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장관 "원전 2기 외 추가 가능성 열어둬…文 탈원전 때와 여건 달라"

[일문일답] "산단 인근 SMR 설치 가능성은 그때가서 판단해야"
"2040년 석탄폐지는 李정부 약속…새 원전은 유연운전 전제 설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부산 기장군 소재 고리 원전 현장을 점검하고 원전 안전 운영을 위한 철저한 대비를 당부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5/뉴스1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정부가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포함한 신규 원전 계획을 지난해 초 윤석열 정부에서 확정했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인공지능(AI) 시대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고려할 때 원전을 안정적인 기저 전원으로 인식하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고, 정책토론회를 통한 의견 수렴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새 원전은 2037~2038년쯤 준공하는 게 목표다.

김 장관은 추가 원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러 닫아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의 에너지 믹스에 맞는 적정 수준은 제12차 전기본에서 객관적·과학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사실상 정책 수정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이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정면으로 뒤집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부는 당시와 지금의 국제 환경과 기술 여건이 달라졌다는 '맥락의 차이'를 강조했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로, 전 세계가 원전 위험성에 매우 예민했던 시기의 연장선에 있었다"며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그린수소 생산 비용이 적어지지 않으면서 많은 국가가 그 공간의 일부를 원전으로 메우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리적 여건도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다. 김 장관은 "한국은 에너지 섬나라이면서 국토 동서 폭이 짧아 태양광 중심의 전력 운영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석탄과 LNG를 줄이면서도 전력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차기 제12차 전기본에서 석탄의 단계적 폐지와 함께 재생에너지·원전·가스의 조합을 두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주요 쟁점은 공개 토론을 통해 국민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6일 제11차 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5.1.26/뉴스1 ⓒ News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아래는 김 장관과 일문일답.

-2037·2038년 준공을 전제로 한 신규 원전 계획이 당시 에너지 환경 변화를 충분히 반영한 것인지, 또 여론조사에 미래세대 의견이 빠졌다는 지적이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SMR은 2035년, 신규 원전 2기는 2037년과 2038년에 각각 발전을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다. 다만 이후 제12차 전기본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 감축 등 전원 믹스 변화에 따라 전체 전력 계획을 추가로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여론조사는 지역별·세대별 구성을 반영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아동·청소년 등 아주 어린 연령층의 의견 반영 여부는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래세대 의견 수렴 방식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제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최대한 보완하겠다.

-이번 결정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와 무엇이 달라졌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시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로, 전 세계가 원전 위험성에 매우 예민했던 시기의 연장선에 있었다. 당시에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그 간헐성 문제를 원전이 아니라 그린수소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졌고, 그린수소 생산 가격도 예상만큼 낮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많은 국가가 그린수소가 담당해야 할 일부 영역을 원전으로 메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력 전원은 재생에너지로 하되, 일부를 원전으로 보완하는 것이 현재의 현실이다.

-한국의 여건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미쳤나.

▶한국은 에너지로는 섬이고, 국토 동서 폭이 짧다. 유럽이나 대륙 국가들과 달리 태양광 중심의 전력 운영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 전력 원가를 모두 전기요금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은 조건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석탄과 가스를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운영을 해야 하고, 문재인 정부 당시와 동일한 정책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12차 전기본에서 추가 원전이 포함될 가능성도 열려 있나.

▶일부러 닫아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이 한국의 에너지 믹스에 적정한지는 제12차 전기본에서 객관적·과학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제11차 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2기와 SMR 1기가 계획의 전부다.

-석탄발전 2040년 폐지 약속은 12차 전기본에 어떻게 반영되나.

▶2040년 석탄 폐지는 이재명 정부의 대국민 약속이다. 2040년 NDC와 시점이 같은 만큼, 제12차 전기본에는 석탄 폐지 계획이 포함될 것이다. 가스를 포함해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어떻게 조합하는 것이 한국 사정에 맞는지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주요 쟁점 사안을 비공개로 두지 않고, 공개 토론과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과 함께 논의하면서 계획을 수립하려 한다.

-신규 원전 준공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부지 공모는 약 1~2개월, 평가와 확정에 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이후 건설 허가와 착공 절차를 감안해도 2037년과 2038년 준공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병행이 실제로 가능한지, 특히 원전 탄력 운전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과거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아 원전의 탄력 운전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늘고 석탄과 LNG가 줄어들면 낮 시간대에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충돌할 수 있다. 이를 ESS나 양수발전으로 흡수하거나, 불가피할 경우 원전의 유연 운전을 검토해야 한다.

원자력계에서는 APR1400(차세대형 원전) 설계상 유연 운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다만 안전성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실증을 거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신규 원전은 유연 운전을 전제로 설계할 계획이다. 아직 현장 적용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단계적으로 실증을 쌓아 안정적인 전력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이나 노후 원전 폐쇄 여부도 함께 논의되나.

▶재생에너지는 현재까지는 다소 비싼 에너지원이었지만, 세계적 추세와 한국 상황을 고려하면 발전 단가는 빠른 속도로 낮아질 것으로 본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에너지 믹스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노후 원전의 경우 현재는 설계 수명이 끝난 원전의 안전성을 담보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승인 아래 10년 단위로 연장하고 있다. 다만 이 연장이 항구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는 기술적으로 검증이 필요하다. 연장 여부는 그때그때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해 판단하게 될 것이고, 중단이나 추가 연장 여부 역시 전문가 판단의 영역이 될 것으로 본다.

-신규 원전의 내륙 건설 가능성이나 SMR의 산업단지 인접 설치 가능성도 검토 대상인가.

▶송전망 문제를 함께 봐야 한다. 밀양 사태 이후 한국은 765kV 교류 고압 송전망 정책을 사실상 중단하고 345kV 교류망이나 500kV 직류 송전망으로 전환했다. 국민들이 이 문제를 매우 예민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2035년에 짓기로 한 SMR을 짓고 그 평가에 기초해서 추가로 산업단지 근처로 올 수 있을지, 그때 가서 판단해 봐야 하지지 않을까 싶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