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41.4도, 韓관측 사상 최고기온…경남 대부분 '살인 폭염'(종합2보)

'홍천 41.0도' 8년 만에 경신…분지·푄·이중고기압 겹쳐
부산 일대 곳곳 40도 넘어…내주엔 수도권 무더위 강화

31일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2026 청계천 첨벙첨벙'을 찾은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계폭포부터 광통교까지 120m 구간에서 운영되는 '청계천 첨벙첨벙'은 다음 달 9일까지 이어진다.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2026.7.31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경남 양산의 낮 기온이 31일 41.4도까지 치솟으며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새로 썼다. 부산 금정구에서도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온이 40.0도를 기록했다.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은 데다 서풍이 산맥을 넘으며 뜨거워지는 푄 현상과 분지 지형까지 겹치면서 부산·울산·경남 곳곳이 40도 안팎의 극한 폭염에 휩싸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양산시 동면 종관기상관측장비(ASOS)의 기온은 이날 오후 1시40분 41.4도까지 올랐다. 1973년 이후 기후자료로 활용하는 전국 ASOS 지점 가운데 가장 높은 값이다.

종전 국내 최고기온은 2018년 8월1일 강원 홍천에서 관측된 41.0도였다. 같은 날 북춘천은 40.6도, 의성은 40.4도를 기록했다. 양산은 종전 기록을 0.4도 끌어올렸다.

열기가 누적되면서 40도대에 진입한 시각도 사흘 연속 빨라졌다. 양산은 29일 오후 3시 30분 처음 40도를 넘었지만 30일에는 오후 1시 10분쯤, 31일에는 낮 12시 36분께 40도 대에 들어섰다.

양산은 29일 40.3도로 관측 이래 최고기온을 기록했고 30일에도 같은 값이 나타났다. 31일에는 41.4도까지 오르며 이틀 만에 기록을 1.1도 끌어올렸다. ASOS 역대 최고기온 순위에서는 이날 41.4도가 1위, 30일과 29일의 40.3도가 각각 5위와 6위에 올랐다.

AWS를 포함해 국내 한 지점에서 사흘 이상 연속 40도대 기온이 나타난 사례는 1973년 이후 이번까지 3차례에 불과하다. 2018년 8월1~3일 경기 안성 고삼에서 사흘 연속, 같은 달 1~4일 경북 영천 신녕에서 나흘 연속 40도 이상이 관측됐다.

양산뿐 아니라 경남권 곳곳에서 40도에 가까운 고온이 나타났다. AWS 잠정값으로 부산 금정구는 40.0도, 울산공항은 39.9도까지 올랐다. 김해 ASOS 지점은 39.8도, 북부산은 39.3도, 의령은 39.2도, 북창원은 39.1도를 기록했다. 부산 북구와 진주는 각각 39.0도, 부산 동래는 38.9도까지 상승했다.

김해는 2008년 2월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기상청이 공개하는 공식 역대 극값 순위에는 ASOS 지점만 포함된다. 부산 금정구의 40.0도 등 AWS 관측값은 실시간 지역 기온의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지만 국내 최고기온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경남권의 극한 폭염은 한반도 상공을 겹겹이 덮은 고기압과 지형적 요인이 함께 만든 결과다. 약 12㎞ 상공의 티베트고기압은 하강기류를 만들어 구름 발생을 억제했다. 약 5.5㎞ 상공의 북태평양고기압은 남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를 계속 공급했다. 강한 햇볕으로 지표가 달궈지는 동시에 높은 습도가 체감온도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부산지방기상청은 서풍 계열 바람이 산지를 넘으며 고온·건조해지는 푄 현상도 경남권 기온 상승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습기를 잃은 공기가 산의 동쪽 사면을 내려오면서 더 빠르게 가열돼 양산과 부산, 김해 등 풍하측 지역에 뜨거운 바람이 유입됐다.

양산의 분지 지형도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양산은 동쪽 천성산, 서쪽 오봉산, 남쪽 금정산, 북쪽 영축산 등 해발 700~1000m급 산지로 둘러싸여 있다. 낮 동안 달궈진 공기가 산지에 막혀 정체되기 쉬운 구조다.

양산시는 물금신도시 등 도시 확장으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면적이 늘고 에어컨 실외기와 차량 등에서 발생하는 인공열이 증가한 점도 도심 열섬을 키우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기압계가 만든 폭염 위에 분지와 푄 현상, 도시화가 지역 기온을 추가로 끌어올린 셈이다.

다음 주에는 하층 바람이 서풍에서 동풍으로 바뀌면서 더위의 중심이 수도권 등 백두대간 서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5일 37도까지 오를 전망이다.

기상청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과 열대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의 영향이 계속되고 뚜렷한 비 소식도 없어 경남권의 극한 더위가 단기간에 꺾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