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악취 없는 하수처리장 '아산물환경센터' 주민 만족도 '쑥'
도서관·축구장 등 편의시설 갖춰 주민들 북쩍
각종 처리 설비 지하에…악취·소음 전혀 없어
- 박기락 기자
(세종=뉴스1) 박기락 기자 = '탁한 물에서 올라오는 쾌쾌한 냄새'. 하수처리시설을 떠올리면 흔하게 그려지는 풍경이다. 생활에 필요한 물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사용한 물을 다시 정화하는 하수처리시설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주변 경관을 해치고 악취를 유발한다는 이유 탓에 대표적인 '주민혐오' 시설로 꼽혀왔다.
13일 아산신도시에 위치한 물환경센터를 방문한 날, 한껏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물러난 날이었지만 마스크를 준비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해 산업용수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악취가 심한 기존의 하수처리시설의 이미지를 지우기 힘들었던 탓이다.
인라 센터 방문을 위해 버스에서 내렸을 때 시설이 주차장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센터 본관 정면에 탁 트인 잔디광장 우측으로는 파란 인조잔디가 깔린 국제규격의 축구장이, 그 반대쪽에는 도서관이 위치해 도저히 하수처리시설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가봐도 주민편의를 위한 공원으로 보이는 센터의 각종 처리설비는 잔디광장 지하 17m에 위치해 있다. 각종 공기정화설비도 갖춰져 하수처리에 따른 악취도 전혀 나지 않았다.
◇생활하수 정화해 산업용수로 "식수보다 깨끗해"
1700억원을 들여 2016년부터 가동한 아산물환경센터는 국내 최초로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해 인근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위치한 아산디스플레이시티에 산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1일 최대 4만5000톤의 하수처리가 가능하며 이중 2만8000톤을 정화해 인근 산업단지에 산업용수로 공급한다. 4만5000톤은 아산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1만명 정도가 배출하는 하수의 양이다.
산업용수지만 막분리와 역삼투막을 통해 철저하게 정화된 물은 식수로 사용될 정도로 깨끗한 수준이다. 현장에서 직원들과 최종적으로 걸러낸 물을 직접 마셔보기도 했는데, 인공적으로 미네랄이 첨가된 수돗물과 비교했을때 맛이 다소 밋밋했지만 색도 투명하고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
실제로 이곳에서 공급하는 산업용수는 식수로 공급하는 수돗물보다 더 높은 수질 기준을 만족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산업용수 수질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준 이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가정에서 수돗물을 정수기로 한번 걸러낸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처리시설이나 악취도 없지만 사업 추진전 하수처리시설이라는 점에서 주민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처리설비를 지하에 두고 지상에는 주민편의를 위한 잔디공원, 축구장, 실내체육관, 도서관 등을 갖추면서 이제는 주민 만족도가 더 높다고 한다. 또 도서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곳에 하수처리시설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대수로 나타났다고 한다.
◇2~3배 가량 높은 시설투자비, 지자체 '부담'
이곳의 사업방식은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일정기간 직접 시설을 운영해 민간사업자가 사업에서 직접 수익을 거두는 BTO로 운영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아산신도시 공공하수처리시설과 재이용시설의 민간투자사업 시행자인 아산스마트워터와 관리운영 대행계약을 체결, 2036년까지 20년간 운영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또 민간투자시설이라는 점에서 아산시가 부담하는 하수처리비용과 삼성디스플레이 등 아산디스플레이시티에 위치한 기업에 공급되는 재이용수 비용으로 운영된다. 현재 재이용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조만간 용량 초과가 예상됨에 따라 인근 축구장 지하에 처리시설을 확충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아산물환경센터는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생활하수를 정화해 산업용수로 이용하는 '물의 재이용'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갖는 시설이다. 지역간 물부족 격차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다른 지자체의 도입도 충분히 검토할 만 하다.
하지만 문제는 사업비다. 1700억원 정도가 투입된 아산물환경센터는 갖은 용량의 일반시설보다 시설투자비가 2배~3배가량 높다. 대부분의 설비가 지하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비용이 많이 나오는 탓이다. 이는 재정 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자체에서는 선뜻 투자가 부담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현장 관계자는 "하수처리시설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주민혐오시설이라는 인식때문에 각 지역마다 기피해온 측면이 있다"며 "주민친화적 설계과 물의 재이용이라는 측면에서 아산물환경센터는 비용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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