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흔든 플라스틱 공급망…"감량·재사용 중심 전환 불가피"

탈플라스틱 보완 토론회…"소재 아닌 통상·산업 경쟁력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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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중동전쟁이 촉발한 에너지·자원 불안이 플라스틱 공급망까지 흔들면서 재활용 중심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감량과 재사용 중심으로 정책 축을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8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보완 방향' 토론회에서 이하얀 한국외대 EU 연구소 연구교수는 "환경 기준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수출 경쟁력 문제"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토론회는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주최했고 그린피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이 주관했다.

이 연구교수는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충돌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이 에너지 가격과 나프타 공급에 영향을 주며 플라스틱 산업 전반의 리스크를 키웠다고 봤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 규제까지 겹치면서 플라스틱은 단순 소재가 아니라 통상과 산업 경쟁력 문제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설계부터 생산, 유통, 폐기까지 전 과정에 규제가 적용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유럽 시장 접근 자체가 환경 기준 충족 여부에 달려 있다"고 했다. 또 "국내 정책은 여전히 폐기물 처리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국제 규범과 격차가 커질 경우 기업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교수는 해법으로 정책 전환을 제시했다. "폐기물 처리 중심에서 벗어나 설계·생산 단계부터 관리하는 전 과정(LCA) 체계로 바꾸고, 재사용과 감량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플라스틱 문제를 화석연료 의존 구조와 연결 지었다. "플라스틱은 탄소 배출과 공급망 리스크를 동시에 가진 구조적 문제"라며 "중동발 공급 충격은 이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고 밝혔다.

홍 소장은 정책 방향을 감량 중심으로 재정의했다. "감량과 재사용을 우선하고 재활용은 보완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또 "신재 플라스틱에 가격 신호를 부여하고 재생 원료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며 "일회용품은 금지 구역 지정과 보증금 제도 등 강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회용기와 리필 시스템 등 재사용 인프라 구축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박상현 녹색연합 정책팀 활동가는 "플라스틱 문제는 폐기물이 아니라 원재료 생산에서 시작된다"며 "생산 감축 없이는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응과 관련해서도 정책 전환 필요성이 언급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에너지 수요 관리와 산업 구조 전환을 병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플라스틱 정책 역시 재활용 중심에서 생산 감축과 재사용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론 전반에서는 중동발 공급 충격과 EU 환경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플라스틱 문제가 자원·통상 리스크로 확대됐다는 진단이 공유됐다. 생산 감축 목표 설정과 재사용 체계 구축, 범부처 대응 필요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