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라더니 결국 입시대로"…고교학점제 1년, 과목선택권 '유명무실'
학생들, 대학들의 '권장과목' 사실상 '필수'로 인식
흥미보다 대입 유불리 따라 선택…"대입제도 전반 손질 필요""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고교학점제가 시행 1년 만에 입시 현실에 가로막혀 핵심 취지인 '과목 선택권 확대'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학교들이 안내하는 '권장과목'에 대해 수험생들은 이를 사실상 '필수'로 인식하면서, 결과적으로 교과목 선택권이 제약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전날(9일)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 1년 차'를 분석한 결과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나 적성보다 대입 유불리를 중심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학습을 자기 주도적으로 탐색하고 설계하도록 한다는 고교학점제의 목적이 사실상 훼손됐다는 분석이다.
KEDI 연구진은 고교학점에 대해 "개설 과목 수 자체는 확대됐지만 대입 유불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 속에서 학생들의 실질적 선택 범위는 여전히 제한적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연구 대상이 된 학생들은 선택과목 결정 시 수강 인원, 대학·전공별 권장과목, 수능 과목 여부 등을 주요 기준으로 고려했다.
특히 대학들이 수험생 지원 차원에서 제시하는 권장과목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사실상 필수 과목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대학은 준비 지원 차원에서 권장과목을 안내하고 있으나 학생들은 이를 사실상 '필수'로 인식하면서 결과적으로 교과목 선택권이 제약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목 체계 자체가 지나치게 세분화된 점도 문제로 꼽혔다. 연구진은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과목이 과도하게 세분화되면서 오히려 학생들의 과목 선택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며 "계열 수준의 진로 선택에도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세분화된 과목 구조가 선택 부담만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이 고교학점제가 지향한 자기주도적 학업 설계와 현실 간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봤다.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대학이 권장과목이라고 표현하더라도 학생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반드시 들어야 하는 과목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며 "안 들으면 입시에 불리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유롭게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계가 도입 전부터 충분한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그대로 시행됐다"며 "결국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적어도 대학들이 필수나 권장과목이란 표현 자체도 사용하지 않아서 학생들의 선택권 제약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부분도 임시방편일 뿐 실제적으로 고교학점제의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KEDI도 고교학점제는 당초 절대평가 확대, 학생부 중심 평가 강화, 대입제도 개편 등을 전제로 설계됐지만 실제로는 수능 중심 정시 기조가 유지되고 상대평가 병기 과목이 확대되면서 제도 간 충돌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교학점제가 성공하려면 교육과정뿐 아니라 학생평가, 대입제도, 고교체제 전반이 함께 정합적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KEDI의 이번 분석은 교사·학생·대학입시 관계자 등 고교학점제 핵심 이해당사자 36명을 대상으로 한 초점집단면담(FGI)과 개별면담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KEDI는 교육과정, 학생평가, 대학입시, 고교체제 등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현장 인식과 요구사항을 조사해 주요 쟁점을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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