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용 창작물 전락"…'복붙 논란' 학생부 기재요령 개편 요구 커진다

"교사 1명당 학생부 기록량 원고지 1632장 수준"
"같은 교육 받는데 다른 성장 서사 사실상 불가능"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과 서울교사노동조합이 7월 24일 감사원 앞에서 서울지역 고등학교 학생부 감사 결과를 규탄하고 학생부 기록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노조 제공)

(서울=뉴스1) 조수빈 기자 = 서울지역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복붙' 기재를 지적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계기로 교원단체의 학생부 기재요령 전면 개편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부를 대입 변별자료로 활용하는 현행 제도가 동일한 교육활동까지 모두 다른 문장으로 기록하도록 강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3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부의 과도한 대입 변별 기능을 축소하고 기록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전면 개편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교사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등학교 교사 1명이 1년 동안 작성한 학생부 기록량인 32만 6400자(200자 원고지 1632장 분량)를 시각화한 대형 현수막을 공개할 예정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기록 노동으로 교사가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을 만날 시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다.

교사노조는 최근 감사원이 서울지역 고교 학생부 감사에서 동일한 문장 기재를 문제 삼은 것은 학생부 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사례라고 주장했다. 학생부가 학생 성장 기록에서 대학 입시를 위한 변별자료로 바뀌면서 학생의 실제 성장보다 대학이 선호하는 활동과 문장을 만드는 경쟁이 학교 현장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교사노조는 2007년 입학사정관제 도입, 2014년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이후 학생부가 학생 성장 기록에서 대학 입시를 위한 변별 자료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학생의 실제 성장보다 대학이 선호할 만한 활동과 표현을 만드는 경쟁이 학교 현장에 자리 잡았고 '학종 컨설팅', '셀프 학생부' 같은 현상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학생부 기재요령은 모든 학생의 성취 과정과 성장까지 개별적으로 기록하도록 요구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사실대로 기록하면 입시 불이익을 우려한 민원이 제기되고, 긍정적으로 쓰면 기록의 객관성이 흔들리며, 비슷하게 쓰면 '복붙', 짧게 쓰면 '불성실'이라는 지적을 받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앞서 전국중등교사노조와 서울교사노조도 지난 24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 결과를 규탄했다. 이들은 감사원이 2021~2024년 서울지역 239개 고교 학생부를 분석하면서 단 두 명에게 같은 내용이 기재된 사례부터 모두 중복 기재로 집계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이 발표한 중복 기재 교원은 1만 5377명이지만, 이 가운데 51명 이상 중복 기재 교원은 803명(5.2%), 101명 이상은 141명(0.9%)에 불과했다. 두 노조는 이 같은 세부 내용은 제외한 채 전체 수치만 부각되면서 교사들이 학생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복붙 교사'로 낙인찍혔다고 주장했다.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담당 과목과 평가 업무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수백 명 학생의 서로 다른 '성장 서사'를 작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사노조는 교육부가 필요한 교원과 시간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은 채 결과만 문제 삼고 있다며 "불가능한 일을 시킨 뒤 책임은 교사에게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원단체는 감사원에 기계적인 문장 중복 감사와 교원 조치 요구를 철회하고 교사 낙인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또 교육부에는 학생부의 과도한 대입 변별 기능을 재검토하고 학생부 기록 제도와 업무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c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