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꼬마이'가 남긴 수증기, 뜨거운 서해바다 만나 '괴물폭우' 됐다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강한 비구름대가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며 전국적인 강수는 잠시 멈췄지만, 이번 호우는 남부 지방에 최대 250㎜를 퍼붓는 극한 폭우로 기록됐다. 중국을 향하다 소멸한 제8호 태풍 '꼬마이'가 남긴 다량의 수증기가 뜨겁게 달궈진 한반도와 맞물리며 장마에 버금가는 호우를 만들었다.
3일~4일 새벽까지 전남 무안에 257.5㎜, 경남 합천에 212.7㎜, 전북 군산 어청도에 240.5㎜가 쏟아졌다. 광주 197.9㎜, 대구 112.5㎜, 경북 고령 196.5㎜ 등 주요 도시도 폭우를 피하지 못했다.
충남 보령 외연도에는 156.5㎜, 충북 영동 가곡 62㎜, 수도권 안성 서운 34.5㎜가 집계됐다. 제주 산지에도 80㎜ 안팎의 비가 더해졌다. 일부 지역은 200년에 한 번꼴로 나타나는 강수 빈도를 기록해 극값을 경신했다.
이번 폭우는 여러 기상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며 만들어졌다. 남쪽에서는 태풍 '꼬마이'가 소멸하며 남긴 다량의 수증기가 북상했고, 북쪽에서는 티베트고기압에서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가 내려왔다.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쪽의 건조공기가 서해와 남부 지방 상공에서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대기가 강하게 불안정해졌다.
여기에 폭염으로 달아오른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30도 안팎까지 치솟으며 바다에서 대기로 공급되는 수증기량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이 수증기 덩어리가 비구름의 연료가 됐고, 서해를 통과한 온대저기압이 이를 끌어올리며 강한 비구름대를 키웠다.
또한 고도 약 1.5㎞ 지점에서 부는 하층제트가 밤사이 강해지면서 비구름이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발달했다.
이번 비는 장마 때처럼 내렸으나 장마철 비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정체전선에서 발달한 비구름이 아니라 복합적인 기압계 충돌로 형성된 돌발적인 강수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5일 새벽까지 충청과 전라, 경상권을 중심으로 10~6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많은 곳은 전남 동부와 울산, 경남 내륙, 대구·경북 지역에서 80㎜ 이상이 예상된다. 제주 산지에도 최대 60㎜의 비가 추가될 수 있다.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쏟아지는 만큼 추가 피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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