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김승환 결혼 "우리는 명실공히 부부"

국내 최초 공개 동성 결혼식 서울 청계천서 개최

동성연인으로 알려진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열리는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이들은 결혼식 축의금과 올해 하반기, 내년 상반기 모금을 통해 성소수자 인권센터인 '신나는 센터'와 이를 운영하는 성소수자 인권 재단(가칭)을 설립할 계획이다. 누구나 공개된 계좌로 입금할 수 있다. 2013.9.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두 시간 뒤 결혼식을 마치면 법적으로 인정하든 안 하든 우리는 명실공히 부부가 된다."

국내 최초로 공개 동성 결혼을 올리는 청년필름 대표 김조광수(48) 감독과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의 김승환(29) 대표가 7일 오후 4시55분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당연한 결혼식-어느 멋진 날'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척 기쁘다. 결혼식까지 난관이 많았다"면서 "오늘 무대 설치부터 시작해서 광통교 앞에서 결혼식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무대 설치도 무사히 끝나고 많은 분들이 와서 다행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우리를 앞으로 부부라고 정확히 불러주면 고맙겠다"며 "이미 전 세계 16개 나라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고, 동성결혼은 세계적 추세이고 당연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도 곧 동성 결혼이 당연한 결혼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행사장에는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찾아와 결혼식 현장을 방해하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이 출동해 해산을 권유함으로써 상황은 일단락돼 이날 오전부터 무대와 기기 설치가 시작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결혼식을 방해하는 이들을 향해 "우리 결혼을 당연하게 생각해주면 고맙겠지만 아니라면 결혼을 방해하지 말아달라"라며 "나도 기독교 신자고 모든 기독교가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는다. 특히 성공회에는 동성애를 당당히 밝힌 사제와 주교님이 계신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결혼식을 마친 뒤 혼인신고를 할 예정이지만 준비가 필요해 당장 진행하지는 않는다. 김 감독은 "혼인신고가 반려되면 행정 소송과 헌법 소원을 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라며 "동성 결혼뿐만 아니라 동성애자들의 다양한 결합을 여러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은 지난 5월 중순 결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월에는 결혼식 세부 계획을 알리며 꾸준히 자신들의 결혼식을 공개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우리가 이성애자였다면 이효리처럼 조용히 결혼했을 것이다"며 "우리 결혼을 계기로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처럼 결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요란법석을 떨면서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런 결혼식을 통해서 사람들이 동성 결혼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의식 변화를 이끌어낸 뒤 제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영화 시나리오 구상을, 김 대표는 책 집필 작업을 하고 있어 신혼여행은 결혼식 직후가 아닌 연말에 떠날 계획이다. 이들은 신혼여행지로 멕시코 칸쿤과 쿠바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이날 결혼식 사회는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의 오랜 지인인 영화감독 변영주, 김태용, 이해용이 맡는다. 결혼식이 축제가 되길 바란다는 커플의 바람대로 결혼식은 엄숙한 주례식 대신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 록 밴드 허클베리핀 등의 축하 공연으로 진행된다.

또 진선미 민주당 의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유명인사의 축하 인사가 이어지는 신나는 무대로 꾸며진다. 김조광수-김승환의 결혼식 본식은 남성동성애자 합창단 지보이스가 참여하는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된다.

gir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