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인호 빈소, 각계각층 망라 '애도 물결'(종합)
유진룡 문화부 장관, 조정래 작가, 배우 신성일 등
28일 오전 9시 명동성당 영결미사 추기경 집전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25일 세상을 떠난 고(故) 최인호 작가의 빈소가 차려진 지 이틀 째. 첫날에 이어 26일 역시 빈소에는 고인을 기리기 위한 각계각층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고인의 빈소에는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과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김한길 민주당 대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보낸 근조화환들이 가득 메웠다.
배우 안성기와 고현정 등 연예 관계자와 문학과지성, 샘터 등 출판사 관계자들의 근조화환도 눈에 띄었다.
고인의 장례절차는 평소 천주교 신자이던 고인의 뜻에 따라 천주교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빈소 앞에는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금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고인과 고교 동문임을 언급하며 "고인은 고교에서 워낙 문재(文材)로 소문이 나 마치 신화적인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유 장관은 "투병 소식을 듣고 찾아뵙지 못해 서운하고 죄송하다"며 "성품이 따뜻하신 고인은 후배들을 잘 보듬어주셨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고인의 작품 중 '별들의 고향'을 좋아한다는 유 장관은 "고인의 감수성에 절박하게 공감했다"며 '별들의 고향' 출판작을 읽다가 학교에 결석하기까지 한 지인의 일화를 소개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역시 고인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 중임에도 빈소를 찾은 이 전 장관은 5분 여간 빈소에 머문 뒤 "문학가들이 문단 외 활동을 많이 하는데 최인호는 문단 외에 일은 하지 않았다.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순수한 작가가 떠났다"고 애도했다.
또 "(고인은) 지금 발랄한 한류 문화라든지 이런 것의 물꼬를 튼 사람"이라며 "상상력을 실제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제 1세대 청년문화를 이끈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고인과 함께 한국 문학계를 이끈 조정래 작가와 문예출판사 전병석 대표, 김병총 작가 역시 고인을 위로하기 위해 이날 빈소를 찾았다.
이들은 빈소에 오랜 시간을 머물며 고인의 베스트 셀러인 '별들의 고향'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했다.
전 대표는 "('별들의 고향'이 연재되던 당시) 출판사 예문관 고 최해운 대표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간호사들이 서로 싸우고 있어서 봤더니 조선일보에 연재된 '별들의 고향'을 보려는 것이었다"면서 "최 대표가 퇴원 후 명동에 가서 술을 먹는데도 모두들 '별들의 고향'을 얘기해서 최인호를 찾아갔다"고 회상했다.
이를 계기로 고인은 예문관과 10년 계약을 맺었다. 당시 '별들의 고향'은 100만부 이상 팔렸다. 전 대표는 "최인호는 베스트셀러 제조기"라고 덧붙였다.
조정래는 "'별들의 고향'이 100만부 이상 팔리자 예문관이 한 달 정도 최인호를 세계 일주 여행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김병총은 고인에 대해 "한국 소설사에 최인호를 빼고는 이야기가 안 된다"며 "그는 밀리언셀러 시대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전 대표는 최인호를 떠올리며 "그는 술자리에서 다른 작가를 폄하하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조정래나 최인호는 글로 이야기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똑같다"고 말했다.
'무진기행'의 김승옥 작가는 1971년부터 월간 '샘터' 편집 주간을 맡았던 기억을 되살리며 "1975년부터 최인호로부터 쭉 원고를 받으며 1년에 한번씩 모여서 식사했다"며 "최인호는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떠올렸다.
김병익 문학평론가 역시 이날 빈소를 찾아 "심한 암투병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 이렇게 일찍 갈 줄 짐작 못했다. 건강하게 더 살아 더 좋은 작품을 쓰리라 생각했다"고 침통한 심정을 밝혔다.
1970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창간한 1세대 편집동인(김주연·김치수·김현) 중 한명인 김 평론가는 "최인호씨가 데뷔한 뒤 문학적 평가를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에서 제일 적극적으로 했다. '타인의 방', '술꾼' 등 초기 단편을 잡지에 재수록하며 새로운 감수성의 작가라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고인은 청년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1970년대 대표 작가였다"면서 "스스로 청년 문화의 꽃 혹은 대표라 자인하고 활발하게 활동했다. 청년 문화 이미지가 가장 맞는 작가인 것 같다. 문학·기질적으로 많이 상통한다"고 바라봤다.
