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만 무효표·득표율 27%도 당선…교육감 선거 개편 속도 내나

쏟아지는 무효표·낮은 당선인 득표율…"깜깜이 선거 방증"
이름값에만 기대는 선거 비교육적…'선거 공영제' 도입 고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개표가 마무리 중인 가운데 진보성향 후보 10곳, 보수성향 후보 5곳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전국 16개 교육감 선거 개표율은 99.91%로 집계됐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6·3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나온 무효표가 100만표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치른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의 2.5배에 이르는 숫자다. 20~30%대 낮은 득표율로도 교육감에 당선된 후보는 7명이나 됐다.

이는 '무관심' 교육감 선거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들이라는 평가다. 교육계에서는 선거 공영제 도입 등 교육감 선거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교육감 선거 유권자 100명 중 5명 무효표 행사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선거 무효표는 108만8179표로 집계됐다. 함께 치러진 시도지사 선거의 무효표는 43만4267표의 2.5배다.

지역별로는 서울 교육감 선거 무효표 투표율이 5.69%(30만531명)로 가장 높았다. 100명 중 5명 이상이 무효표를 행사한 셈이다. 함께 치른 서울시장 선거 무효표 투표율은 0.68%(5만6368표)에 불과했다.

무효표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가서 신분 확인 후 투표용지를 받고도 한표를 행사하지 않은 경우 등을 말한다. 대개 아는 후보가 없거나 투표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유권자들이 주로 무효표를 던진다.

100만 무효표뿐 아니라 당선인의 낮은 득표율도 이번 교육감 선거의 특징이다. 이번 선거에서 30% 안팎의 낮은 득표율을 얻고도 승리한 교육감 당선인은 7명에 이른다. 10명 중 7~8명은 지지하지 않는데도 교육수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특히 대전에서는 당선인(오석진) 득표율이 27.48%에 불과했다. 16개 시도 중 가장 낮은 득표율이다. 해당 지역에서는 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는데, 각각 10~20%의 표를 나눠 가진 셈이다.

무관심 이끈 현행 교육감 선거제…"비교육적 교육수장 뽑는 선거 전락"

쏟아지는 무효표와 낮은 당선인 득표율은 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유권자 외면을 받는 건 현행 교육감 선거제 영향이 가장 크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정당 공천 없이 개인이 출마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기호도 없다.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자들의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후보자 당선 여부는 결국 인지도와 지지층에 달렸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도 정치인 출신과 특정 단체의 지지를 얻은 후보자들이 대거 당선됐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후보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 네거티브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상대를 자극하다 보니 고소·고발전이 난무한다.

지지층 확보를 위해서는 선명성도 드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 선거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돈도 개인이 부담하고 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감 선거가 오히려 비교육적 교육수장을 뽑는 선거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감 선거제 개편 불가피…교육계 '선거 공영제' 제안

반복되는 무관심 교육감 선거를 극복하려면 선거제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안은 이미 여럿 제시됐다. 대표적인 게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다. 시도지사 및 교육감 후보가 짝을 이뤄 함께 선거를 치르는 방법이다.

당선 후 시도지사와 함께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교육감이 시도지사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교육감 선거 폐지론자들은 교육감 임명제를 주장한다.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가 발탁될 가능성이 크지만 행정권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교육감 선거 공영제 도입을 골자로 한 '교육감 선거법' 신설 요구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공적 기관 주도로 교육감 선거를 운영하자는 게 핵심이다. 중심 기구 책임하에 후보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후보 관리를 통해 반복되는 단일화 불복 사태도 예방하자는 취지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정당 정치의 문법으로 짜인 현행 선거제도를 그대로 둘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자치를 동시에 지킬 선거제 개편이 이제는 필요한 때"라고 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