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 피해자들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3000명 금감원앞 대규모 집회 "평생 모은 피같은 돈"

동양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동양그룹 사태의 피해 최소화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피땀 흘린 서민들을 정부는 외면 말라', '고객 원금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3.10.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평생 모은 피같은 돈, 돌려달라. 제발 살려달라."

동양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 대집회'를 열고 "동양증권은 채권 사기 판매 인정하고 정부는 개인투자자 보호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과 부산, 대구,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동양그룹 CP와 회사채 투자 피해자 주최 측 추산 3000여 명(경찰 추산 1500명)이 모였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병력 9개 중대 700여 명도 투입됐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들은 눈물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평생 막노동으로 번 돈 6억300만원을 동양그룹 사태로 모두 잃게 생겼다는 이현우 할아버지(75·울산)는 "평생 일해 모은 돈을 날리게 생겨 억울해 못살겠다"며 "자식 볼 면목도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 할아버지는 "이자를 최고 7.5%까지 많이 준다고, 정말 안전하다고 하는 말만 믿고 동양그룹에 투자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이 체결된 시점이 동양그룹이 위기에 처한 7~8월이다"며 "채권을 판매한 동양그룹 직원은 충분히 이 사태를 예견했을 텐데 한순간에 인생이 파탄났다"고 호소했다.

청주에서 올라온 이저의 할아버지(70) 역시 "만기도 되지 않은 일반 예금에 있던 돈을 동양그룹 직원이 한 마디 말도 없이 해약한 뒤 이 돈을 동양그룹 채권에 투자했다"며 "부인과 함께 정신지체 장애 3급인 아들을 키우며 평생 농사 지어 모은 돈이 모두 사라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강원도에서 올라온 최희주씨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반 예금에 있던 돈이 동양그룹 채권에 투자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씨는 "분명 1억원 만을 동양그룹 채권에 투자하기로 했는데 어느날 통장을 뒤져보니 1억200만원이 투자돼 있더라"며 "동양그룹 직원은 내 통장 비밀번호를 외운 뒤 이를 일반 예금에 있던 돈을 채권에 투자하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투자 계약서를 체결할 당시에도 위험 부담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동양그룹 측은 채권에 투자할 때 '인기 상품이라 투자할 수 없다'고 속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연락해 '고객님께만 특별히 투자 기회가 생겼다'고 속여 투자를 유도했다"며 "그 후에 이 직원은 일반 CMA 계좌 안에 있는 금액을 상의도 없이 동양그룹 채권에 투자했다"고 호소했다.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동양그룹 사태, 피해 최소화와 대책 마련 항의 집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피땀 흘린 서민들을 정부는 외면 말라', '고객 원금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3.10.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인 성향자씨(57)는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며 "박근혜 대통령님, 제발 도와주세요"라며 "피같은 돈입니다"라고 울부짖기도 했다.

이날 동양채권자 비대위는 "재계순위 38위인 동양그룹이 5만여 명의 시민을 상대로 금융사기를 쳤다"며 "이같은 불법행위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은 이들의 사기행위를 방치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정부는 동양증권의 불완전 판매에 대해 금융당국의 늦장 대처로 손해를 본 피해자들에게 실질적 대책을 발표하라"며 "진상을 규명해 동양사태의 장본인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 등을 엄벌에 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신제윤 금융위원장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동양그룹 투자부적격등급 CP와 회사채를 금융지식에 문외한 개인에 집중 판매할 수 있도록 방치하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실패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은 개인피해자 보호를 위해 동양증권 금융상품 소개에서 판매까지 모든 계약 과정의 전화 녹취, 계약서 및 사실정황을 전수 조사해 위법성 여부를 조사하라"며 "또한 금융감독원은 동양그룹 개인 채권단 협의회 구성을 악의적으로 방해하고 서류를 위조한 동양증권에게 영업정지를 명령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또 "동양그룹 사태는 다른 법정관리 사례들과는 달리 대다수의 채권금액이 개인에게 분산돼 있다"며 "개개인의 금액은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많게는 몇억씩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양그룹은 치밀하게 법정관리 신청을 준비했으나 개인 채권자들은 급작스러운 일이라 전혀 준비를 하지 못했다"며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의 신청일로부터 1월 이내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에 개인채권단 협의회 사단법인 등록 이후로 법정관리 판단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된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와 CP는 15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는 4만9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