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포샵을…. 결과물은 책임 안져요"
사진 재미있게 바꿔주는 페이스북 페이지 인기
'포샵해드립니다' 페이지 관리자 3인방 인터뷰
페이스북에 무료로 사진에 합성작업을 해주는 '능력자'들이 있다고 해 의뢰했다. 웬걸, 기차는 달려오는데 그게 '꼬마기관차 토마스'다.
이같은 합성사진들이 최근 유머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런 엉뚱한 합성작품들의 출처는 대부분 페이스북 '포샵해드립니다' 페이지(facebook.com/freephoshop)다.
페이스북이 개인적인 용도를 넘어 각종 생활정보나 유머, 동영상 등을 공유하거나 기업홍보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개인계정이 아닌 '페이지' 들이 느는 추세다.
'포샵해드립니다' 페이지도 역시 이 가운데 하나다.
'포샵'은 미국의 어도비 시스템사가 만든 그래픽 편집용 소프트웨어인 '포토샵'(Photoshop)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이미지를 합성하거나 촬영된 사진에 후보정 작업을 거쳐 날씬하게 만들고 턱을 깎는 등 이른바 '사진 조작질'을 하는 모든 행위를 인터넷 은어로 '포샵한다'고 부르게 됐다.
포샵해드립니다 페이지는 의뢰인이 요청한 그대로 사진을 멋지게(?) 포샵해준다. 돈도 받지 않는다. 다만 결과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이 엄청난 결과물들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페이지는 지난달 26일 개설돼 한 달 만인 26일을 기준으로 총 6만9420명이 '좋아요'를 누른 인기 계정이 됐다.
이에 따라 페이지 관리자와 운영 목적 등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이지 개설 초창기부터 함께 해온 관리자 성원씨(25), 강동철씨(24), 도밍씨(21·여) 등을 만나봤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진이 공개되면 포샵 대상이 될까 두렵다며 촬영을 극구 거부했다.
◇친구 사진 합성하고 놀다가 해외 사이트에서 영감
현재 포샵해드립니다 페이지 관리자는 총 16명으로 대부분 20대 초반~30대다. 관리자를 지원했다가도 막상 활동이 뜸해지는 경우도 있어 멤버 교체가 잦다고 한다.
개설 당시부터 지금까지 해 온 세 사람은 모두 같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현재 일러스트레이터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친한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으로 합성하는 장난을 하다 해외에는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가 많은데 한국에는 없어 아쉽다는 생각에 '포샵해드립니다' 페이지를 개설할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무료작업? 짬 날 때 작업…생활에 지장 없어요"
포샵해드립니다 페이지 개설 이후 한 달 가까이 400장 가까운 사진을 작업했다. 하루 평균 13장 꼴로 작업을 해온 셈.
관리자 성원씨는 "남들이 보면 작업이 자주 올라오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막상 저희가 작업하는 양이 많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원이 많다 보니 한 명이 한두 작업씩만 해도 열 개, 스무 개씩 올리게 되는 것"이라며 "작업이 재미있어 낄낄대며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자들은 따로 어디에 사무실을 차리고 모여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일터에서 잠시 짬을 내 웹서핑을 할 시간에 취미 삼아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결과물이 의뢰자 페이스북 프로필 이미지로…'보람 느껴'
작업을 마친 결과물에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재밌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의뢰인의 반응이라고 관리자들은 입 모아 말했다.
성원씨는 "다른 사람 반응을 보는 것도 재밌지만 의뢰인 반응이 어떠냐에 따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의 작업물을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이나 커버 사진으로 쓰는 경우가 가장 기뻤다고 설명했다.
도밍씨는 "의뢰자분이 (페이지의 성향을 모르고) 진지하게 나오시거나 기껏 작업했는데 내려달라는 경우가 초반에 있어 가슴 아팠다"며 "페이지에 삭제할 수 없다는 공지를 남긴 뒤에는 사진을 내려달라는 항의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에 올라오는 모든 요청을 다 처리하기란 벅찬 일이다. 때문에 작업했을 때 재미있을 것 같고 해상도가 높은 것 위주로 선정해 포토샵 작업을 하는데 무작정 선정되지 못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글까지 따라다니며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도 생겨났다.
현재 사진작업 외에 댓글까지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관리인력이 부족해 댓글을 차단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목표는 '좋아요' 100만
페이지가 인기를 끌면서 기업 광고나 언론 인터뷰 제의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작업은 계속해서 무료로 진행하지만 광고 제의는 거절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동철씨는 "많이는 아니고 가끔 한두 개씩 스폰서나 광고 제의가 들어왔다"며 "우리와 비슷한 나이대에 창업하시는 분들이 재미있게 보고 제의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성원씨는 "페이지로 아예 수익구조를 생각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광고 제의가 들어오면 거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합성요소로 해당 제품이나 로고가 포함되는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노출시켜 인지도를 높이는 시스템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페이지를 언제까지 하겠다는 목표를 정하진 않았지만 현재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웃긴 동영상'처럼 100만 '좋아요'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또 이를 통해 작은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관리자 회식을 할 수 있을 수준의 광고수입을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참여할 수 있는 유머'가 인기비결
페이지에 공개되는 작업 결과물에는 의뢰 내용과 관리자들의 코멘트가 따라붙는다.
이 때문에 보통 유머 게시판에 떠돌아다니는 콘텐츠를 긁어 올리는 페이지와는 달리 의뢰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이 페이지는 의뢰 내용과 사진에 따라 재미가 크게 좌우된다.
도밍씨는 "페이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분이 의뢰하는 것 같다"며 "다른 사이트에 자신의 사진이 퍼 날라지는 것을 보고 오히려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페이지라는 게 단기간에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결과물이 점점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어 '한 달 만에 매너리즘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뢰 내용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동철씨도 "의뢰 내용 때문에 사진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에게 주로 들어오는 의뢰는 '뭔가를 지워달라', '여자친구를 만들어 달라', '폭파시켜달라', '변태 아닌 것 같아 보이게 해달라' 등 어느 정도 이들의 성향을 파악한 '뻔한' 의뢰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성원씨는 "의뢰자분들이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의뢰 내용이 다양해야 작업할 마음이 생기는데 틀에 박힌 의뢰 내용만 계속 올라오면 작업을 꺼리게 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hm334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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