없어진 수십명의 학부모들은 대책회의를 여는 등 어린이집 휴원을 막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확실한 해결책은 어디에도 없는 상태다.

해당 어린이집에 4살짜리 아이를 보내고 있는 이모(34·여)씨는 "명절 등 휴일에 근무해야 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 휴일과 24시간 보육을 하는 예지어린이집을 택했다"며 "휴일 보육을 하는 어린이집을 정말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잠시 아이 보육 문제 때문에 일을 쉬고 있다는 이씨는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예지어린이집이 없어질 경우 당장 아이를 보낼 곳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현재 이 어린이집에 우리 아이를 포함해 모두 9명이 휴일 보육을 받고 있는데 모두 갈 곳이 없어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어린이집이 없어지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맞벌이 부부"라며 "부모 입장에서 오히려 24시간과 휴일 보육을 하는 어린이집에서 원장 부부가 살림을 병행한다는 사실이 안심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역시 "야심한 시간 어린이집에 보통 여자들만 있어 마음이 놓이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이 어린이집에는 원장 부부가 거주하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며 "최근 새벽 술취한 사람이 어린이집에 침입하려던 것을 원장 부부가 제어해 큰 사고를 모면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상 법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학부모들은 하루하루 애만 타고 있다"며 "구청에서 휴일과 24시간 보육을 책임지는 민간 어린이집에 대해 지원은 하지 못할망정 오히려 그나마 있는 곳을 없애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학부모는 답답한 마음에 새벽까지 영유아보육법에 대해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학부모 류모씨는 "법률적 문제가 걸려 있다 보니 보육법 지침을 모두 읽어봤다"며 "그러나 440여페이지 가량 중 주거와 어린이집을 병행해서는 안된다는 문구는 단 한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지적한 문제는 법률이 아니라 지침사항에 해당한다"고도 덧붙였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동구청 측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인가를 신청했을 때에는 살림과 어린이집이 병행되고 있지 않았다"며 "이후 증원 신청에 따라 현장조사를 나갔다가 살림 병행 문제를 적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이집과 주거가 분리 안 될 경우 어린이집 운영비로 살림 등 생활비를 충당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나 예지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사정을 고려해 아직까지 휴원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한편 보건복지부에 이와 관련한 문제를 질의해 놓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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