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납치한 민주주의 찾아요" 수만개 촛불물결

국정원 선거개입비판 촛불집회에 시민 3만여명 참가
특검과 대통령사과 요구
재향경우회 3천여명 '종북세력척결' 맞불집회도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개입 규탄 9차 범국민 촛불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8.2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국정원이 납치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는 수만개의 촛불이 물결을 이뤘다.

참여연대 등 2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는 이날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 제9차 범국민촛불대회'를 열고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와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는 문화제 형식의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모인 3만 여명(경찰 추산 5000명)의 시민들과 단체들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미완으로 끝난 국정원 국정조사가 특별검사 수사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청계광장에는 엄마 손을 붙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20대 청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온 7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함께 경기도 고양시에서 청계광장을 찾은 현경미씨(45·여)는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국정원 관련 국정조사 뉴스를 접했고 이에 화가 나 촛불집회를 찾았다"며 "오늘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아들과 함께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에게 '민주주의는 너희들 세대에서도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씨와 함께 청계광장을 찾은 아들 김모군(13)은 "사람이 참 많이 온 것 같다"며 놀란 토끼눈을 한 채 촛불을 바라봤다.

금요일 저녁 '불금'을 포기하고 친구와 함께 청계광장을 찾은 김모씨(22·여)는 "촛불집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해서 와봤다"며 "이번 국정원 사태뿐만 아니라 대선 결과 자체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손에 촛불을 든 김씨의 친구 이모씨(22·여)씨는 "촛불집회에 참석하니 오히려 생각이 복잡해진다"며 "부조리함에 화가 나고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공동대표는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 대선 여론을 조작하는 등 대선에 개입했다"며 "이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장은 대선 개입을 자행했고 서울경찰청장은 진상을 축소·은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국가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대국민 흑색선전전"이라며 "국정원의 거듭되는 국가문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헌법 수호에 책임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공동대표는 "이번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정조사에 훼방을 놓았다"며 "국정원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선 독립적 특검이 실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시국회의는 국정원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실시를 위해 9월 14일까지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개입 규탄 9차 범국민 촛불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8.2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날 참석한 우원식 민주당 을지로살리기위원장은 "국정원 사태 국정조사에 화난 시민들이 금요일 저녁 이렇게나 많이 모였다"며 "국정조사에서 완전히 진상을 밝혀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온갖 방해 공작이 있었다"며 "특검 조사 등을 통해 국정원 사태에 대한 완전한 진상규명이 되는 날까지 민주당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또 "두려움 없이 진실을 말한 권은희 수사과장 같은 분들로 인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청와대 앞에서 3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번 국정조사에서의 여당의 행태를 비난하며 "전모를 밝히기 위해 전국민이 전국 곳곳에서 정의의 촛불을 들어야 한다"며 "특검으로 전모를 밝혀내자"고 강조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 역시 "국정조사는 만신창의였다"며 "정부가 잘못한 일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한편 같은 시간 대한민국재향경우회는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반(反) 국가 종북세력 대(大)척결 6차 국민대회'를 열고 "검찰은 검찰 내 반 국가 종북세력과 짜깁기 정치검찰을 색출해 퇴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모인 3000여 명의 회원(주최·경찰 추산)들은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증인들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정치권은 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에 대해 국정원과 경찰이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예단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