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커졌는데 감시는 제자리…정부, 전력감독원 신설 추진
시장 참여 8000곳·한전 PPA 18만개…전기사업법 개정 추진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정부가 전력시장과 전력계통을 독립적으로 조사·감독할 전력감독원 신설을 추진한다.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망 기술기준과 시장 감시, 전력 데이터 관리체계를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실과 함께 '전력 거버넌스 혁신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하반기 '전기사업법' 개정 논의에 앞서 전력감독원 설립 필요성과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와 국회, 전력기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정부는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체계 전환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발전원과 전력 소비자가 다양해진 만큼 기존 운영체계만으로는 계통 안정성과 시장 공정성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우선 전력망 기술기준인 그리드코드 개선 필요성이 커졌다. 태양광과 풍력 등 인버터 기반 전원이 확대됐지만 관련 기준과 이행 점검체계는 기존 동기발전기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
실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횟수는 2024년 27회에서 2025년 82회로 3배 늘었다. 제어량도 같은 기간 12.4GWh에서 109.4GWh로 약 9배 증가했다.
전력시장 감시체계도 개편 대상이다. 전력시장 참여자는 2001년 19개사에서 올해 8000여개사로 늘었다.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한국전력과 거래하는 한전 전력구매계약(PPA) 설비도 18만개를 넘어섰다.
직접 PPA와 구역전기사업, 통합발전소(VPP), 분산에너지특구 등 새로운 거래방식도 등장했다. 반면 시장 감시는 전력거래소 내부의 소규모 조직이 담당하고 있어 장외거래와 신사업까지 폭넓게 살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 데이터 관리도 기관별로 흩어져 있다. 기관마다 데이터 정의와 분류체계, 공개주기와 방식이 달라 인공지능 학습과 신산업 활용이 어렵고, 자료 제출과 품질 검증, 표준화를 총괄할 기관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력감독원이 그리드코드 개선과 이행 감독, 전력시장 불공정행위 감시와 제도 평가, 전력 데이터 관리·공개를 맡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 거버넌스는 기후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전기위원회가 심의·의결한 뒤 전력감독원이 조사·감독하고, 전력거래소와 한전이 집행·운영하는 4단 구조로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토론회에서는 그리드코드의 개정 시기와 적용 시점이 맞지 않고 미이행 때 제재 규정도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독립 규제기관을 중심으로 기술기준 관리와 이행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사례를 토대로 독립 규제기관 설립과 송전계통운영자(TSO), 배전계통운영자(DSO) 간 협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논의된다. 전력정보 공개 기준과 오류 정정, 면책 원칙을 제도화해 데이터 공개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도 제시된다.
기후부는 토론회 의견을 바탕으로 하반기 국회 논의를 지원하고 전력감독원 설립을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력감독원이 신설되면 현재 전력거래소와 한전, 전기위원회 등에 나뉜 감시·감독 기능의 역할 조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아울러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면서 기존 기관과 업무가 중복되지 않도록 권한과 책임 범위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담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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