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태풍 3개 활동 중, 한국행 없다…북태평양고기압 가른 진로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일요일인 9일, 동아시아부터 북서태평양 사이에 태풍이 3개가 동시에 활동 중이다. 세 태풍 모두 현재 예상 경로상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주변 기압계에 따라 중국 내륙과 일본 동쪽, 북태평양 쪽으로 각각 갈라지고 있어서다. 폭염을 강화했던 북태평양고기압을 비롯해 주변 저기압과 기압골이 만들어낸 지향류의 영향이 크다.
이날 오후 3시 괌 북북서쪽 약 890㎞ 해상에서 제16호 태풍 페이러우(PEILOU)가 발생했다. 이로써 현재 활동 중인 태풍은 제13호 '돌핀'(DOLPHIN), 제15호 '찬홈'(CHAN-HOM)에 이어 3개가 됐다.
가장 서쪽에 있는 돌핀은 한반도가 아니라 중국 내륙으로 상륙할 전망이다. 돌핀은 이날 오후 3시 중심기압 950hPa, 최대풍속 초속 43m의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월요일인 10일 중국 내륙에 들어간 뒤 급격히 약해져 11일에는 열대저압부가 될 전망이다. 짧은 시간 동안 에너지를 모두 쏟을 것으로 전망돼 중국 중앙기상대는 태풍경보 최고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중국 저장성과 상하이 등에서는 50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찬홈은 일본 동쪽 먼바다에서 북서쪽으로 이동한 뒤 일본 북쪽을 향해 서북서진할 전망이다. 11일 오후에는 일본 도쿄 북동쪽 약 590㎞ 해상까지 접근하지만 이후 세력이 약화한다. 12일 오후 동해 쪽인 동경 134.9도 부근까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때는 이미 태풍이 아닌 열대저압부 상태다.
찬홈은 세 태풍 가운데 한반도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지만, 현재 경로대로라면 태풍의 강풍반경이 한반도를 직접 덮는 형태는 아니다. 다만 약화한 열대저압부가 동해로 접근하면서 주변 기압계와 수증기 흐름을 바꿀 가능성은 있어 이후 간접 영향 여부는 남아있다.
새로 발생한 페이러우는 아예 한반도와 반대 방향으로 빠져나간다. 페이러우는 이날 오후 3시 괌 북북서쪽 약 890㎞ 해상에서 중심기압 998hPa, 최대풍속 초속 19m의 태풍으로 발달했다. 이후 동쪽으로 빠르게 이동해 11일에는 동경 156도 부근까지 이동한 뒤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 전망이다. 12일에는 동경 161.5도 부근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러우가 이례적으로 서쪽의 한반도 방향이 아니라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도 발생지 주변의 지향류 때문이다. 현재 페이러우가 자리한 일본 남동쪽 저위도 해상에서는 주변 저압부와 고기압성 흐름 사이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바람길이 만들어져 있다. 기상청 예상 경로에서도 10일까지 거의 동진한 뒤 북동쪽으로 꺾이는 모습이 뚜렷하다.
결국 세 태풍은 같은 시기에 활동하고 있지만 이동 경로는 서로 다르다. 돌핀은 고기압 남쪽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 쪽으로 밀려가고, 찬홈은 일본 동쪽에서 중위도 흐름을 타고 북서진하다 약화하며, 페이러우는 저위도의 동향 지향류를 타고 북태평양 쪽으로 멀어진다.
현재 기압계에서는 남쪽의 태풍을 한반도 방향으로 곧장 끌어올리는 북상 통로가 형성되지 않은 셈이다. 세 태풍 가운데 돌핀과 페이러우의 국내 직접 영향 가능성은 매우 낮고, 찬홈도 태풍 상태로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작다.
태풍의 진로는 태풍 자체의 힘보다는 주변에 형성된 큰 규모의 바람인 '지향류'에 좌우된다. 특히 여름철 북서태평양에서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와 세력, 그 주변의 저기압과 기압골이 태풍이 이동할 길을 결정한다. 태풍은 강한 고기압의 중심부를 뚫고 지나가기보다는 고기압 가장자리의 바람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기상청 지상일기도에 따르면 한반도 동쪽에는 고기압성 흐름이 자리하고, 중국 동부와 만주 일대에는 저기압이 분포해 있다. 한반도는 이들 기압계 사이에 놓였다. 이 때문에 세 태풍을 한반도 쪽으로 직접 끌어올리는 바람길은 현재 형성되지 않았다. 다만 찬홈은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뒤 동해로 접근할 전망이어서 수증기 유입 등 간접 영향 가능성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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