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대신 진영·혐오만 남긴 서울교육감 선거…개편 요구 커진다
'교육감' 선거인데 단일화 파행에 맞고발·동성애 공방까지
유권자 4명 중 3명 "관심 없거나 후보 몰라"…개편론 부상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3일 본투표를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정작 교육은 보이지 않았던 선거'였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부터 4개월간 이어진 이번 선거는 정책과 교육 철학 경쟁보다는 진영 대결과 단일화 불복, 혐오·이념 공방이 선거판을 뒤덮었다.
사실상 또 하나의 정치 선거처럼 흘러갔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현행 교육감 직선제 체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진보·보수 진영 모두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역대 최다인 8명의 후보가 출마하는 다자구도로 치러졌다. 애초 교육계에서는 후보 난립뿐 아니라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질 갈등이 선거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실제 선거 과정에서는 양 진영 모두 경선 불복 논란이 이어졌다. 진보 진영에서는 시민참여단 경선을 통해 정근식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됐지만 일부 후보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독자 출마에 나섰다. 보수 진영 역시 단일화 기구 경선 이후 불복 사태가 벌어졌고 이는 후보 간 충돌로 이어졌다. 결국 보수 진영 역시 복수 후보 체제가 끝까지 유지됐다.
선거 막판에는 맞고발과 기자회견, 장외 공방까지 이어지며 정책 이슈는 점차 뒤로 밀려났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정책 검증보다 진영 내부 갈등이 더 주목받는 선거가 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특히 일부 후보들이 '동성애 교육 반대' '퀴어축제 반대' '좌편향 교육 청산'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교육감 선거는 사실상 정치·이념 선거 양상으로 번졌다. 반대 진영과 교원단체들은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이라고 반발했고, 선거 기간 내내 이념 공방은 계속됐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정당 공천과 기호를 없앤 교육감 선거가 오히려 색깔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도 커졌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을 강화하겠다며 2007년 부산교육감 선거를 시작으로 도입돼 2010년 전국으로 확대됐다. 정당 공천과 기호를 없애 교육을 정치로부터 분리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 선거 현장에서는 정치권 의존과 진영 대결 구도가 반복돼 왔다.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 상당수가 빨간색·파란색 계열 선거복과 홍보물을 활용하며 사실상 정치 진영 이미지를 적극 차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학력 문제와 교권 회복, 기초학력 저하, 돌봄 확대, 학령인구 감소 대응 같은 핵심 교육 현안을 둘러싼 깊이 있는 토론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공약 역시 현금성 지원이나 상징적 구호 경쟁으로 흐르면서 정책 차별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감 선거 특유의 낮은 관심도 역시 이번 선거 내내 반복됐다. 실제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달 26~27일 실시한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잘 모름·응답 거절'이 44%, '지지 후보 없음'이 31%로 집계됐다. 서울 시민 4명 중 3명가량이 교육감 선거에 큰 관심이 없거나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셈이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 기호 없이 이름만 적힌 투표용지를 사용하고 후보 배열순서도 지역마다 달라 유권자 혼란이 반복된다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교육감 선거가 결국 인지도와 조직표 중심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유권자 관심이 낮다 보니 후보들이 교육 정책 경쟁보다 진영 결집이나 선명성 경쟁에 집중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 선거는 그 문제가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말했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교육감 선거제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도 다시 확산될 전망이다. 교육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함께 선출하는 러닝메이트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교육감 임명제 전환 등을 포함한 다양한 개편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교육감은 수조 원대 교육예산과 지역 교육 방향을 책임지는 자리인데도 선거는 반복적으로 무관심과 진영 대결 속에 치러지고 있다"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적 대표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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