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도시인 줄 알았는데…페르시아만 따라 자란 '탄소 숲' [황덕현의 기후 한 편]

맹그로브 해양공원…시민접근 높여 숲 소중함 일깨워
산유국은 아직 '기후 악당'…기후대응 속도 냈으면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맹그로브 해양 국립공원 모습(맹그로브 해양 국립공원) ⓒ 뉴스1

(아부다비=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경유지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처음 사막을 마주했다. 국립공원처럼 어디를 가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공항 주변부터 주요 도심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흙먼지와 모래로 가득했다.

그런 사막 한복판에 솟아오른 마천루는 화려했다. 1968년 독립 이후 석유나 제철, 건설 등으로 산업적 성공을 거둔 '중동판 한강의 기적'은 이제 '루브르 아부다비'나 '구겐하임 아부다비'처럼 관광·문화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맹그로브 숲'이었다. 사람이 마실 물조차 부족한 환경에서 나무가 자랄 수 있을까 싶지만, 아부다비 곳곳에는 60㎢ 규모의 '맹그로브 해양 국립공원'과 '주바일 맹그로브 공원' 등이 조성돼 있으며, 지속해서 식재·관리되고 있다.

맹그로브는 페르시아만을 따라 널리 심겨 있다. 아부다비에는 연중 물이 흐르는 '자연 하천'이 없고, 비가 올 때만 물길이 형성되는 '건천'(와디)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그로브는 높은 염분 농도에도 적응할 수 있어, 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탄탄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귀한 숲이라고 해서 접근이 철저히 제한된 것은 아니다. 트레킹 코스와 카약 체험이 마련돼 있어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만난 한 현지인은 "얼마 없는 숲이기에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산유국' UAE에서 맹그로브숲은 더없이 소중할 것이다. '탄소 배출'을 상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2021년) 평가보고서를 통해 맹그로브를 포함한 연안 생태계(블루 카본 생태계)가 대기 중 온실가스를 저장하는 '강력한 탄소 흡수원'으로 명시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역시 맹그로브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 허용했다.

전 지구적으로 보면 UAE 등 중동 산유국은 여전히 '기후 악당'에 속할 것이다. 지속해서 관리·확대 중인 맹그로브숲처럼 조금 더 적극적인 기후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기후위기 대응의 관점에서 본다면, 더 큰 규모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막에 마천루를 일궈냈듯, '사막의 대규모 탄소흡수원'도 마냥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사막 한복판에서 만난 푸른 맹그로브 숲. 모래바람을 뚫고 견고히 뿌리내린 이 나무처럼, 기후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움직임이 더 깊게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