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캐프리오가 꺼낸 '기후 질문'…사라진 호수, 한국은 안전한가 [황덕현의 기후 한 편]
美 유타 호수 소멸, 이에 따른 '기후불평등' 그린 영화 '호수'
선댄스영화제 특별상 받기도…'강릉 가뭄' 겪은 韓과 닮은 꼴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2026년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호수'(The Lake)는 미국 유타주의 거대한 함수호(鹹水湖·염호),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가 말라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장기 관측 자료를 통해 한때 끝이 보이지 않던 호수가 갈라지고, 바닥이 드러나며, 바람이 불 때마다 염분과 중금속 먼지가 도시로 날리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물이 사라진 자리엔, 바뀌는 삶의 조건이 남았다.
솔트 레이크의 '죽음'은 단순한 자연 현상 때문만은 아니다. 장기 가뭄과 고온화에 더해, 상류 지역의 농업·산업용수 과다 사용, 도시 확장에 따른 수자원 배분 실패가 겹치며 호수는 회복 불가능한 지점으로 밀려났다. 영화는 이 과정을 '기상이변'이 아니라 '정책 선택이 축적된 결과'로 봤다. 물은 줄었지만, 사용량은 줄지 않았고, 그 부담은 가장 취약한 지역과 주민에게 먼저 돌아갔다.
다만 이 영화는 '기후 불평등'을 감성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슬픈 현실이지만 그것으로는 감정적인 관객에게만 호소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대신 수문 운영 기록과 수질·대기 데이터, 지역 주민과 과학자의 증언에 집중했다. 누가 물을 얼마나 또 어떻게 사용했고, 누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가. 호수가 축소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인간에 의한 소멸을 차갑게 꼬집는다.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애비 엘리스 감독은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인 '변화를 위한 영향상'(Impact for Change)을 받았다. 선댄스는 이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보다 '변화를 촉발하는 힘'에 집중했다. 단순한 환경 고발을 넘어 사회적 행동을 촉구하는 기록물로 읽힌다는 지지 표시다.
이 장면은 한국 사회와도 겹친다. 영화 '호수'가 보여주는 염호의 축소는 한국의 하천과 저수지가 겪고 있는 변화와 닮았다.
강릉 오봉저수지는 한때 물 맑은 시민의 휴식처였다. 하지만 2025년 여름, 가뭄이 길어지면서 저수율이 10%대까지 떨어진 이곳은 바닥이 완전히 드러났다. 황톳빛 맨땅이 군데군데 갈라지고, 풀까지 무성하게 자란 채 폐광산처럼 변한 모습이 포착됐다. 주변 주민들은 고인 물(사수·死水)이 썩어 냄새가 난다고 증언했다.
낙동강 하류도 4대강 사업 이후 유속이 5배 이상 느려지며 물이 정체되는 현상이 지속됐다. 장마철 국지 호우로 한 번 넘치면 강바닥 퇴적물이 쌓여 갈수기엔 수위가 더 빨리 떨어지고, 보 주변에서 녹조가 피어나며 수질이 악화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드러난 모래톱과 갈라진 강바닥에서 날아오르는 먼지가 인근 농경지와 마을로 퍼지는 모습은,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의 염분 먼지와 닮았다.
물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농업용수 우선 배분과 도시 확장으로 인한 수요 증가의 무게다. 정책 선택이 쌓인 결과로, 가장 취약한 농촌과 소도시 주민에게 먼저 돌아오는 부담이 데이터와 현장 사진으로 나타난다.
반복되는 가뭄과 국지성 폭우, 그에 따른 댐 운영 논란과 취수원 갈등은 물의 절대량보다 관리 방식이 더 중요해진 시대를 보여준다. 영화 속 호수가 줄어드는 속도와, 한국에서 물 부족 경고가 일상화되는 흐름은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물은 어디서 가져오고, 누가 쓰며, 위기 상황에서 누가 먼저 감내하는가.
'호수'는 미국의 기후 대응 현실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파리기후협정 재탈퇴에 따라 연방 차원의 기후 정책은 흔들렸다. 그 공백 속에서 주 정부와 지역사회가 각자 대응에 나서는 구조가 굳어졌다. '호수'는 선언과 집행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빠르게 자연을 임계점으로 몰아넣는지를 보여준다. 정치적 결정이 늦어지는 동안, 호수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가까워졌다.
이 작품엔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작으로 참여했다. 그는 여러 기후 다큐멘터리를 통해 과학과 정책, 대중을 연결해 왔다. 특히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골든 글로브를 받으며 "눈을 찾기 위해 지구의 남쪽 끝까지 내려가야 했다. 기후변화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벌어지는 현실"이라고 대응 필요성을 역설했다. '호수'는 그 경고가 더 이상 비유가 아님을 한 장소의 붕괴로 증명한다.
명배우의 호소와 현장의 증명은 우리가 기후 대응의 어디쯤 와 있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호수'는 미국 서부를 넘어 한국 사회에도 도착한 질문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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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