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부모보다 IQ 낮다"…근거 있는 주장일까 [박남기의 미래 나침반]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
디지털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낸 Z세대(1997~2010년생)는 인지능력 전반이 이전 세대보다 낮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신경과학자이자 교육자인 재러드 쿠니 호바스(Jared Cooney Horvath) 박사가 미국 상원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촉발됐다. 그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자료와 메타분석을 근거로 교육 과정에 디지털 기기 노출이 증가할수록 학습 성과가 전반적으로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엄격히 제한된 적응형 연습과 보충지도처럼 제한된 상황에서는 디지털 도구가 기초 기능 같은 낮은 수준의 역량 습득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 학업 맥락 대부분에서는 디지털 기기가 학습 속도를 늦추고, 이해의 깊이를 줄이며, 기억을 약화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의 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할까. 타당한 부분에 대해서는 교육계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IQ 검사는 표준화된 지능검사 체계인 반면 호바스 박사가 주 근거로 삼은 PISA 등의 결과는 국제 학업성취 평가 결과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습된 역량'을 측정하는 것이지 타고난 인지적 잠재력인 '지능' 그 자체를 측정하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에 논리적 비약이 될 수 있다. 학업 성취도 하락은 Z세대의 인지적 강점이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할 뿐 지능 자체가 하락하고 있다거나 열등함을 증명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PISA 등에서 나타나는 '문해력 하락'은 지능 점수와는 별개로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인지적 인내심의 저하를 의미하므로 교육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학업성취 평가에는 수업에서 컴퓨터나 태블릿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집에서 디지털 기기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가정 배경(부모 학력, 책 보유 등), 학교 자원, 학습 태도 등에 대한 설문 결과도 함께 들어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교실 컴퓨터 사용이 많다고 답한 학생(학교)일수록 평균 점수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상관관계일 뿐 인과관계는 아니므로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면 사용시간이 늘어나면 학습효과가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자기보고 형태의 설문 조사는 기억 오차, 해석 차이,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과 같은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교사가 제대로 통제하면서 활용하고 있는지,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는지, 교사와 학생의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 수준은 어떠한지 등에 따라 그 효과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은 채 잘못 활용할 경우 학업성취도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지 디지털 기기 활용 자체가 학업 성취도를 떨어뜨린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학생들이 전자기기를 사용하게 하면 주의 분산, 학습 모드 효과, 딴짓(학습 외 사용) 등의 이유로 인해 학습효과가 저하되는 것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디지털 기기는 개인의 의지나 감독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의 특성상 지속 학습과 상충하는 주의분산형 학습 습관을 만든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기의 알림 기능을 차단하고, 멀티태스킹 유혹을 벗어나도록 한 앱만 사용하도록 세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 모드 효과란 같은 글이라도 읽는 매체가 종이냐 화면이냐에 따라 이해와 기억 성과가 달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기존 연구를 종합하면 평균적으로 종이가 화면보다 독해에 약간 더 유리하다. 하지만 항상 종이책이 디지털책보다 이해와 기억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글의 종류, 기기 형태, 읽는 목적에 따라 효과는 달라진다. 비용이나 환경 측면에서 다소 비효율적이라고 하더라도 학습 초기 단계에 있는 초등학생까지는 종이책을 함께 제공해 책에 대한 개념이 뇌에 만들어지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들이 딴짓하는 것을 막기가 어렵다. 수업 중에 개인 노트북 컴퓨터를 활용하는 대학생들도 교수 몰래 수업과 무관한 딴짓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기기의 화면이 교사의 컴퓨터에 모두 뜨고, 교사가 개인 학생들의 기기를 원격 조종할 수 있도록 세팅해야 하는 이유다.
이상에서 분석한 것처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것이 반드시 학습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학생 특성, 과제 특성, 통제 환경 등에서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학습 외 목적의 활동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결과 수면 부족, 사회성과 소통 역량 약화, 이로 인한 우울증 증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가 등이 초래돼 학습과 성장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최종적인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원칙적으로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필요한 경우에만 국한해 디지털 기기를 짧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용 영역은 기초 기술 반복, 보충학습,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 증진, 디지털 기기가 수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특정 주제 수업 경우에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학교와 교사의 노력만으로 부작용을 막을 수는 없다. 가정에서도 자녀와 협의를 통해 기기 사용과 관련한 규칙을 만들고 지키도록 도와야 한다. 침실 내 기기 반입 금지, 취침 전 60분 무(無)스크린, 오락 목적의 사용시간 상한제 같은 가정 미디어 규칙을 만들고 부모도 함께 지킬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자각과 실천 역량이다. 학교에서 제공한 디지털 기기 사용법, 부모와의 약속 등을 실천해야만 학습효과를 올릴 수 있다. 실천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길 때에는 터놓고 상담할 수 있는 멘토를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친구들끼리 서로를 격려하고 통제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가인재경영연구원 교육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광주교대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편 이상의 각종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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