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30분마다 쏟아진 물폭탄…장마 사라지고 극한호우 '뉴노멀'로
전국 장마 종료 전 호우 재난문자 161번…광주·전남 최다
장마 대신 국지성 호우…21세기말엔 빈도 3.7배·강수량 60%↑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전국 장마철 막바지인 20일까지 '극한 호우'가 160번 이상 나타났다. 좁은 지역에 물폭탄이 터지듯 강하고 순식간에 내렸다.
40도에 육박하던 폭염과 국지성 호우가 반복되는 극한 기후 현상이 이제는 새로운 기준, 즉 '뉴노멀'(New Normal)이 되고 있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집중 호우가 내린 16~20일, 극한 호우는 모두 161회 발생했다.
극한 호우는 1시간 누적강수량이 50㎜ 이상 관측이며 3시간 누적강수량이 90㎜ 이상일 때, 또는 1시간 누적강수량이 72㎜ 이상일 때를 말한다.
광주·전남이 65회로 가장 잦았고, 부산·울산·경남이 31회, 대전·세종·충남이 30회, 수도권 21회로 나타났다.
광주·전남의 경우, 17일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내린 점을 감안하면 나흘간 1시간 30분마다 지역 곳곳에서 재난 문자가 울린 셈이다.
극한 호우는 기압계 사이 '장마전선'으로 불리던 정체전선이 보다 얇게 압축된 데 따른 것이다.
여름철 기압계는 적도부터 극까지 에너지를 전달하는 체계다. 대기 중에는 항상 고기압과 저기압이 밀고 당기며 세력 다툼을 벌이는데, 이 사이에서 장마전선이 형성된다.
장마철엔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더운 공기가 맞서면서 사이에 비구름대가 생긴다. 기후변화로 이 전선이 좁고 길게 압축되면, 한곳에 강한 비가 집중된다.
다만 기후변화로 대기의 에너지가 커지고, 두 기압이 맞서는 힘이 강해지면서 정체전선은 보다 좁게 압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좁은 띠 안에 구름과 수증기가 밀집돼 있다 보니, 특정 지역에 비가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과거 장마가 며칠씩 꾸준히 내리는 비였다면, 지금은 좁은 지역에 한꺼번에 터지는 폭우가 반복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그 예가 지리산 자락 산청이다. 나흘 사이 793.5㎜의 비가 내렸다. 1년 강수량(1 556㎜)의 절반 이상이 퍼부은 셈이다.
한국수자원학회는 현재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못하는 상황(SSP5-8.5 시나리오)에서는 21세기 말(2091~2100년) 시간당 50㎜ 이상의 극한강수 빈도가 과거 대비 3.7배, 강수량은 약 60%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시간당 100㎜ 이상의 집중호우 빈도가 최근 들어 늘고 있다"면서 "기온이 1도 오르면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은 약 7%씩 늘어난다. 이런 기후변화가 국지적인 대기 상승 운동 강화와 맞물려 폭우 위험을 키운다"고 말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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