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41.6도, 왜…한증막 고기압에 서풍 풀무질, '5중 벽'까지
푄 현상에 기온 상승한 뜨거운 공기, 산 아래 관측소로 '직행'
마른 토양도 기온상승에 영향…열 축적에 40도 도달 점차 빨라져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41.6도까지 치솟으며 기후통계 관측지점 기준 국내 최고기온을 다시 썼다. 한반도를 위아래에서 덮은 두 고기압과 강한 햇볕, 산을 넘어 달궈진 서풍, 열을 가둔 분지와 메마른 땅이 겹치면서 양산이 거대한 한증막처럼 달아올랐다는 분석이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양산의 낮 최고기온은 7월 28일 39.0도에서 29일 40.3도, 30일 40.3도, 31일 41.4도, 8월 첫날 41.6도로 상승했다. 지난달 29일부터 나흘 연속 40도를 넘었고, 31일과 8월 1일에는 국내 공식 최고기온 기록을 이틀 연속 경신했다.
양산에 기록적인 더위를 만든 첫 번째 원인은 중·하층에 자리 잡은 북태평양고기압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부근에서 정체하고 세력을 키우면서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따뜻하고 습한 서풍과 북서풍이 계속 유입됐다.
두 번째는 대기 상층을 덮은 티베트고기압이다. 장마가 끝난 뒤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까지 확장하면서 상층의 공기가 아래로 내려왔다. 하강하는 공기는 압축되며 온도가 오르고 구름의 발달도 억제한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각각 한반도의 중·하층과 상층을 덮으면서 더운 공기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두 고기압이 뚜껑처럼 겹친 가운데 지표면에서 만들어진 열이 대기 안에 계속 쌓였다.
구름 없는 맑은 날씨와 강한 햇볕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고기압의 영향으로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졌고, 태양고도까지 높은 시기여서 지표면 가열이 한층 강해졌다. 양산의 7월 누적 일사량은 582.49MJ/㎡로 평년 428.7MJ/㎡를 크게 웃돌았다.
산을 넘어온 서풍과 북서풍은 양산 내 공기가 뜨거워지게 '풀무질'했다. 양산으로 향한 서풍과 북서풍은 경남 내륙의 산을 넘어 내려오면서 압축돼 한층 고온건조해지는 지형적 푄 현상을 일으켰다. 산을 타고 내려온 고온건조한 공기가 양산 일대로 지속해서 유입되며 기온을 끌어올렸다.
장마철 적은 비로 메마른 토양과 양산의 분지 지형은 달궈진 공기를 가뒀다. 양산 일대에는 천성산과 영축산·신불산, 토곡산·오봉산 등 높은 산줄기가 이어져 있으며, 특히 양산관측소 북쪽과 북서쪽의 경사가 가파르다. 관측소가 해발 6m의 낮은 지대에 자리한 가운데 산을 타고 내려온 더운 공기와 주변 지상 바람이 모이면서 열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했다.
여기에 장마철 강수량과 비가 내린 날이 적어 토양까지 바짝 말랐다. 진주 농업기상관측소 기준 토양수분도 평년의 26.3% 수준에 그쳤다. 토양에 수분이 많으면 태양에너지 일부가 물을 증발시키는 데 쓰이지만, 땅이 마르면 에너지가 지표와 공기를 직접 데우는 데 집중돼 기온이 더 빠르게 오른다.
지난달 25일 이후 비슷한 기압계와 바람이 반복되면서 열은 날마다 누적됐다. 낮에 쌓인 열이 밤사이 충분히 빠져나가지 못해 아침 기온이 점차 높아졌고, 다음 날에는 더 높은 기온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실제로 양산에서 기온이 40도에 도달한 시각은 지난달 29일 오후 3시26분에서 30일 오후 1시10분, 31일 낮 12시36분, 1일 낮 12시14분으로 점차 빨라졌다. 같은 수준의 햇볕을 받아도 전날까지 축적된 열이 많아지면서 한낮이 되기 전부터 기온이 40도까지 오른 것이다.
기상청이 기온 순위를 관리하는 97개 기후통계 관측지점을 기준으로 기존 국내 최고기온은 2018년 8월1일 강원 홍천의 41.0도였다. 양산은 지난달 31일 41.4도로 이 기록을 깬 데 이어 1일 41.6도로 다시 높였다. 2일에도 40도 이상을 기록하면 같은 지점에서 닷새 연속 40도를 넘는 국내 첫 사례가 된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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