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의 홈구장 '기후 전략' 실험 중…양조장도 차렸다 [기후전환 최전선, 지금 영국은]
대체육 혼합 버거로 식음료 온실가스 배출량 33%↓
음료는 다회용컵·포장재는 해조류로…인증서 방식은 '한계'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런던=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버섯으로 만든 대체육 버거와 카레를 제공합니다. 지역 수제 맥주도요. 운송 거리를 줄이면 탄소배출도 함께 줄어드니까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런던 북부 토트넘 홋스퍼 FC 스타디움에서 만난 총주방장 이언 그린 셰프는 경기장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축구 팬들은 단지 공을 보러 오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음식이 어떤 가치로 만들어졌는지, 그 메시지도 같이 느끼길 바랍니다.”
토트넘 홋스퍼 FC는 유로파 우승으로 '레전드'가 된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걸로 유명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이다. 2019년 새 경기장을 완공한 뒤, 글로벌 스포츠계에서도 손꼽히는 기후 대응 실험지로 떠올랐다.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식음료부터 에너지 사용, 폐기물 관리까지 구단 운영 전반에 걸쳐 변화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메뉴인 'N17 버거'는 고기와 버섯을 5 대 5 비율로 섞어 만들어 일반 소고기 버거보다 탄소 배출량을 33% 낮췄다. 그린 셰프는 "대체육 등 저배출 메뉴를 다양하게 개발해 팬들이 자연스럽게 기후 메시지를 경험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맥주는 경기장 안에서 직접 양조된다. 토트넘 기반의 '비버타운 브루어리'를 응원석 지하에 입점시켰다. 경기장 내 수제 맥주 양조장은 세계 최초 사례다. 마커스 패리 토트넘 홋스퍼 FC 지속가능부장은 "외부 공장에서 병입·포장해 운송하는 과정을 생략하면서 온실가스와 물류 탄소배출을 동시에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구단은 다회용 맥주컵 회수 시스템도 도입했다. 경기장 내 판매되는 모든 맥주는 플라스틱 일회용컵 대신 세척 가능한 다회용컵에 제공되며, 경기 종료 후에는 이를 수거해 세척 후 재사용한다.
포장재에는 기후 스타트업 '낫플라'(Notpla)와 협업한 해조류 원료의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한다.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자연 분해 속도가 빠르고, 별도의 재활용 공정 없이도 땅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게 토트넘 설명이다. 이 기술은 2022년 영국 왕립재단이 제정한 어스샷 상을 받았다.
남은 음식물도 무작정 버리지 않는다. 스타디움 내에서 쓰고 남은 식자재와 조리 부산물은 지역의 바이오디젤 생산 시설이나 퇴비화 설비로 보내진다. 전문 환경관리업체 '바이워터스'와 협약을 통해 분리수거된다.
토트넘 자체 자료에 따르면 다회용 컵을 쓰면서 연간 약 125만 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였다. 해조류 기반 포장재로는 플라스틱 사용량 336㎏, 이산화탄소 배출량 3770.6㎏을 각각 줄였다.
구단의 전력 시스템은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협업해 구축됐다. 조명, 냉난방, 급수, 오폐수 등 약 10개 항목은 실시간 데이터 기반으로 제어하는데, 팬들이나 직원 등이 머무는 시간대에 따라 구역별 전력 소비를 조절했다. 스타디움은 신축 당시부터 탄소 효율 기준을 적용해 건설됐고, 모든 설비는 에너지 소비 최소화를 전제로 설계됐다.
토트넘은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년 동안 온실가스 약 9만 4000톤을 배출했다. 이 중 전기 사용으로 인한 배출은 '재생에너지 인증서'(Green Certificate)'를 통해 사실상 0으로 처리했다. 난방용 가스 등 직접 배출은 2022년보다 37% 줄었다.
토니 스티븐스 홍보총괄은 "지속가능성은 구단 전반의 철학이자 시스템"이라며 "운영비 절감부터 스폰서와 공동 캠페인까지 전방위로 확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과 스포츠의 연결 가능성에 대해 클레어 풀 스포츠 포지티브 대표는 "토트넘은 단순히 환경 슬로건을 내거는 게 아니라, 팬과 선수, 파트너까지 모두 동참하게 만드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는 프리미어리그 소속 구단들에 2027년까지 지속가능경영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일부 재생에너지 설비에는 소규모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 내 스포츠 기후 전환은 적극적인데, 독일 분데스리가는 친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아예 구단 운영 면허를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토트넘 스타디움 지붕에는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다. 이외에도 분산형 발전 시설은 부재하다. 일부 기업이 부지 내 풍력·태양광을 설치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경기장 규모와 대비해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현재의 인증서 방식은 실제 공급원 추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생에너지를 쓰겠다는 다짐으로 구매하지만, 실제 에너지 공급원 말단을 확인할 수는 없다는 한계인 것이다.
토트넘 스타디움은 지붕 등 부지 내에 태양광 등 자체 발전 설비가 없어, 일부 기업들이 부지 내 풍력·태양광 설비를 갖춘 것과 대조된다. 토트넘이 표방하는 지속가능성 전략이 구단의 시스템 전반에 녹아든 점은 의미 있지만, 그 실행력이 공급망이나 기반시설 전환까지 도달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경기장을 찾는 수많은 팬의 항공·도로 기반 탄소배출도 단기간 내 해결은 어렵다.
이에 대해 패리 부장은 "장기적으로 경기장 내 태양광 설비나 저장장치 같은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향후 자가발전 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와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넥스트의 '해상 풍력발전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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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국은 기후정책의 선도적 실험장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일시적으로 90%를 넘기는 등 전력망 운영부터 산업정책, 외교 전략까지 기후대응이 정책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전력망 개편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함해 사회 각 분야에서 에너지 전환의 일상화가 진행 중이다. 영국의 기후 전환을 현지에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