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여의도 3450개 면적 더 녹아 역대 최소…우리나라 영향은?

해양 유입된 찬 물, 열대 수렴대 밀어 동아시아 온난화 가속
대기 흐름 저해→기상재해 증가 가능성…생태계 연쇄 교란

남극 로스해 빙하 ⓒ AFP=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남극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해빙의 면적이 사상 최소로 줄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등이 종합적인 영향을 미친 걸로 추정되는데, 중장기적으로 여름철 강수나 기온 변화, 생태계 먹이사슬 변화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24일 기상청과 환경부 등에 따르면 남극 대륙을 둘러싼 해빙 면적은 최근 191만㎢로 기록됐다. 관련 기록을 작성하기 시작한 1978년 이래 사상 최소 면적이다.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에 따르면 이전 기록은 지난해의 192만㎢였다. 1만㎢는 여의도 면적(2.9㎢) 3450개가량인데 이 면적이 얼음에서 바닷물로 녹은 셈이다.

NSIDC 데이터를 보면 해빙은 지역의 날씨에 따라 연중 200만㎢에서 1800만㎢까지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처럼 200만㎢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최근 약 50년 사이에는 처음이다. 해양수산부와 워싱턴대 극지과학센터 등에 따르면 북극 해빙은 지난 1980년 대비 면적은 약 40%, 부피는 70% 감소했다.

더 암울한 것은 해빙이 아직도 녹아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NSIDC는 보고서를 통해 3월3일까지 해빙의 연 최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극 빙하와 바다가 만나는 부분인 빙붕(Ice shelf)은 남극 대륙 위보다 빠르고 더 쉽게 깎여 나가고 있다. 남극 대륙의 빙하가 바다로 흘러 내려가는 걸 막아주는 '최후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데, 남극에 따뜻한 해류나 대기가 유입되면서 빙붕이 무너지고 더 많은 양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등에 따르면 녹아내린 남극 대륙의 해빙은 최소 수십 주에서 수 년 뒤에 우리나라에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기온을 상승시키는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진경 극지연구소 빙권모델링 책임연구원은 "빙하가 녹아 해양으로 유입된 찬 물은 적도의 열대 수렴대를 북쪽으로 밀어 올리고, 이는 동아시아로 따뜻한 공기를 유입시켜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남극 빙하에서 녹은 물은 동아시아의 온도를 0.2도 이상 끌어올리는 걸로 파악됐다.

다만 해수를 통한 기온 변화는 기간이 긴 '장주기 순환'이기 때문에 최소 수 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전지구적인 현상이라 해수온도나 우리나라 주변 기온이 당장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 빠르게 국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대기 흐름이다. 차가운 담수(민물)가 급격하게 증가할 경우 난류가 약화하게 되고, 대기 흐름을 저해해서 기상재해가 증가할 수 있다.

생태계 피해도 예상된다. 해조류가 해수온도 등 해양 환경의 변화가 불가피한데, 고래와 바다사자, 펭귄 등 늑지 생물의 서식 환경과 범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