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강릉 가뭄 '인공강우'로도 못 막아…이유 보니
강릉지역 상공에 구름 없어 인공강우 시도 난망
동해안 지형·기술력 한계 등으로 실효성 문제도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강릉 지역에 극심한 가뭄으로 댐이 바닥을 드러내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공강우 검토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동해안의 지형적 특성과 인공강우 기술의 한계로 인해 실질적인 물 공급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인공강우는 구름에 요오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응결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구름이 있으면, 여기에 불안정성을 높이는 등 자극을 줘서 비구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인공강우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재 강릉에는 구름이 많지 않아 시도 자체가 어렵다. 구름이 있어야 강수 유도가 가능한데, 구름이 많지 않은 기압계 배치상 물리적으로 비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
효율성 문제도 있다. 강릉 지역의 지형적 한계 때문이다. 동해안 하천은 경사가 급하고 폭이 좁아 비가 내려도 곧바로 바다로 빠져나간다. 이번처럼 저수율이 15% 아래로 떨어진 오봉저수지에 물을 채우려면 상당한 강수량이 필요한데, 인공강우만으로는 충당하기 힘들다.
실제 한반도 내 인공강우의 강수량은 실험 기준 0.1~1㎜ 수준에 불과하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 2022년 인공강우 실험을 통해 구름 씨앗을 뿌릴 경우 0.9~4㎜대의 강우 증량 효과를 실증했으나 실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극소량의 생활용수 보충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가뭄을 해소할 규모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장기간 가뭄 대책으로 인공강우를 거론해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기상청 역시 현재 한반도 내 인공강우를 과거 미세먼지 저감이나 강수 증량에서 '산불 감소'로 바꾼 상태다. 영동의 습도를 높여서 산불을 '예방'하는 효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과 환경 문제도 뒤따른다. 항공기를 투입할 경우 1회 운용 비용이 수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응결핵으로 쓰이는 요오드화은이 토양과 수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정 지역에만 비를 내리게 해 다른 지역은 오히려 강수량이 줄어드는 '빼앗긴 비' 현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인공강우가 단기적·국지적 보조 수단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가뭄 해소를 위해서는 지하수 활용, 하수처리수 재이용, 노후 상수도 교체 같은 대체 수자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강릉처럼 강수 유출이 빠른 지역에서는 물 저장 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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