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세종에 소형원전?…학계 "확산 가능, 지역소멸 해법으론 NO"

"규제 정비·수용성 토대로 12차 전기본에 SMR 2기 넣어야" 주장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 2, 3, 4호기 모습. 2026.1.26/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 대응과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업계·학계가 소형모듈원전(SMR) 보급을 주장하는 가운데, 수도권이나 세종 등 도심 인접 지역에도 이론적으로는 SMR 설치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SMR이 지역 거점에 들어서더라도 대형 원자력발전소처럼 인구 유입과 고용 확대를 통해 지역소멸을 되돌리는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5일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최성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열린 'SMR 기술 및 국내외 개발 동향' 간담회에서 "기술적으로 보면 사고 영향 범위와 대응 가능성을 전제로 도심 인접 지역 설치도 가능하다"며 "첫 사례가 가장 어렵지, 기준이 한 번 만들어지면 확산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규제 체계 정비와 주민 수용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최 회장은 부산 기장 고리원전 인근에 상업시설과 관광 개발이 병존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원전이 곧 생활권과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는 인식은 기술 발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SMR은 출력 규모가 작고 사고 발생 시 방출 가능한 방사성 물질의 총량이 제한돼, 설계에 따라 비상 대응 범위를 축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대형 원전과는 다른 입지 논리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다만 SMR을 지역소멸 대응의 '해법'으로 보는 시각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SMR 한 기로 약 3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지만, 대형 원전처럼 건설·운영 인력이 대규모로 유입되는 구조는 아니다"며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에너지 고속도로' 즉, 송전망 확충이 어렵거나 양수발전, SRF 적용이 힘든 지자체에서는 값싼 전력과 열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산업 이탈을 늦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부산 기장군 소재 고리 원전 현장을 점검하고 원전 안전 운영을 위한 철저한 대비를 당부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5/뉴스1

학회는 SMR을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보완하는 전원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탈탄소 전원으로서 중요하지만, 발전량 변동성이 커,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보완 전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SMR 설계는 하루 동안 출력을 100%에서 20%까지 낮췄다가 다시 끌어올리는 부하추종 운전이 가능해, 낮 시간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할 때 출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계통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생 에너지 확대에 부정적이냐는 의문에 학회 측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상호 대체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원전만으로 전력 체계를 구성할 경우 연료 수급과 입지 확보라는 또 다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용훈 KAIST 신형원자로연구센터 소장은 "국가 에너지 체계는 특정 전원에 100% 의존하기보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조합해 불확실성을 분산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문제는 비중의 문제이지, 재생에너지를 배제하자는 논의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가 수립 중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SMR을 포함한 원전 역할을 명확히 반영하되,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안정 비용과 전력망 제약까지 함께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2차 전기본에 대형 원전 2~4기, SMR 2기가 포함돼야 에너지 계획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학회는 SMR이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은 열 제거 실패에서 비롯되는데, SMR은 출력 대비 표면적이 커 자연적인 열 방출에 유리해 노심 용융 등 중대 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