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작은 나라가 던진 큰 질문…한국 기후부 '시험대'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탈린=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에스토니아는 작다. 국토 면적은 경상도보다 조금 크고, 인구는 광주광역시보다 적다. 그래서일까. 국가 운영 전반에서 유연하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기후대응 정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기후부를 신설해 에너지·교통·환경을 묶었고, 풍력과 수소, 스마트그리드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했다. 기술과 제도가 결합되고, 시민 참여와 데이터 투명성이 뒷받침되면서 전체가 '기후 실험실'처럼 움직였다.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중단시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야속하지만 '에너지 전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서 본 에스토니아의 실험은 단순히 '적극적 신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았다. 티스밸리 등에서는 풍력·태양광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력망이 돌아가고 있었고, 한국 포항공대·KAIST 같은 탈린 공대에서는 스타트업과 정부가 손잡고 수소 기술을 실증해 '기후 유니콘'을 길렀다.
다만 명목(名目)만 보고 추종하기엔 북유럽 상황은 한국과 다를 것이다. 소련 연방에 속해 천연가스를 용이하게 공급받던 에스토니아는 물론이고, 스칸디나비아의 노르웨이·덴마크 등은 화석연료를 생산·수출했다. 반면 한국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다.
북유럽 국가들이 지리적 조건과 자원 여유를 토대로 실험을 거듭했다면, 한국은 훨씬 높은 산업 수요와 좁은 국토, 불리한 입지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100%를 외쳤던 일부 북유럽 국가들조차 결국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원전을 병행하기로 했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인정하고,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선택을 넓힌 것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축으로 삼되 그 밖의 에너지원 활용에 대한 가능성까지도 유연하게 열어놔야 지속 가능한 구조가 가능하다. 물론 그 정답이 원자력 발전일 수만은 없다.
김성환 장관이 이끄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은 출발선일 뿐이다. 에스토니아가 보여준 것은 '작은 나라의 성공담'이 아니라, '실험과 제도를 어떻게 엮어낼 수 있는가'였다. 정책 연속성과 데이터·시장 개방, 연구 지원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재명 정부의 '환경부 확대 실험'은 한순간의 '이재명 정부 대선 공약 이행'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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