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 논란 이어 임용시험 출제 오류까지…'위기의 평가원'

학력평가 출제기관 교육과정평가원 잇단 실책 도마
"교과 이기주의 문제도…해외 추가 검증 검토 필요"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천년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6 정시 합격 가능선 예측 및 지원전략 설명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5.1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학력평가 출제기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잇단 평가 실책으로 위기에 놓였다.

대통령실까지 지적한 2026학년도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 논란에 이어 임용시험 출제 오류까지 불거지면서다. 이에 평가원의 평가 신뢰도 회복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평가원은 지난달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에서 난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불 지핀 '불영어'…대통령실도 "수험생·학부모 혼란" 직격

그 중심에는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 영역이 있다. 영어는 과도한 경쟁과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됐다.

절대평가에서는 원점수 기준 100점 만점에 90점을 받는 모든 학생이 1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상대평가는 시험을 치른 학생 중 상위 4%만 1등급을 획득한다. 절대평가 방식이 1등급을 받기에 유리한 조건인 만큼 통상 해당 등급 비율은 6~10%대에 형성된다.

하지만 올해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3.11%다. 상대평가 1등급 비율에도 미치지 못한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이번 영어 1등급 비율은 1994학년도 수능 도입 후는 물론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치다.

이른바 '불영어' 여파로 입시 현장이 대혼란에 빠지자, 평가원은 사과 입장을 냈다. 평가원은 "2026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난이도와 관련해 절대평가 체제에서 요구되는 적정 난이도와 학습 부담 완화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수험생, 학부모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평가원에 수능 출제를 위탁하는 교육부도 자세를 낮췄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너무 낮게 나오고, 과도하게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라며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평가원의 수능 출제·검토 과정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대통령실도 평가원을 직격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8일 대통령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26학년도 수능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로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평가원과 교육부에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국무조정실을 향해서도 "수능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객관적 조사와 책임 규명,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불수능' 엎친데 '임용시험 출제 오류' 덮쳐

불수능 논란에 가려졌지만 평가원은 최근 중등교사 임용시험 출제 오류 논란에도 휩싸였다. 해당 시험은 지난달 22일 치러졌다.

수학 전공 B 11번이 도마 위에 오른 문항이다. 미분기하 문제인 해당 문항은 측지곡률 조건을 이용해 함수 f(x)를 구하는 문제다. 하지만 구한 f(x)가 일부 구간에서 음수(-1)가 나와 조건(주어진 구간에서 모두 양수)을 만족시키지 않는다는 수험생들의 이의 제기가 잇따랐다.

평가원은 지난 1일 이의 신청 심사 결과를 통해 출제 오류 사실을 인정했다. 평가원은 "수학 전공 B 11번 문항은 '부분적 문항 오류'로 판정하고, 해당 문항 중 f(x)의 조건에 관한 부분적 오류에 대해서는 서술형 평가의 특성 및 채점의 공정성, 객관성을 고려해 채점 기준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채점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 수험생은 "평가원은 부분적 오류를 인정했음에도 정확한 채점 기준을 알려주지 않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채점한다고 한다"며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f(x)는 틀린 식이며 이런 풀이를 답안으로 적어도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문항을 포기하는 선택을 한 수험생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시험에서 오류 문항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류 발생 이후의 대처 방식"이라며 "임용시험 특성상 1점은 매우 소중하며, 특히나 과락이 60%에 달하는 수학 과목에서 오류가 나왔다는 점은 1년 동안 준비한 수험생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평가원은 이와 관련해 "f(x)를 구한 후에 구한 f(x)가 문장의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한 경우 더 이상 문제 풀이를 진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채점 기준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 결과는 이달 말 나온다.

평가 개선 시급…"해외 전문가 한 차례 더 검토 고려"

교육계에서는 잇단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평가원에 대한 평가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수능 등 학력평가 출제에는 해당 학계와 전문가가 참여하는데, 일부 (자신들의 교과를 돋보이게 하려는) 교과 이기주의가 있다 보니 난이도 조절 실패나 오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차라리 해당 교과의 해외 전문가들을 참여시켜서 문제의 타당성이나 난이도 적합성 등을 한 차례 더 검토받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평가원의 소관 부처를 국무총리실에서 교육부로 이관하고 국회 교육위원회와 수능 등 평가 관련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교진 장관은 전날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평가원의 소관을 정무위원회가 아닌 교육위원회로 해야 한다는 데 100% 공감한다"며 "평가원에 대해 교육부가 직접 관할할 수 있는 방안도 협의하겠다"고 했다.

kjh7@news1.kr