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폐식용유...현실은 재활용품, 법은 쓰레기 취급

폐기물로 지정되면 각종 규제 잇따라 수거·운반 어려워

폐식용유 수거업자가 수거한 폐식용유를 1톤 트럭에 싣고 있다© News1

재활용 기술발달로 과거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던 폐기물이 자원으로 거듭나고 있지만 법이 이런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재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각종 고철인 철스크랩이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철스크랩이 폐기물로 지정돼 있는 탓에 각종 규제로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철스크랩 수거·처리업체는 폐기물처리업자로 분류되는 탓에 등록신고를 해야 한다. 이후 거래되는 모든 폐기물에 대해 거래내역신고를 해야 한다. 또한 산업단지에 입주가 어렵고 가림막 설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등 수거·운반·가공에 각종 어려움이 뒤따른다.

철강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철스크랩 수요량은 4억톤이며 국가간 교역규모가 8000만톤에 이른다"며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철스크랩을 자원으로 인정하고 있고 러시아는 수출제한 조치를 취할 정도로 자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환경부는 최근 폐기물관리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고철·폐지 등을 수집·운반하거나 재활용하는 사업자는 일정 시설·설비를 갖춘 후 시·도지사에 신고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기존 제도를 강화시키려 했다.

철강업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환경부는 한발 물러서 선별·감용·절단·압축된 고철을 다루는 업체는 신고의무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철스크랩은 여전히 폐기물로 분류하면서 철강업체의 반발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앞으로 2년간 시간을 두고 폐지와 고철의 적정범위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권병철 사무관은 "철스크랩의 재활용을 좀 더 용이하게 하되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수거된 폐식용유가 드럼통에 담겨 있다© News1

바이오디젤의 주원료로 쓰이는 폐식용유는 규제가 더욱 심하다. 고철은 1000㎡ 이하의 사업장인 경우 신고없이 고철수거가 가능하다. 하지만 폐식용유는 생활폐기물처리대행업체만 수거·운반할 수 있도록 못박아 둔 상태다.

문제는 폐식용유가 바이오디젤 주원료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급등해 영세한 생활폐기물처리대행업체가 폐식용유를 사 올 자금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폐식용유는 고철보다 3배 가량 비싼 한 통당(18kg) 1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결국 처리대행업체가 수거를 하지 않고 인·허가를 받지 않은 수거업체가 불법으로 폐식용유를 수거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녹색산업사업협동조합(이하 녹색조합) 오장환 본부장은 "인허가를 받으려고 해도 시·군에서 추가로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데다가 인·허가 조건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폐식용유가 폐기물로 지정된 탓에 1톤 트럭으로 폐식용유를 운반하는 것은 불법이다© News1

생활폐기물처리업체로 등록하려면 15톤 압축차량을 갖춰야 한다. 또한 폐기물은 시·군 경계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어 폐식용유 처리공장을 세우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을 만한 규모를 갖출 수 없게 돼 있다.

이런 한계로 폐식용유 수거가 어려워지면서 한해 배출되는 폐식용유 27만톤 가운데 회수되는 것은 17만톤(60%)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국에 있는 폐식용유 전문수거업자 4000여명이 불법으로 수거한 것이다.

오 본부장은 "폐식용유를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 자원으로 분류돼 불법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수거가 이뤄진다면 60%에 불과한 회수율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 입장은 완고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고철과 폐지는 수거과정에서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폐식용유는 유출되는 순간 환경에 치명적이다"며 "재활용으로 분류하게 되면 각종 폐해들이 우려되는 만큼 재활용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폐기물처리업체의 인허가 수를 늘리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관계자는 "인·허가 기준을 완화해 수거업체 등록수를 늘리는 방안을 비롯해 합리적으로 수거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실태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폐기물과 자원의 경계가 애매모호해 지면서 폐기물관리법 전반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한화진 부원장은 "일본의 경우 도시광산의 개념이 자리잡으면서 도시 생활 속에서 나오는 금속을 대부분 수거하는 등 자원 재활용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자원의 재활용 비율을 끌어올리는데 법이 뒷받침이 할 수 있도록 정책개발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법개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자원재활용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기술원 윤승준 원장은 "폐기물의 재활용도가 높아져야 법개정 또한 빠르게 이뤄진다"며 "기획재정부에서 관련 예산이 나오는대로 재활용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재활용 기술이 활성화되는 동안 폐기물관리법의 규제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