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베트남 '시험 없는 교실'에서 본 학교의 역할

9일 방문한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학교명 고유명사)에서 고등학생들이 선택과목으로 영어 원어민 수업 중 화학 과목을 듣고 있다.뉴스1 ⓒ News1 조수빈 기자
9일 방문한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학교명 고유명사)에서 고등학생들이 선택과목으로 영어 원어민 수업 중 화학 과목을 듣고 있다.뉴스1 ⓒ News1 조수빈 기자

(호찌민=뉴스1) 조수빈 기자 = 입시 시즌의 고3 교실은 살얼음판이다. 수시 합격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엎드리는 학생이 태반이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면 교실의 빈자리도 하나둘 늘어난다.

그렇다면 수능이라는 입시 시험이 없는 고3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

얼마 전 찾은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한국국제학교(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에서 가장 눈에 띈 차이는 입시가 학교생활을 멈춰 세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수시모집이 한창인 9월이지만 학교는 각종 수업과 문화행사로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물론 이 학교에도 입시는 있다. 대부분 한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수시 시즌이면 면접을 보기 위해 한국으로 떠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재외국민특별전형을 두고 '특례 입학이 더 쉬운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그것이 학교 교육과정을 무시할 만한 요소는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오지선다형 시험과 지식 전달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키우겠다며 교육의 변화를 시도한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했고 토론·논술형 수업과 평가를 확대하는 방안도 꾸준히 논의한다.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에서는 참여형 수업과 자신의 진로를 위한 선택 수업, 서로 다른 학년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이 함께 배우는 수업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여건이 넉넉해서 가능한 일도 아니다. 학생 수에 비해 학교는 작고 교직원도 부족하다.

그 빈틈을 메우는 것은 대부분 학생이다. 일례로 한국어가 서툰 한국·베트남 가정의 초등학생에게 고등학생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려주는 '다문화 멘토'가 된다. 초등학생에게는 학교생활을 도와주는 선생님인 선배가, 고등학생에게는 누군가를 가르치며 배우는 경험이 생긴다.

서로 다른 학년의 학생들이 어우러지며 학교는 교과서와 시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하나의 교육 생태계처럼 굴러간다.

어쩌면 학교의 역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다음 시험을 일찍 준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 학생에게 필요한 배움과 경험을 끊김 없이 이어주는 것. 학교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보고 왔다.

c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