샘터사 대표 김성구씨는 고인을 '작가'라고 한 마디로 표현하며 "고인은 생전 괴팍하지만 다정하고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이어 "(고인에 죽음에) 누구나 안타까워할 것"이라며 "다른 작가들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고인은 '작가가 공인하는 작가'였다. 언제나 글의 깊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문학계 인사 외에 고인과 인연을 맺은 배우 등 연예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배우 신성일은 "최인호 작가가 조선일보에서 '별들의 고향'을 연재해 열심히 재밌게 읽었다"며 "1973년 영화 '별들의 고향' 시나리오를 봤다. 당시 촬영 현장에서 이장호 감독이 '별들의 고향' 책을 들고 영화를 찍었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신성일은 "이 작품으로 청년 문화가 형성됐다"며 "당시 반공영화 등이 이어지고 재미있는 작품이 없을 때 최인호 작가가 재밌는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계에서 귀하고 고마운 존재"라고 말하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고인과 절친한 친구로 지냈던 가수 조영남은 "가수 이장희와 인호,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서 정말 식구처럼 친하게 지냈다"며 "셋이 장어집에 앉아 4,5시간을 내리 이야기한 뒤 '야, 우리가 몇 시간 동안 여자이야기만 했다'며 껄껄 웃었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추억을 마지막으로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리고 오늘 이렇게 인사를 하게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조영남은 "세시봉으로 활동하던 1960~1970년대 당시 인호가 우리나라를 '청바지 문화'로 뒤집었다고 하더라"며 "인호가 그런 인물인지 나중에야 알았다. 어렸을 적 친구가 어느날 대문호가 돼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배우 강석우는 "1986년 '겨울 나그네'라는 영화가 개봉되고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람들은 지금도 내게 '피리부는 소년'이라며 '겨울 나그네'를 이야기한다"며 "영화 개봉 날 충무로 명보극장 앞 2층 다방에 넷이 나란히 앉아 극장을 내려다보는데 형님이 '야, 앞으로 '피리부는 소년'은 평생 따라다닐 거야'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내 머리가 이렇게 새하얀데도 사람들이 '피리 부는 소년'을 기억하는걸 보면 형님은 참 대단한 분이셨다"고 덧붙였다.
강석우는 고인에 대해 "내 젊은 시절 대장처럼 모셨던 좋은 분"이라며 "그 시절, 청춘문화에 있어 '선생'이자 '큰 형님'이었다"고 회상했다.
배우 손숙 역시 이날 빈소를 찾아 "고인이 나이를 먹으면서 작품이 깊어지고 종교적이 됐다"며 '별들의 고향'과 '상도'를 유작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았다.
이외에도 배우 윤여정, 윤유선, 김종결, 가수 이장희, 윤형주, 전유성 등의 많은 연예인들이 이날 빈소를 찾아 고인의 가는길을 애도했다.
정치·재계 인사 역시 이날 고인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고인의 빈소를 찾아 "문단을 위해서나 당신의 삶을 위해서나 조금 더 우리와 함께 했어야 했던 분인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어 "(고인은)제게 문단에 등단할 때 최초로 알려지지 않았던 김한길을 인정해주고 중앙 문단에 소개해 준 분"이라며 "각별히 저를 이끌어준 선배이자 저와 관계를 떠나서 문단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참으로 큰 별이었다고 생각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고인과 대학 동창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역시 "좋은 분이셨다"며 "오래 사셔서 좋은 책 많이 썼어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이 외에도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의 각계 인사들이 고인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한편 고인은 2008년 5월 침샘암이 발병해 5년간 투병했다. 1945년 서울에서 3남 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나 서울중·고등학교,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등을 졸업했다.
서울고등학교 2학년 재학시절인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벽구멍으로'로 등단한 뒤 소설 '별들의 고향', '상도' 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고인의 발인은 서울성모병원에서 28일 오전 7시30분이다. 고인의 영결 미사는 우리나라 가톨릭의 본산인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이날 오전 9시 정진석 추기경이 직접 집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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