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우리 아이의 학습을 지키는 길[박남기의 미래 나침반]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

편집자주 ...나침반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안내하는 도구입니다. 방향은 제시하지만, 특정 경로를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이 칼럼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와 나아갈 길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
교육에서 AI 활용과 관련해 쏟아지는 질문들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AI) 앞에서 교사도 학부모도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에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강연을 이어오면서 많은 질문을 받았다. AI 시대에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교수자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학생 평가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AI를 활용하면 학습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사실인가.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니 AI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 것 아닌가. 아이가 AI를 대화 상대로 삼고 친구처럼 지내는 데 문제는 없는가. 이처럼 쏟아지는 질문들에는 급변한 환경 속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관련 연구와 현장의 질문을 정리한 결과 AI 시대 교육의 핵심은 "언제 활용하고 언제 멈출 것인가"를 분별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AI 시대에도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학습하며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알아야 할 점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업무 목적과 학습 목적 활용의 차이

우선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업무 목적의 AI 활용과 학습 목적의 AI 활용은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해당 역량을 갖춘 사람이 AI를 활용하면 더 적은 시간과 에너지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교사가 수업 자료를 준비하거나 행정 업무를 처리할 때 AI를 활용하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학습이 목적일 때는 사정이 다르다. 성과물을 빨리 만들어내는 것과 배움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뇌는 본래 에너지를 아끼려는 경향이 있어 어려운 사고 과정을 AI에 넘겨버리면 겉으로는 그럴듯한 결과가 나와도 정작 학습은 충분히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SK텔레콤과 순천향대가 함께 수행 중인 ‘2026 디지털새싹 사업’에서 교사와 학생이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AI 에듀테크 설루션 ‘AI 그림일기’로 수업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교육에서 AI 활용 성과를 좌우하는 요인

첫째, 학습자의 발달 단계와 학년 수준이다. 인지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연령일수록 AI 활용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대학생이나 학습력이 높은 일부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과목과 목적에 맞게 설계된 학습용 AI를 활용할 때 부작용을 줄이면서 효과를 높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초·중학교 단계에서는 AI 활용법 자체를 가르치거나 학습 지원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도구가 아닌 이상, 일반 AI를 수업과 과제에 널리 활용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학생 개인의 특성이다. 자기 통제력, 인내력, 인지 역량, 현재의 학습 수준에 따라 AI 활용 효과는 달라진다. 통제력과 인내력이 약하고 학습 역량이 낮을수록 AI 부정 사용의 유혹에 무너지기 쉽다. 이런 경우에는 학습 과정에서 AI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반드시 먼저 스스로 생각하고 시도한 뒤에만 AI를 활용하도록 하는 '선 작업 후 활용' 규칙을 엄격히 훈련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 학습 부진 학생,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게는 특화된 AI 튜터가 보조교사 역할을 하며 도움을 줄 가능성도 있다.

셋째, 과목의 특성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과학이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계열에서는 학습자의 AI 활용에 따른 손실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과목에서는 기본 개념과 원리를 스스로 이해하고 익힌 뒤, 그것을 바탕으로 논리를 세우고 설명하고 쓰는 활동 자체가 곧 학습이다. 카이스트가 전 과목 AI 활용 체계를 마련하면서 인문사회 소양과 기초과학 과목을 'AI 프리(비활용)' 교육 대상으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과목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초·중등학교의 상당수 과목 역시 이 범주에 가깝다. 따라서 이러한 과목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개념을 설명받거나 자신이 쓴 답안을 검토받는 보조 수단으로 AI를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반면 작곡, 디자인, 영어 회화 등 특별 기능 훈련, 디지털 역량 강화, 창작처럼 학습 목표 자체가 도구 활용과 긴밀히 연결된 영역에서는 학년 수준에 맞게 설계된 교육용 AI를 수업과 과제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넷째, 평가 방식의 변화 필요성이다. AI가 보편화된 지금, 결과물만 보고 학생의 실제 학습 정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학생이 방과 후 혼자 보고서를 작성하는 상황에서는 AI 사용 지침만으로 과도한 의존을 막기 쉽지 않다. 결국 교수자는 AI 시대에 맞는 수업과 과제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를 아끼려는 뇌의 '인지적 구두쇠' 성향 때문에 학습 외주화, 인지 부채 증가, AI 의존성 강화라는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다섯째, 도구의 설계 방식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일반적인 AI보다 교사가 학습 목적에 맞게 설계한 AI 튜터를 활용할 때 학습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이 수업용 AI 에이전트, 곧 학습용 AI 튜터를 직접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연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다양한 교과와 학년 수준에 맞는 공공형 학습용 AI를 개발·보급해야 한다.

삼성전자 갤럭시 탭의 'AI 셀렉트' 기능을 활용해 수업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섯째, 학생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AI를 쓰는가다. 일반 AI를 사용하더라도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스스로 사고한 학생은 학습 손실이 크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다. 결국 교육의 초점은 학습자가 AI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훈련하고 감독하며 이끌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가능하면 학습용으로 설계된 도구를 선택하고, 학습자가 충분한 사고 시간과 노력을 들이도록 만드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학교와 가정의 환경이다. 학교에서 교사가 AI의 바른 활용을 얼마나 지속해서 교육하고 훈련시키는지에 따라 학생들의 활용 습관은 달라진다. 가정에서도 부모가 자녀의 학습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쓰는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AI 시대에 가정 배경에 따른 학습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에서의 AI 탈활용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교육에서의 'AI 탈활용'이다. 이는 단순한 AI 비사용과는 다르다. 이미 학습자 손에 AI가 들려 있는 시대에 사용을 막는 접근은 현실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AI 탈활용이란 학습 목표에 꼭 필요하지 않거나 오히려 사고력을 약화하는 순간에는 AI 사용을 의도적으로 줄이거나 멈추도록 수업을 설계하고 학습자를 이끄는 전략이다.

동시에 학생들이 절제된 AI 활용 역량을 갖추고 학습의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돕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국가와 학교는 학습자가 스스로 고민하고 설명하고 자기 생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돕는 학습용 AI를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이러한 탈활용 전략이 구현될 때 우리 아이들은 AI 시대에도 제대로 학습하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가인재경영연구원 교육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광주교대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AI 탈활용 교수법'(2026)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편 이상의 칼럼을 썼다.

opini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