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도 '일회용품' 사용 규제 추진…정부 '탈플라스틱' 시동(종합)

2030년까지 신재 폐기물 30% 감축…미세플라스틱 규제 강화
택배 과대포장도 규제…무라벨 제품엔 분담금 50% 감경 방침

앞으로 카페에서 음료를 포장 구매(테이크아웃)할 때는 컵당 200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붙을 전망이다. 빨대는 원칙적으로 제공되지 않고, 필요할 때 요청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전날(17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불편했던 일회용컵 보증제를 가칭 '컵 따로 계산제'로 개편하겠다"며 "컵 가격을 내재화하고 다회용 컵 인센티브와 연계해 플라스틱을 원천 감량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18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직원이 커피가 담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정리하고 있다. 2025.12.1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정부가 앞으로 음료의 용기, 즉 컵을 따로 계산하도록 정책 방향을 정했다. 택배 과대포장에 대한 규제도 본격화한다. 전국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쓰는 방안도 추진한다. 경찰의 경찰복·전투복은 재활용 소재로 제작하고, 화장품과 치약, 세탁세제에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은 법으로 금지한다. 자원 소비를 원천적으로 줄여 원료를 다시 쓰는 이른바 '닫힌 고리' 순환 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생산과 소비 전 단계를 바꾸는 탈플라스틱 정책 초안을 공개했다. 핵심 목표는 2030년 1011만 9000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신재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700만톤 수준으로 낮춰 약 30% 감축하는 것이다.

신재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으로, 현재 생산·사용되는 플라스틱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부는 재활용 확대만으로는 증가하는 폐기물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생산 단계에서 신재 사용을 줄이고 재생원료 활용을 늘리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가장 먼저 체감할 변화는 일회용컵 정책이다. 정부는 음료 가격에 포함돼 있던 컵 비용을 분리해 표시하는 '컵 따로 계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컵을 쓰지 않으면 가격이 내려가고, 사용하면 추가 비용을 내는 구조다. 다회용컵이나 텀블러 사용을 선택했을 때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차이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린피스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 감축 없는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 제공) ⓒ 뉴스1

공공부문에서는 경찰복과 전투복을 재활용 소재로 만드는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기능성과 내구성을 이유로 복합재질 사용이 많았던 특수 의류를 재활용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는 실증 사업이다. 정부는 공공 영역에서 먼저 가능성을 확인한 뒤 민간 확산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생활용품 분야에서는 미세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된다. 화장품과 치약, 세탁세제에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국제 동향을 반영해 적용 품목을 단계적으로 넓힌다. 사용 과정에서 환경으로 유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을 생산 단계에서 차단하겠다는 접근이다.

원료 선택에 따른 부담과 혜택도 분명해진다. 재생원료를 사용한 제품에는 재활용 분담금을 감면하거나 면제하고, 신재 플라스틱 사용에는 부담금 부과를 우선하는 원칙을 세웠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원료를 썼는지에 따라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택배 과대포장 규제도 대책에 포함됐다. 기후부는 지난해 4월부터 제품을 소비자에게 수송하기 위한 일회용 포장에 대해 포장공간비율 50% 이하, 포장 횟수 1회라는 기준을 마련했지만, 2년간 계도기간을 두고 단속은 하지 않았다. 포장공간비율은 상자 내부에서 제품이 차지하지 않는 빈 공간의 비율로, 비율이 낮을수록 제품 크기에 맞는 포장을 의미한다.

추석 연휴를 앞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추석 선물 택배 상자가 쌓여 있다. 2025.10.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다만 연간 60억개에 육박하는 택배 물동량을 실제로 단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규제 기준은 마련됐지만, 현장에서 이를 감시하고 집행할 체계가 충분한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라벨 없는 음료 확산을 유도하는 방안도 담겼다. 먹는샘물은 이미 라벨 부착이 금지돼 있는데, 이를 다른 음료로 넓히기 위해 재활용 등급 평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라벨이 없는 제품에만 재활용 분담금을 최대 50% 감경하는 '최우수' 등급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장례식장 일회용품 규제도 확대된다. 정부는 전국 장례식장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서울의료원, 서울보라매병원, 시립동부병원, 중앙보훈병원 등 서울의 5개 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병원이 202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줄인 일회용품 쓰레기는 522톤에 달한다.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은 아직 의무가 아니다. 2023년 말 기준 전국 장례식장 1076개소 가운데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곳은 114개소로 10.6%에 그친다. 정부는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 확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시민단체 "생산 감축 없는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전면 재검토해야"

시민사회는 이번 대책이 여전히 재활용과 폐기물 관리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 감축 없는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 발표가 기존 정책과 큰 차이가 없고, 후퇴했던 일회용품 규제를 정상화하는 내용도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탈플라스틱 대책 수립 과정에서 기후부가 제한된 정보만 공개하고,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대국민 토론회 역시 참여와 토론이 보장되지 않은 형식적 절차에 그쳤다는 평가다.

시민사회는 채굴 축소라는 거시적 목표는 의미가 있지만, 생산 단계에서의 플라스틱 총량 감축 목표와 연도별 이행 계획이 없으면 탈플라스틱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은 내년 초 최종안 확정을 예고했다. 생산 감축을 중심에 둔 정책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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